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국제기구 진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조언은 ‘일단 발을 들여놓아라. 그러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쉽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피에로 칼비 파리세티는 이를 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묘사한바 있다. “달리는 기차 위에 오르기는 어렵지만, 일단 올라타면 열차 내부에서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유엔을 당신의 무대로 만들어라』의 저자 김바른 씨도 이러한 관점에 동의한다. 기차 난간에 간신히 올라와 있어도, 아직 객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열차 사이의 공간에 있다할지라도 일단 기차 안에 있다면 객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발을 들여놓는 것의 유익은 무엇일까? 인턴을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인턴이야말로 유엔 진출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이 우선적으로 공략해볼 목표라고 생각한다. 인턴 경험 자체의 유익은 차치하더라도 인턴의 결과로 얻어지는 부수적인 유익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직속상관의 추천서를 얻을 수 있다. 개인의 업무 성과에 따라 상사의 추천을 받아 다른 기구 또는 유관한 프로젝트에 컨설턴트나 계약직 직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유엔은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에 필요한 인력소요가 갑자기 필요하게 되는데 흔히 이용되는 방법이 ‘인맥’을 통해 소개받거나, 또는 인턴을 단기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유엔인턴들과 만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특히 인턴이 해당 프로젝트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다면, 인턴계약 만료가 되어 떠나려는 시점에 컨설턴트 혹은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요청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엔본부에 인턴으로 입성했던 홍정완 컨설턴트(ITSD)도 이런 전략을 추천한다. “인턴으로 들어가서 되도록이면 장기적이고 유망한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맡도록 노력해보라. 프로젝트의 일부분이 되면 인턴쉽 기간이 종료된다할 지라도 부서에서 계속 남아있도록 여러 조치를 취해줄 확률이 높다.”고 그는 조언한다.

인턴의 컨설턴트 또는 계약직으로의 전환은 또한 타이밍을 얼마나 맞추느냐에 달려있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 인턴쉽이 거의 종료되던 때에 마침 준비가 시작되던 국제회의 개최 지원컨설턴트로 잠시 일해 보는 기회를 잡은 적이 있다. 국제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점이 유리하게 적용했는데, 개인의 역량보다는 이처럼 특수한 타이밍과 필요조건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그 현장에 내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발을 들여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이는 인턴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석공고를 통한 지원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공석공고의 다수는 이미 어느 정도 내정자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비공식적인 통계를 참조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 기구 내에서 해당 직책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람이 통상 적임자를 염두에 두거나 추천을 받았을 확률이 높다. 또한 유엔 규정에 따르면 공석이 발생했을 시에 우선적으로 내부 지원자의 지원과 선발과정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외부에 공식적으로 공고가 나갔을 시점에 이미 어느 정도 내정자가 확정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비록 규정에 따라 최종 선발자의 몇 배수를 최종후보로 선정해서 인터뷰까지 진행하지만, 해당 기구에 초면인 지원자가 선발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공석 공고에서 중요한 점은 미리 안면을 익혀 놓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김석철 전 IAEA 원자력안보담당관은 조언한다. 원자력과 관련하여 IAEA에 네 차례 출장과 파견을 갖다오면서 담당자들을 알게 된 그는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그 뒤로도 계속 불러준다“고 말한다. 현장과 연계되는 업무를 추진하는 등 ‘미리 안면을 익혀 놓아야’ 공석 공고 시에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인턴으로 직접 뛰어들든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해당 기구 사람들과 인맥을 맺든지 간에 ‘일단 발을 들여 놓으라’는 조언은 유엔에 진출하려는 모든 사람이 어떻게든 실천해야 할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다.

[본 내용은 럭스미디어에서 2010년 2~3월경 출간 될『UN, It's Your World!(가칭)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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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theholyseed.tistory.com BlogIcon 홀리씨드(the Holy Seed) 2009.05.27 22:03 신고

    와우~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꼬리가 이 글을 더욱 반짝반짝한 보석처럼 보이게 하는데요? ^^

  2. addr | edit/del | reply 궁금이 2012.10.26 10:51 신고

    노란색 책 잘 읽고있습니다^^ 일단 기차에 올라타라는 말이 인상적인데요, 이는 인턴 뿐 아니라 다른 직급에도 해당되는 말일까요? 예를 들면 저는 UNDP에 지원하고 싶은데 현재 나에게 맞는 공석공고가 없을 때 비슷한 일을 하는 지역사무소에 지원, 합격 후 (몇년간)근무중에 기회가 되면 UN 내 다른 기구로 전직할 수 있을까요?

‘유엔과 국제기구’ 진출을 간절히 원한다면 자신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와 해당 국제기구 서너 곳을 우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2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국제기구에 막연히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들어갈 준비가 멀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국제기구가 아니라 먼저 이슈를 선택하라
여행을 떠날 때 특정 국가와 지역을 정해서 그곳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지역의 날씨나 풍토, 문화에 맞추어 준비물을 하나하나 갖추어 나가는 것처럼 국제기구 진출도 자신이 원하는 전공과 분야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유니세프 한국 및 일본 겸임대표를 역임했던 구삼열 전 외교통상부 문화협력대사도 ‘유엔을 하나의 기구로 보려하지 말고 글로벌 이슈에서 접근하라‘고 주문한다. 유엔에서 일해보고 싶다면 ‘유엔’이라는 ‘뜬구름’에 집착하지 말고 구체적인 “글로벌 이슈에 깊은 관심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한다. JPO 출신으로 세계식량계획(WFP) 라오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임형준 담당관도 “본인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일을 정말 하고 싶은 지, 무슨 일을 정말 잘 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서 그 분야에 전문성을 꾸준히 살려보는 것이 관건이다”고 국제기구 진출 희망자에게 당부한다.

Specialist vs. Generalist

본인의 전공이 이공계 전공 혹은 특정 분야라면 해당 주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국제기구로의 진출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문사회 계통이라면 경제사회 이슈를 다루는 일반기구를 포함하여 전문기구의 지원업무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 <교수님, 국제기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의 저자 박재영 교수는 “본인이 특정 국제기구의 고유한 업무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국제기구가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지원업무 성격이 강한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특정 분야의 전문성(specialist)에 승부를 걸어보던지 혹은 일반 지원업무의 전문성(generalist)으로 승부를 걸어 보라는 것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경영, 회계를 전공했다면 영업팀/사업팀으로 지원하지만 인문사회 전공자의 경우는 경영지원팀 혹은 인사, 홍보팀 등에 지원하는 것과 비슷하다. 환경이나 원자력 등 이공계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제기구라 하더라도 인사부서, 행정부서, 홍보부서 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국제협력과장을 역임했던 장홍래 현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제기구 진출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직무내용설명서나 요구사항에 맞춰 미리 거기에 대해서 준비하기 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지원할 것이 권장된다.”고 지적한다. 

[아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직원 모집분야


식량과 농업을 다루는 유엔의 전문기구이지만, 직원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해당 전문분야 외에도 아래와 같은 다양한 분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회계/감사/재정관리

□ 축산/수의학

□ 농업재정/신용/투자

□ 관리/행정/회의

□ 농업정책

□ 유 통

□ 농 학

□ 의 료

□ 농관련산업/수확 후 관리

□ 영 양

□ 농산품 및 무역

□ 제도/개발관리

□ 컴퓨터학/정보시스템

□ 작물생산 및 보호

□ 경제학/계량경제학

□ 사업계획 분석 및 평가

□ 교육/지도/훈련

□ 출판/보도/저작/공공정보

□ 공학/기계화

□ 연구 및 개발

□ 환경학

□ 농촌개발 및 농지개혁

□ 농장관리/농업경영체계

□ 비서/속기사/서기

□ 수산업

□ 사회학

□ 식량안보/식량원조

□ 토양학 및 토지관리

□ 임 업

□ 통 계

□ 원 예

□ 통역/번역/요약

□ 인적자원/인사관리

□ 수자원관리

□ 법 무

□ 여성개발

□ 사서/문서관리

□ 기 타


전문성과 함께 국제적 안목도 길러야
유엔은 성격에 따라 일반전문가(generalist)를 원하는 곳도 있지만 어느 정도로 특화된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를 요구하는 직위도 많다. 따라서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역량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전문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음을 김석철 전 IAEA 원자력안보담당관은 충고한다. “국제기구는 한 분야만 깊게 파는 데가 아니라 전체적인 연계성을 고려해

야 하는 곳”이기에 “이 사람이 그 분야에서 얼마만큼 국제적 안목을 갖추고 있는가를 오히려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컨설턴트(consultant)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도 그와 연결되어 설명될 수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할 경우 아예 외부 전문가를 고정된 기간 내에 필요한 만큼 채용한다. 국제공무원은 오히려 기획과 관리, 점검, 협의, 결과보고 등 보다 일반전문가(generalist)의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김정태(유엔온라인정보센터 편집장)

[본 내용은 럭스미디어에서 2010년 2~3월경 출간 될『UN, It's Your World!(가칭)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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