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토) 한국리더십학교에서 주최한 '제5회 통일한국젋은포럼'이 500여명의 참가자가 함께 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라>는 주제로 정치, 경제, 교육, 개발협력 등 다양한 소주제로 진행된 포럼에서 나는 '북한과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주제로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Peepoo는 인분을 봉지에 넣어 얇은 흙 밑에 묻어놓으면 일정 기간이 경과후 생분해성 비닐을 통해 인분이 비료화되는 적정기술 제품이다. 이는 올해 초 일간지에 보도된 '평양의 인분주머니'와 비슷한 사례로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와 발전 단계를 고려할 때 적정기술이 활용될 잠재력이 풍부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제2세션의 선택주제로 진행된 '북한과 국제개발협력'에는 100여명의 참가자가 참석을 했고 다른 주제에 비해 단연코 가장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포항공대 장수영 교수님(나눔과기술 공동대표)과 전병길 대표(통일한국젋은포럼 실행위원장)의 발표도 함께 이어졌다. 토론시간에는 "인문 전공으로서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정기술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도 나왔다. 

 

내 발표 때에는 LifeStraw를 보여주면서 "이것은 과연 적정기술 제품일까요?"라는 질문을 청중에 던졌다. 약 20여명이 그렇다고 손을 들었고, '아니오'라고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이 제품은 '적정기술 제품'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떤 제품/기술이든 그것이 적정기술이라고 판명되는 순간은 해당 제품과 기술이 적용되는 지역의 사용자와 맥락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흡입에 장애를 가지거나 입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LifeStraw는 적정기술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적정'의 관점은 공급자/개발자/기술자/기획자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고객/소비자/수혜자가 판단해야할 가치이다. 



국제개발협력 관점에서의 대북지원 사업

적정기술과 시장중심의 접근을 중심으로

 

김정태

2012 Dell Social Innovation Lab Fellow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객원연구원

 

한국의 독특한 개발경험은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는 '기적의 발전‘ 이야기 중 하나이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을 ’유엔회원국 중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성장, 사회발전, 민주주의를 성취한 매우 드문 케이스‘로 평가한바 있다. GNI기준으로 저개발국가에서 선진국 대열로 올라선 한국이 밟아온 개발의 프로세스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과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러한 개발협력 분야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들에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현지인의 역량구축‘과 ’시장중심 접근을 통한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구축‘ 등이 있다.


이번 글의 목적은 대북지원과 관련하여 이러한 개발협력의 흐름이 어떠한 연관성과 시사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짤막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대북지원이 가졌던 여러 특수성은 대북지원 사업에 국제개발협력의 다양한 우수사례(best practice)와 세계적 흐름이 적용되거나 활용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왔다. 그러한 가장 큰 이유는 남한이 북한에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은 국제개발협력의 강력한 프레임이라 할 수 있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불어 전략물자와 인프라 구축 지원에 대한 안보적 제한, 식량물자 보급과 관련된 군사물자 전용의 의혹과 투명하고 완전한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현실들 등도 북한의 대북지원 사업이 기존의 국제개발협력의 흐름과 별개로 하나의 폐쇄적 생태계 혹은 ‘교류협력의 섬’으로 남겨지게 만든 몇 가지 이유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 간단하게 살펴볼 적정기술의 활용과 비즈니스 등 시장중심적인 접근을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기존의 대북지원 사업이 직면한 제약과 장애요인 등을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적정기술의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고 2012년 유엔에서 발행된 ‘북한의 인도적 지원 수요와 지원 개괄’ 보고서(이후 ‘유엔 인도적 지원 수요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어떠한 적정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또한 간략하게 비즈니스 등 시장중심의 접근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도 살펴보도록 한다.

 

인간중심의 기술, 적정기술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인간의 필요를 바탕으로 현지의 환경과 맥락을 고려해서 적용되는 기술, 제품 또는 서비스’를 뜻한다. 적정기술이란 용어에 포함된 ‘기술’이란 부분 때문에 많은 비기술 분야 일반인들이 어색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적정기술의 핵심은 ‘적정’이란 부분에 놓여 있다. 어떤 특정기술이나 제품이 ‘적정기술’인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인간과 현지의 환경을 고려한 기술과 제품이 ‘적정기술’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적정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에 한국에서 개발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국형 안구 마우스’(eyecan), 소셜벤처인 ‘딜라이트’를 통해 보급되는 저가형 보청기 등이 있으며, 해외 사례로는 발로 작동하는 ‘슈퍼머니메이커’(SuperMoneyMaker), 전기가 없는 곳에 농수산물을 최장 21일간 신선하게 보관하는 ‘팟인팟’(Pot-in-Pot), 태양광을 통한 조리기기 ‘솔라쿠커’(Solar Cooker) 등이 있다.


적정기술의 원조는 인도 독립영웅인 마하트마 간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소금세에 저항하여 소금을 직접 만들고 영국의 면직물의 무차별적인 수입에 대항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직물을 만드는 저항운동을 전개했는데 그의 스와라지운동의 정신은 적정기술이 주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이러한 개념은 영국의 경제학자인 E. F 슈마허를 통해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로 구체화되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적정기술이라 불리는 개념의 원조이다.


슈마허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통해 적정기술이 가진 개념의 포용성을 특정 기술이나 적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전성을 가진 사상으로 발전했다. 적정기술의 개념에는 기본적으로 대량생산, 대규모발전, 소비중심주의대신 소규모생산, 분산발전, 생태학적 생산과 소비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적정기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적정기술은 그 외에도 디자인의 사회적인 역할을 고민한 빅터 파파넥, 적정기술에 기반 한 비즈니스를 진행한 폴 폴락 등을 통해 기존의 대안운동을 탈피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보다 포괄적인 의미와 관계성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북한과 적정기술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기에 앞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대북지원의 특수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국제개발협력에서 바라 본 남북교류 또는 대북지원의 관계

주지하다시피 국제개발협력의 개념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의 시장을 재건하기 위한 시작된 ‘마셜플랜’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의 재건의 기준이었던 원조중심의 개발협력 기조는 196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신생독립국을 대상으로 한 개발협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마셜플랜의 유럽원조를 감독한 기구에서 발전한 현재의 경제협력발전기구(OECD) 산하에는 이러한 원조의 큰 축인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국제적인 표준과 정책을 담당하는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가 있다. 이곳은 정기적으로 ODA를 받을 수 있는 국가(recipient)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현재 북한 역시 수혜대상국으로 포함되어 있다. ODA는 “DAC가 정한 수원국 리트에 있는 국가 및 지역, 또는 다자간 개발협력기구에 제공되는 자금 또는 기술협력”을 의미하는데, 남북관계에서 모든 대북지원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정치적인 이유로 ODA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대북지원이 ODA로 전환될 필요에 대한 연구는 있어왔지만 그 현실성은 낮은 상황이며, 외국의 대북 ODA 집행 역시 원조효과성 등에 대한 원조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 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실행되어 왔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ODA라는 관점보다는 국제개발협력의 큰 틀에서 북한과 대북지원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ODA를 포함한 국제원조의 전 세계적인 프레임워크는 유엔이 전 회원국의 결의를 통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하고 있는 유엔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다. MDG는 절대적 빈곤퇴치, 영유아 사망률 감소,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등 총 8개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엔 회원국은 자국의 MDG 이행사항에 대한 현황을 매년 국가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북한의 경우는 유엔의 공식 모니터링 사이트(www.mdgmonitor.org)에서도 확인할 수 없으며, 그나마 2009년에 발행된 ‘아동과 여성상황 보고서’가 거의 유일한 현황평가 보고서로 보인다.


앞서 언급된 ‘유엔 인도적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 ‘열악한 보건의료 서비스’ 2) ‘높은 모자 영양실조’ 3) ‘유가 상승으로 인한 취사 및 난방 어려움’ 4) ‘국제식량 가격 상승, 자연재해, 토질, 낙후된 농기구 등으로 인한 농작물 수급의 제한’ 등이 대표적인 인도적 지원의 대상으로 뽑히고 있다. 그나마 진행되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4)와 관련된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식량 지원에 대부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나머지 1)~3) 사항과 유엔새천년개발목표의 ‘환경보호’ ‘여성권익신장’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등 가장 기초적인 개발목표 등은 다수가 대북지원의 사각지대로 머물고 있다.


앞으로의 대북지원의 접근은 대북지원 기관과 관계자들이 이러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도 인도주의적 긴급구호를 넘어서 국제개발협력의 보편적인 개발목표의 달성과 접목되는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접근을 강구함이 요구된다.

 

적정기술을 활용한 대북지원사업

적정기술의 활용은 기존의 대북지원 사업이 국제개발협력의 보편적 접근에서 부족했던 분야의 접근과 더불어 현지 상황과 현지인의 역량에 적합한 접근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번은 일간지에 「北 , 평양에 ’변기주머니‘ 등장... “없어서 못 팔 지경”」(중앙일보, 2012년 1월 2일자)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평양 주민들이 인분을 담은 주머니를 겨울철에 거리에 내놓으면 그것을 수거해 인근 협동농장의 비료로 쓰인다는 내용이었다. ’변기주머니‘는 사실 적정기술의 사례로 빈번히 거론되는 Pee Poo와 동일하다. Pee Poo는 개발도상국 난민촌이나 슬럼가에서 위생문제의 가장 큰 문제인 인분을 옆의 사진과 같은 주머니에 넣어 일정기간 흙에 묻어 놓으면 생분해성 물질로 된 주머니와 토양, 인분이 섞이면서 최상의 비료로 ‘가공’되게 된다. 평양의 ‘변기주머니’는 겨울의 혹한을 ‘동결’의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계절에 따른 사용의 제한이 있고, 인분을 다시 볏짚 등과 섞여 퇴비화 하는 재처리 과정이 필요한데 비해 Pee Poo는 ‘인분처리와 퇴비화’가 one-stop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분산형 적정기술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대북지원 사업에 있어 적정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효과는 무엇일까? 박일수는 ‘북한의 생활에너지 실태조사와 대북지원에 대한 적정기술 적용과 한계’란 글에서 “농업 분야에서 적정기술을 활용해서 지원하고 늘어난 생산물이 시장으로 나와서 거래되는 것은 지역의 문제를 비지니스적 접근을 통해 해결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관점은 비단 농업 분야 뿐 아니라 앞서의 ‘유엔 인도적 지원 보고서’에 언급된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분야에 있어 적정기술이 연계될 수 있다. 아래 표는 1) 열악한 보건의료 서비스, 2) 높은 모자 영양실조, 3) 유가 상승으로 인한 취사 및 난방 활동의 어려움 등과 관련된 적정기술의 과거 사례들이다.




인도주의적 지원 분야

관련된 적정기술 특정 제품의 예

효과

열약한 보건의료 서비스


Embrace 전기가 없이도 신생아의 체온을 적정하게 유지해 영아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적정기술.

 

라믹정수필터 (또는 바이오샌드 필터) 세락믹 용기 또는 냇물을 활용한 바이오 층의 생성을 통한 간단한 정수처리 물을 얻게 하는 적정기술.

직접



높은 모자 영양실조




Super Money Maker: 킥스타트가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족동형 개인 관개시설로 지하 6미터의 지하수를 1에이커에 해당하는 면적에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성공 적정기술.

 

Pee Poo: 인분을 퇴비화하는 개인용 퇴비제조기로서 간단한 조작과 활용으로 양질의 비료를 제조할 수 있게 하는 적정기술.




간접

유가상승으로 인한 취사 및 난방의 어려움



G-Saver: 김만갑 교수의 국내 제1호 적정기술 개발제품으로 굿네이버스를 통해 몽고에 시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이 설립된 바 있는 축열기로 열의 난방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적정기술.

직접

 


이러한 인도주의적 분야의 접근 외에도 적정기술의 활용은 다음과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가장 큰 이슈는 ‘일자리창출’ 문제라고 봤을 때, 적정기술은 ‘노동력의 절감’이 아닌 ‘인적자본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인적자본의 활성화’란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창조성(ingenuity)이 적정기술의 활용과 함께 발현되기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슈퍼머니메이커펌프’(super money maker pump)는 아프리카 거의 전역에서 사용되는 수동식 펌프로, 사용자가 최대 14미터 아래의 물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8시간 동안 2에이커의 땅에 물을 공급하게 하는 탁월한 도구다. 원래 벼농사 등을 위해 디자인된 이 제품은 사용자들이 건기에도 펌프를 사용해 과일과 채소 등을 재배하는 데 ‘응용’, 고부가가치 작물재배 및 연중 작물 재배를 통해 순익이 평균 과거 110달러에서 1,100달러로 증가했음이 현지 모니터링결과 확인됐다. 만약 전자동 펌프만 도입되었다면 노동력은 절감되겠지만, 그것을 구매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소외현상과 에너지의 지속적인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계속 해결되지 못했을 것이다.


셋째, 적정기술은 누구나 복잡한 훈련이나 과정을 이수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각자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탄자니아에서 시작된 나무심기 운동 ‘그린벨트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이는 “나무심기조차 공무원들은 ‘나무심기 교육’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태양열을 통해 충전된 에너지로 물을 정수하는 한 제품은 처음에는 오염을 뜻하는 ‘빨간색’ 빛을 띠지만, 정화가 완료되면 안전을 뜻하는 ‘녹색’ 빛을 보여주어 직관적으로 사용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런 특성들은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등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활용이 갈수록 중시되는 요즘, 매뉴얼이 없으면 사용이 곤란한 ‘첨단’ 과학기술과 비교해 적정기술 개념이 적용된 제품 또는 서비스가 가진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선진국의 핵심이슈로 부상한 현재, 고령인구에 특화된 ‘적정기술’의 필요가 높다 하겠다.

 

통일한국 지향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역할

개발원조가 가진 한계는 현지의 자립을 유도하기보다 원조에의 의존을 심화하는 ‘원조의 비극’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원조를 통해 현지의 시장이 강화되기 보다는 현지 시장이 약하 되고 외부자원과 외부개입에 의존하게 되는 시장파괴현상이 많은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현지에 무상으로 보급되는 말라리아 모기장의 경우, 일단은 말라리아 예방의 부분에서는 성과가 이루어지지만, 무상으로 보급되는 모기장의 인해 주변 지역의 상점은 모기장을 판매할 여지가 없으므로 모기장의 판매가 사라지고, 그에 따른 전면적인 제조와 유통까지 중지되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원조가 중단되는 어느 시점 또는 무상 모기장을 확보하지 못한 주민들이 모기장을 필요에 따라 구입하려 할 때 구입하지 못하는 ‘무상공급의 저주’가 시작될 때다. 이러한 문제점이 북한에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원조나 개발은 기본적으로 현지 시장을 보존하고, 시장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접근 방법으로 바람직한 방법은 ‘시장중심’의 접근을 하는 것이다. 이는 수요에 기반 한 또는 필요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원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미 북한에도 당국이 강력한 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소멸되지 않고 암묵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형성되고 발전해오고 있다.


시장중심의 적정기술 접근에 대한 좋은 예는 발표자가 비즈니스개발컨설턴트(business development consultant)로 함께 하고 있는 Vision Spring을 들 수 있다. 전 세계에는 5억 명 이상이 교정할 수 있는 시력문제로 노동과 교육, 일상생활의 정상적인 참여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Vision Spring은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4~5불에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100만개의 안경을 20여 개국에 판매한 이 단체는 현지인을 Vision Entrepreneur라는 시스템을 통해 훈련 고용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시장중심 접근을 통해 Vision Spring은 향후 5년 내로 1,000만개의 안경 판매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 지원기관 역시 이러한 국제개발협력과 적정기술 분야의 비즈니스를 토대로 진행되는 우수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지에서의 적용가능성과 시범사업 실시를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재미교포나 기타 외국인의 경우 북한 내부에서의 합작 사업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므로 Vision Spring과의 파트너십이나 기존 적정기술 활용한 사회적기업과의 연대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맺음말

북한과 관련된 대북지원 사업은 앞으로 다음의 사항에 대한 점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북지원이라는 특수성이 기존이 국제개발협력이 쌓아온 다양한 방법론과 입증된 우수사례의 적용과 활용을 저해하지 않도록 대북지원 기안지와 활동단체의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대북지원이 국제개발협력의 사례들을 참고할 때 기존의 국제개발협력이 되풀이한 오류를 똑같이 따라하지 않도록 실패사례들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접근은 하향식(top-down)에 과도히 편중되어 인프라와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 중심의 원조였다면 현지인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 현지인의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같은 상향식(bottom-up) 접근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간단하게 살펴본 적정기술을 활용한 현지인의 역량강화와 비즈니스 등 시장중심의 지속가능한 발전 접근은 위와 같은 국제개발협력의 기존 오류를 수정하면서 진행되는 보다 효과적이며 인간중심적인 접근으로 대북지원에의 활발한 적용과 고려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해 대북지원 네트워크 내에 이러한 사례를 분석하고 북한 현지의 상황에 맞춘 적정기술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가칭 ‘통일한국적정기술기획센터’ 등의 설립에 대한 추후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인도주의적 분야 외에도 시장중심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방향에 있어 적정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성공사례와 기존의 원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보다 현지인 중심’의 방법론을 제공한다. 대북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과 실무자들이 보편적인 국제개발협력의 다양한 흐름과 사례 등과 함께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시범사업을 실행해간다면 기존의 대북지원 사업이 겪었던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보다 자세한 각주 및 사진 등은 아래의 파일을 참조 (copyright@Jeong Tae Kim)

통일한국 젊은포럼_김정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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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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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oyessir.blog.me BlogIcon 화영 2012.09.18 11:13 신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곧 제 블로그에 이 글을 리뷰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 글을 링크걸게요.

  2. addr | edit/del | reply 신애 2013.04.22 01:11 신고

    개발협력관점으로 본 북한 문제에 대해 정리를 참 깔끔하게 해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