이번 5월 22일부터 6월 7일까지 진행된 케냐와 말라위에서의 일정은 개인적으로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과 디자인사고(design thinking)가 어떻게 개발협력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경험하고 실험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문가미팅에서부터 현지인과 함께 하는 "인간중심 디자인 툴킷"(Human-centered Design Toolkit) 워크숍, 마이크로워크 오리엔테이션, 개발혁신포럼 진행과 현장방문 등을 통해 얻게 된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들을 이번 블로그에 연재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현장에서 적은 일기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내용도 올릴 생각이다.  



사회적기업가정신- 킥스타트(KickStart)편(1)

킥스타트(KickStart) "모든 것은 비즈니스다: 적정기술을 통한 빈곤탈출까지도"


김정태

사회혁신 사회적기업가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킥스타트(KickStart)의 입구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고 좁았다. 하지만 이곳이 바로 '적정기술의 비즈니스' 또는 '비즈니스를 통한 개발협력'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이야기의 중심이다. 


킥스타트는 빈곤을 소용돌이로 이해한다. 한번 빈곤의 사슬(vicious cycle)에 걸리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사람을 이러한 빈곤의 덫에서 빼내기 위해(out of poverty) 필요한 도구를 킥스타트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고보았다. 기술을 통해 사람들은 식량, 연료, 거주지 등의 기본적인 필요을 채우고, 자녀들의 교육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수입을 확보하게 된다. 



빈곤층에게 자선이나 원조가 아닌 스스로의 자립과 소득창출에 이를 수 있는 기술을 지속가능한 시장매커니즘을 통해 개발하고 보급하려는 킥스타트의 이야기를 KickStart Africa Office와 Technology Development Facility 두 곳을 방문해 확인해보았다. 



인터뷰를 진행한 Lincoln Kariuki (Export Markets Development Manager). 자세하게 답변했을 뿐아니라 반나절 동안 동행하면서 킥스타트의 모든 제품을 시연해보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말라위에서 다시 만나 구믈리라 밀레니엄빌리지에서 KickStart 제품이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함께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역량개발을 위한 엔진: 비즈니스

인터뷰 장소로 안내한 링컨은 장소가 약간 비좁은 이유를 "행정비용을 최소화하기 하기 위해 예전에 사무실 공간을 축소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킥스타트의 '모든 것이 비즈니스다'(Everything is All About Business)라는 독특한 관점은 이번 방문 내내 계속 발견된 주제였다. 


링컨은 킥스타트를 역량개발(capacity building) 회사로 재정의했다. 개발현장의 농민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지만, 그 모든 것의 미션은 "역량개발을 통한 고객의 탈빈곤화"(moving people out of poverty through capacity development)로 요약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저비용 고효율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비즈니이며, 그러한 비즈니스의 제품이자 서비스로서 적정기(appropriate technology)에 기반한 인간동력형 관개시설(irrigation tool)인 수퍼머니메이커와 머니메이커힙펌프 등의 주력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역량개발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지 빈곤탈출뿐아니라 지속적인 부의 획득으로 인한 성장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진보에 가치를 두는 과학기술을 총칭"하며 "사용자의 역량을 확충하는 기능을 통해 인간에게 보편적인 삶의 질을 누리는 권리"를 제공한다 (김정태, 홍성욱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기술: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살림지식총서 395). 적정기술과 역량개발, 그리고 비즈니스를 통한 개발협력의 달성이라는 묘한 조합이 킥스타트라는 이야기 안에 모두 담겨져 있다. 



회의장 한켠에 붙여있는 KickStart의 비즈니스 접근의 고민들. 개발협력과 관련된 조직이지만 이곳의 직원들은 철저한 '비즈니스 사고'로 무장되어 있다.  



상호보완적이면서 시너지를 내는 두 창업자의 만남 

킥스타트의 원래 이름은 ApproTEC으로서 1991년 영국인인 닉 문(Nick Moon)과 미국인인 마틴 피셔(Martin Fisher)에 의해 설립되었다. 킥스타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의 경력과 만나게 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닉 문은 MBA 학위를 지닌 사회적기업가(social entrepreneur)이며, 마틴 피셔는 기계공학 박사학위 출신의 사회적기술자(social engineer) 였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창업한 킥스타트는 따라서 Social Engineering Entrepreneurship(사회적기술-기업가정신)을 충실히 나타내고 있다. 


먼저 닉 문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성장하면서 개발에 대한 남다른 경험과 관점을, 사업체를 운영하던 영국인 기업가였다. 서아프리카에 근거한 일을 처리하면서 그는 개발자원봉사자(volunteer development worker)로서 1982년 케냐에 오게 된다. 서부 케냐지역에서 기술훈련강사로 일하던 그는 ACTIONAID라는 영국자선단체에 1984년 합류하여 나이로비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지역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의 기획과 관련된 훈련을 담당하게 된다. 닉 문이 30살이 되었던 1985년 그는 당시 27살이었던 자신의 동업자 마틴 피셔를 만나게 된다. 당시 피셔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응용기계공학(applied mechanics)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개발협력 기관들이 어떻게 적정기술을 문제해결에 활용하고 있는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가지고 방문한 상황이었다. 


ACTIONAID를 조사차 방문한 마틴 피셔는 닉 문을 만나게 되고, 그 둘은 "서로의 전문성 뿐아니라 성격까지 서로 보완적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틴은 수완있는 공학자이면서 두뇌 회전이 빠르고 아이디어와 성취지향적인 사람이었고, 닉 문은 다양한 개발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해 실행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킥스타트가 적정기술 기반이면서도 여타 다른 적정기술보급기관과 다른 점으로 이러한 상호보완적이면서 아이디어와 실행, 기술과 보급이 균형을 잡아가도록 만드는 두 리더의 만남과 협력을 눈여겨볼 만하다. 


ACTIONAID를 비롯해 수많은 개발협력 기관의 기본적인 철학에 동의할 수 없었던 그들은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고' '제공되는 제품/서비스가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며' '현지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적정기술 기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보게 된다. 최창기에는 컨설턴트 업무를 통해 재정을 확보했고, 1992년 소말리아 난민들의 케냐로의 대거유입때 구호업무를 담당하면서 국제적인 명성과 일단의 네트워크, 그리고 자본금을 확보하게 된다. 본격적인 그들의 미션을 수행할 기틀이 잡힌 것이다. 



마틴 피셔가 쓴 'Design to Kickstart Incomes'란 글은 개발협력 현장의 빈곤층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개발협력 접근인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그것을 간단히 '돈'(소득창출)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글은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에딧더월드)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소규모영농인을 고객으로 

킥스타타는 현재 케냐의 아프리카사무소를 중심으로 동부아프리카에서는 잠비아, 말라위,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우간다, 부룬디, 르완다 등 8개국, 서부아프리카는 말리와 부키나파소 등 2개국에 진출해 있다. 아프리카 빈곤층의 80%가 소규모 영농인인 점에 착안하여 킥스타의 적정기술은 주로 농작물 소출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머니메이커 관개펌프(MoneyMaker Irrigation Pump)이다. 현재까지 19만개 이상이 팔린 이 제품은 인간동력(foot-powered)만으로 지하 최고깊이 7m의 물을 최고 14m까지 올릴 수 있고, 수평적으로는 200m를 이동해 2에이크에 해당하는 면적의 관개작업을 몇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제품 소개와 특징은 다음편에서 하도록 하겠다. 


링컨에게 킥스타트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제일 큰 어려움으로 "end-user(소규모 영농인)를 이해하고 이들이 킥스타트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으로 뽑았다. 킥스타트야말로 현장의 소규모 영농인들을 제일 잘 이해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했지만, 킥스타트는 생각보다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사실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은 고객가치를 생성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케냐 기준 155달러인 '머니메이커'를 다양한 loan을 통해 구입하는 것은 개발현장 빈곤층에게 불확실한 도전일 수 있다. '지속적인 기금을 모으는 일'이나 '새로운 기술혁신을 하는 것'이 아닌 "고객"에 관련된 것이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뽑은 것은 그만큼 킥스타트가 철저한 '비즈니스' 토대 위에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도전과제에 대해 링컨은 "각국 정부가 적정기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지원하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 정부는 빠른 산업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정작 국가의 주요산업기반인 농업 부분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더구나 머니메이커 같은 경우는 개개인의 소득창출을 올리는 분산형/개인형 적정기술제품으로서 아무리 효과가 입증되어도 '국가산업' 발전에 목매이는 정부 관리들에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도 문제는 존재한다고 했다. 모잠비크 정부가 해당 개념을 가져가 수천개의 '유사' 머니메이커를 농민들에게 무상배포를 했는데,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제품의 질과 유지보수 등과 같은 비즈니스 개념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링컨은 분석했다.


링컨은 "지속가능한 것은 작은 단위(small scale)"이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개발전략은 대부분 거시단위(macro level)의 접근으로서 전통적인 개발원조의 접근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최근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가 Rio+20 등을 통해 증폭되면서 과연 이러한 접근의 차이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 기다려보게 된다.  



킥스타트 MoneyMaker의 Impact


1) 11만개 가구가 농작물 소출향상 및 대량생산으로 family enterprise로 활발하게 기능

2) 165,052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3) 머니메이커를 통해 고객들에게 매년 천억원 이상의 신규 수익이 창출



킥스타트에게 "모든 것은 비즈니스다"

킥스타트의 이모저모를 이해하고 발견하면서 다시금 킥스타트는 철저한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특별하게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임팩트평가와 모니터링 부서의 운영(Impact Evaluation and Monitoring)

킥스타트의 내부 조직에는 제품의 임팩트를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부서가 핵심부서 중 하나로 간주된다. 2명의 개발경제학 박사가 이끄는 이 팀은 킥스타트의 다양한 제품이 단지 output(소득창출)을 넘어서 사회경제적으로 어떠한 impact(발전임팩트)를 가져오는지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에를 들어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스크래치카드를 제공받아서, 제품을 사용한 후에 toll-free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제품만족도를 나누는 m-Survey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게 된다. 응답자에게는 핸드폰 통화시간(airtime)이 충전되기 때문에 응답률이 무척 높다고 한다. 또한 회사 자체적으로 약 1,300명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해 이들의 월수입, 연수입이 어떻게 변하며 소비지출구조, 자녀들의 몸무게와 신장, 여성의 권익신장 등 구체적인 변화를 추적해가고 있다. 킥스타트의 이러한 접근은 다른 개발협력 기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혁신으로서 철저한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킥스타트만의 고집스런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 철저한 원가계산과 비즈니스 마인드

킥스타트의 주요제품들은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어 아프리카로 선적되고 있다. 적정기술의 원칙 중 하나인 '가급적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는 퀄리티와 비용절감이라는 또다른 가치를 위한 '원칙의 융통적인 적용'이라 할 수 있다. 킥스타트는 2005년부터 중국의 한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작비와 선적비 등을 다 포함해도 케냐에서 제작하는 것보다 20달러가 싸고, 제품의 마무리 처리 등에서 중국산이 월등하기 때문에 'made in Africa'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나중에 제품창고에 가면서도 그는 수차례 중국산과 케냐산을 비교하면서 끝처리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주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더 저렴하고 더 품질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킥스타트는 철저한 원가계산을 통해 제품생산은 중국으로 옮기고, 케냐에서는 제품혁신과 마케팅,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3) 판매망이 아닌 기술개발과 협력에 중점

이는 다시금 킥스타트의 경쟁우위로 연결된다. 킥스타트는 제품을 자체 판매망이 아닌 활동 국가에 원래 존재하는 농업기기 전문상점의 대리점을 통해 공급한다. 비즈니스 특히 BOP(피라미드의 저변)와 같은 현장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는 흔히 'last mile'이라 불리는 유통과 판매망의 확충이다. 킥스타트는 이러한 도전과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이미 지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상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자사의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신 킥스타트의 각 부서는 제품혁신과 신규 제품 제작, 국내외 개발협력 관련 전시와 컨퍼런스 등에 마케팅 추진, 영농인 교육훈련과 기술자문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과 예산으로 모든 value chain을 평균적으로 경영하는 대신 킥스타터는 자신들의 강점인 '기술'과 '경영'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실제적인 판매망은 외부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킥스타트가 새롭게 진행하는 혁신적인 제품에 대해서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북한에의 적용가능성

인터뷰 말미에 나는 링컨에게 "킥스타트의 제품과 비즈니스가 북한에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킥스타트의 전략과 접근을 이해하고 확인하면서 역시 다수의 주민들이 소규모 영농인으로 구성된 북한이 떠올려졌다. 링컨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현지 상황 분석과 연구를 토대로 파트너를 확보해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9월 22일 '통일한국 젊은포럼'에서 발표를 준비하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북한개발지원 모색 방안>과 관련하여 그와 함께 다시 추가적인 서면인터뷰와 자료협조를 받기로 했다.  



킥스타트의 기술이 개발되고 실험되는 기술 현장을 방문한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된다. 


다음편 예고

사회적기업가정신- 킥스타트(KickStart)편(2)

킥스타트(KickStart) "모든 것은 비즈니스다: 개발현장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사회적기업가정신을 찾아서'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관련 포스팅


#1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2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3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4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5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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