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에서 운영하는 ODA교육원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유일한 정부 차원의 ODA(공적개발원조)라고 한다. 코이카웹사이트(www.koica.go.kr)에 가면 ODA교육원이 있고 이곳에는 일반인들과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의 이해' 초급, 중급 과정과 다양한 전문가 과정이 개소되어 있다. 성남으로 이전을 한 뒤로는 처음 방문한 이곳에서 20여명의 수강생분들에게 '시장중심의 개발협력 접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이란 주제로 준비한 PPT를 하기 전에 크게 2가지의 중요한 질문을 함께 나누고 피드백을 가졌다. 내게는 이러한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접할 수 있고, 그러한 토론과 나눔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특정한 관점을 가진 분들과 소통을 할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먼저 "'시장'이란 무엇인가?"를 수강생분들에게 물어보았다.

 

많은 분들의 답변은 '돈' '생산자' '소비자' '제품' '활기' 등을 답했다. 시장은 누군가 강제적으로 '활기'를 강제하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나름의 생태계와 역학구조에서 활동을 해가는 게 바로 시장이다. 원조나 다양한 기부 행위로는 '활기'를 강제할 수 없다. 원조가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의 활기가 나타나지만, 그것이 끊기게 되는 순간 현장에는 더이상 활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개발협력의 관행은 자연스러운 활기를 조장하는가, 혹은 인위적인 활기를 만들어가는가? 

 

일부에서는 시장(market)을 사업(business)으로 오해하고, 개발협력에 있어 비지니스를 활용하는 것에 거부감과 반감을 나타내지만, 시장은 사업 뿐아니라 시민사회, 지역정부, 커뮤니티 등의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된 생태계이다.

 

'시장중심 접근'이란 개발협력 현지인들의 생태계가 왜곡되거나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해당 생태계가 강화되고 성숙되도록 돕는 접근을 뜻한다. 20여명 중에서 즉석에서 물어본 결과 이러한 방식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분들이 18명이었고, '부정적'이라고 답한 분은 2명이었다.

 

'시장중심 접근'이란 자연재해 등 긴급구호나 전쟁 등 인도주의적 상황에서는 무조건적인 배급과 보급의 접근으로 가는 것도 포함된다. 그 외에는 외부인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나름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에 그러한 시장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무상접근은 중장기적으로 현지인들의 삶에 더욱 의존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시장중심 접근'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광해'를 보고, 데이트를 하면서 밥을 먹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은 그러한 서비스와 재화가 유통되는 나름대로의 시장이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우리들은 현지인들은 이러한 '시장'을 누려서는 안되는 것처럼, 개발협력 관련된 프로젝트를 할 때 '순수한 원조'를 강조한다면서 '돈거래'를 활용하는 것을 무척 부정적으로 극단적으로는 사악하게도 생각한다.

 

나는 그러한 시장의 기능을 누리면서, 현지인들에게는 "당신들은 순수하게 살아야 하므로, 돈이나 거래 등과는 담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연 얼마나 정당한가?

 

두번째는 특정한 소위 '적정기술' 제품이라 불리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것은 적정기술 제품입니까?"라고 물었다.

 

질문을 받고 많은 분들이 잠시 침묵을 가졌다. 강사의 질문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적정기술'이라 볼 수 있는 제품인데, 왠 '이것은 적정기술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는지 의아해하는 듯 보였다. '적정기술이다'라고 답변한 분들이 다수였고, 약 4분 만이 '적정기술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결론은 '적정기술이 아니다'였다.

적정기술의 아이러니는 인간중심의 기술을 표방하면서, 어떤 경우에는 해당 제품과 기술을 실제로 쓰는 사람에게는 물어보거나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기도 전에 특정 적정기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건 적정기술 제품으로 효과가 크다. 당신 네가 에너지 문제가 많다고 들었다. 이 적정기술 제품을 쓰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결과는 해당 팀이 현지를 떠나는 순간 간단히 확인된다. 그렇게 효과가 좋다는 제품이 방치되고 애물단지로 먼지를 뒤집어 쓴다. 무엇이 문제인가?

 

적정기술이란 우리가 '적정기술이다'라고 말할 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의 입장에서 '적정'할 때 비로서 '적정기술'로 실현된다. 너무 많은 경우 우리는 적정기술이라는 라벨을 붙은 제품을, 어떤 맥락과 사용자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적용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는 오너십(ownership)을 만들 수 없다. 오너십을 만들지 못한다면 기존의 개발협력계에서 비판을 받아오던 물량주의, 상향식 원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라이프넷이든, 라이프스트로이든, 그것이 현지에 가서 사용자를 만나 검증되기 까지 그 어떤 제품도 '적정기술'이라 불릴 수 없다. 우리는 그냥 편의상 그러한 제품을 '적정기술'이라 부르는 것뿐이며, 그러한 개념을 오해하거나 편견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 국제개발에 있어 어떤 효과가 있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제는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진행하는 '2012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실무디자이너역량강화 국내과정의 '뉴 트렌드 인 디자인'(New Trend in Design) 일환으로 <적정기술과 디자인 씽킹>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중간에 휴식시간을 가지고 3시간 동안 진행하자니 체력적으로는 무척 부담이 되었는지, 중간중간 목이 매였다. 아..하...





그래도 30여명 되는 중견 디자이너분들과 적정기술 그리고 디자인씽킹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개인적인 이야기와 사례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참 귀한 기회였다. 엔지니어분들과 디자이너분들을 대상으로 각각 강연과 컨설팅을 하다보면 각 그룹의 독특한 관점과 답변들을 지켜보는 것도 참 흥미롭다. 덕분에 각 분야마다 중요한 언어와 컨셉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적정기술 비즈니스 그룹을 만나 3시간 동안 컨설팅이 잡혀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적정기술 접근을 하는 그룹과의 대화와 관점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강의 후 시간이 부족해 가지지 못했던 질문 등이 추가적으로 사무국에서 수집해서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에 대한 답변을 아래에도 옮겨본다. 



[ Q & A ]

ㅇ 적정기술과 사회적 비즈니스를 하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 유엔에서 근무하면서 지속가능하지 못한 접근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대안과 사례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부탄에서 출장을 갔다가 읽은 <Design for the Other 90%> 책을 통해 적정기술을 알게 되었다. 그후 비즈니스를 통한 접근이야말로 오너십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최고의 해결책임을 희망제작소의 Social Designer's School의 안철수 교수님과의 3개월 공부를 통해 깨달았고, 결국 유엔을 그만두고 올 9월까지 런던에서 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를 하고 귀국했다. 


ㅇ 디자이너가 실천할 수 있는 재능기부 또는 후원이 없을까요?

→ 이러한 적정기술 컨셉도출과 기획, 니즈분석에 디자이너의 참여가 필요한데, 재능기부 및 참여를 하고 싶은 분들은 연락주세요! ^^  환영합니다. 


ㅇ 적정기술에 대한 강의 잘 들었습니다. 오너쉽의 힘을 깨닫는 좋은 강의였습니다. 사회적 기업 종사자가 아닌 디자이너로서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을까요?

→ 적정기술은 꼭 사회적기업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지니스, 원조(무상공급) 등은 방법일 뿐이다. 디자이너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팀에 참여해서 디자인접근 방법론과 디자인씽킹 프레임워크를 공급할 수 있고, 실제 컨셉이 도출된 뒤에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단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ㅇ 사회흐름과 변화에 따라 디자이너들이 가져야할 자세와 변화되어야 할 마인드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 한국의 디자이너분들은 조금 더 자신감과 리더십을 회복하면 좋겠다. 디자인이 가진 솔류션으로서의 힘과 인간을 존중하는 인터페이스/사용자경험 중시 등의 접근은 사회가 인간중심으로 더욱 회귀하면서 요구되는 특별한 역량들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 디자이너들은 팀의 강력한 facilitator로서 다양한 구성원을 조율하고 이끌어 가는 경험을 조금씩 시작해봐야 한다. 


ㅇ 적정기술이라하면 크게 적용되는 것이 큰 기업에서 시도 또는 베푸는 식으로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작은 기업에서 적정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접근해야 할지가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한 조언이 없을까요?

→ 작은 기업은 기동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더욱 발빠르게 적정기술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프로토타입해보고 개선해볼 수 있다. 개발도상국 또는 BOP(Bottom of the Pyramid)의 실제사례를 봐도 대기업은 현장의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현장에서 대응능력이 어렵고, 너무 많은 이해당사자로 인해 의사결정이 어렵지만,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은 발빠른 기회포착과 기민한 접근으로 더욱 유리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적정기술이다. 일단 전 세계적인 적정기술 기반 제품/서비스의 사례를 연구해보고, 특정 고객(장애인, 군인, 이주노동자, 학생 등)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다품종-소량생산의 원칙으로 접근할 수 있다. 


ㅇ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사용자에 대한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과 문제,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숙고하고 그것을 활용해보면 좋다. 결국 많은 경우에 보편적인 경험이 존재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남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편함, 어색함, 문제의식,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떠올려보고,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자세하게 의식의 변화와 태도의 변화, 무의식적인 반응 등을 메모하고 계속 분석해보라. 작은 니즈라도 포착하는 기본적인 훈련이 될 것이다. 


ㅇ 적정기술을 개발하시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프레임워크구성을 하시는데 이러한 프레임워크 및 리서치 방법론에 정답이 있으신 건지 아니면 창의적인 방법론 기획이 선행되시는지 궁금합니다.

→ 정답은 없으며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프레임들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구할 수 있는 Human-centered Design Toolkit(IDEO)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를 읽어보면 이해는 되는 것 같은데 실상 현장에서 적용해보려면 막막할 수 있다. 정답은 없어 현장에서 융통성있게 창의적으로 기획하고, 기민하게 다양한 방법론을 활용한다. 전통적인 디자인방법론이 아닌 오픈스페이스테크놀러지(open space technology)라든지 '비지니스모델 프레임워크' 등도 활용하기도 한다. 개념 설명이 어려운 현지인들에게는 사진을 보여주며 스토리텔링 접근을 하기도 했고,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기법들도 활용한다. 


ㅇ 강의를 들어보니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적정기술이 사용되는 것 같네요. 매번 다른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힘들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문제는 매번 다양하지만, 문제의 중심인 사람은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이 중심이 아니며, 문제만을 바라보면 어떠한 영감있는 접근이나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그 문제를 '인간화'(personification)하게 되면, 문제를 접근하는 시선과 이해, 관점이 급격하게 변하게 되면서, 해결책을 넘어선 공감과 혁신이 가능하게 된다. 문제는 혁신을 가져오지 못하는데, 문제에는 영감과 따뜻함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람(persona)가 있을 때 가상의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지면서, 사고와 접근은 인간적인 기술, 지속가능한 접근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금년 11월 9일, 국내 적정기술 관련 가장 큰 행사인 적정기술국제컨퍼런스가 (사)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주관으로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진행됩니다. 다양한 세션들이 준비되고 있는데, 저는 특별히 '융복합 세션'(오후 3시 예정)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융복합 세션이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문제'를 가상의 케이스로 선정하고, 적정기술의 플레이어들이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계, 디자인계, 공학계 등 세 분야 전문가들이 각 분야의 접근법으로 솔류션을 제시하는 기회입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참가자들은 각 접근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확인하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한 협력 가능성도 함께 모색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발표자로는 기술분야 박형동 교수(서울대학교 바이오에너지), 비즈니스분야 김도형 대표(주식회사 에이드그린) 등이 확정되었고, 디자인분야 발표자는 디자인진흥원 등 업계 전문기관을 통해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발표자 외에 토론자 역시 각 분야별로 참석을 하는데, 디자인분야 정인애 대표(DOMC), 비즈니스 분야 송수진 박사(전 P&G마케터) 등이 확정되었습니다.


사례로는 섬광, 딜라이트 등이 세 분야 융합에 대한 경험과 교훈을 나눌 예정입니다. 저 역시 '적정기술 융복합 기획 프로세스' 등을 발표하며 세션을 진행하게 됩니다. 관심있는 많은 분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가등록 웹사이트가 준비되는 대로 함께 공지하겠습니다. 본 세션은 적정기술미래포럼이 공동주최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서울시가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는 기존의 '아이디어 경연대회'와는 다른 크라우드소싱/위키형 행사입니다. 각 주제에 대해 관심있는 시민들이 관련 활동가/전문가들과 대화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경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거버넌스' 과정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10월 6일 '일과 과학기술' 2.0이라는 주제로 준비되는 워키토크에 저도 host의 한 명으로 참석합니다. 15명 정도의 소그룹과 '적정기술과 사회적경제의 소비와 생산'에 대한 긴밀한 대화를 나눌 분들을 기다립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지금 참가신청을 하세요^^

 

참가신청 가기

http://www.wikiseoul.co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 9월 15일(토) 한국리더십학교에서 주최한 '제5회 통일한국젋은포럼'이 500여명의 참가자가 함께 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라>는 주제로 정치, 경제, 교육, 개발협력 등 다양한 소주제로 진행된 포럼에서 나는 '북한과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주제로 적정기술과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Peepoo는 인분을 봉지에 넣어 얇은 흙 밑에 묻어놓으면 일정 기간이 경과후 생분해성 비닐을 통해 인분이 비료화되는 적정기술 제품이다. 이는 올해 초 일간지에 보도된 '평양의 인분주머니'와 비슷한 사례로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와 발전 단계를 고려할 때 적정기술이 활용될 잠재력이 풍부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제2세션의 선택주제로 진행된 '북한과 국제개발협력'에는 100여명의 참가자가 참석을 했고 다른 주제에 비해 단연코 가장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포항공대 장수영 교수님(나눔과기술 공동대표)과 전병길 대표(통일한국젋은포럼 실행위원장)의 발표도 함께 이어졌다. 토론시간에는 "인문 전공으로서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정기술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가?"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도 나왔다. 

 

내 발표 때에는 LifeStraw를 보여주면서 "이것은 과연 적정기술 제품일까요?"라는 질문을 청중에 던졌다. 약 20여명이 그렇다고 손을 들었고, '아니오'라고 손을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이 제품은 '적정기술 제품'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떤 제품/기술이든 그것이 적정기술이라고 판명되는 순간은 해당 제품과 기술이 적용되는 지역의 사용자와 맥락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흡입에 장애를 가지거나 입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LifeStraw는 적정기술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적정'의 관점은 공급자/개발자/기술자/기획자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고객/소비자/수혜자가 판단해야할 가치이다. 



국제개발협력 관점에서의 대북지원 사업

적정기술과 시장중심의 접근을 중심으로

 

김정태

2012 Dell Social Innovation Lab Fellow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객원연구원

 

한국의 독특한 개발경험은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널리 회자되고 있는 '기적의 발전‘ 이야기 중 하나이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을 ’유엔회원국 중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성장, 사회발전, 민주주의를 성취한 매우 드문 케이스‘로 평가한바 있다. GNI기준으로 저개발국가에서 선진국 대열로 올라선 한국이 밟아온 개발의 프로세스는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과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러한 개발협력 분야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들에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현지인의 역량구축‘과 ’시장중심 접근을 통한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구축‘ 등이 있다.


이번 글의 목적은 대북지원과 관련하여 이러한 개발협력의 흐름이 어떠한 연관성과 시사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짤막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대북지원이 가졌던 여러 특수성은 대북지원 사업에 국제개발협력의 다양한 우수사례(best practice)와 세계적 흐름이 적용되거나 활용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왔다. 그러한 가장 큰 이유는 남한이 북한에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은 국제개발협력의 강력한 프레임이라 할 수 있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불어 전략물자와 인프라 구축 지원에 대한 안보적 제한, 식량물자 보급과 관련된 군사물자 전용의 의혹과 투명하고 완전한 모니터링이 어렵다는 현실들 등도 북한의 대북지원 사업이 기존의 국제개발협력의 흐름과 별개로 하나의 폐쇄적 생태계 혹은 ‘교류협력의 섬’으로 남겨지게 만든 몇 가지 이유들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 간단하게 살펴볼 적정기술의 활용과 비즈니스 등 시장중심적인 접근을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기존의 대북지원 사업이 직면한 제약과 장애요인 등을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적정기술의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고 2012년 유엔에서 발행된 ‘북한의 인도적 지원 수요와 지원 개괄’ 보고서(이후 ‘유엔 인도적 지원 수요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어떠한 적정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또한 간략하게 비즈니스 등 시장중심의 접근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도 살펴보도록 한다.

 

인간중심의 기술, 적정기술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인간의 필요를 바탕으로 현지의 환경과 맥락을 고려해서 적용되는 기술, 제품 또는 서비스’를 뜻한다. 적정기술이란 용어에 포함된 ‘기술’이란 부분 때문에 많은 비기술 분야 일반인들이 어색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적정기술의 핵심은 ‘적정’이란 부분에 놓여 있다. 어떤 특정기술이나 제품이 ‘적정기술’인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인간과 현지의 환경을 고려한 기술과 제품이 ‘적정기술’이라고 정의될 수 있다.

적정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에 한국에서 개발된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국형 안구 마우스’(eyecan), 소셜벤처인 ‘딜라이트’를 통해 보급되는 저가형 보청기 등이 있으며, 해외 사례로는 발로 작동하는 ‘슈퍼머니메이커’(SuperMoneyMaker), 전기가 없는 곳에 농수산물을 최장 21일간 신선하게 보관하는 ‘팟인팟’(Pot-in-Pot), 태양광을 통한 조리기기 ‘솔라쿠커’(Solar Cooker) 등이 있다.


적정기술의 원조는 인도 독립영웅인 마하트마 간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소금세에 저항하여 소금을 직접 만들고 영국의 면직물의 무차별적인 수입에 대항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수직물을 만드는 저항운동을 전개했는데 그의 스와라지운동의 정신은 적정기술이 주창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이러한 개념은 영국의 경제학자인 E. F 슈마허를 통해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로 구체화되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적정기술이라 불리는 개념의 원조이다.


슈마허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작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통해 적정기술이 가진 개념의 포용성을 특정 기술이나 적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전성을 가진 사상으로 발전했다. 적정기술의 개념에는 기본적으로 대량생산, 대규모발전, 소비중심주의대신 소규모생산, 분산발전, 생태학적 생산과 소비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적정기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적정기술은 그 외에도 디자인의 사회적인 역할을 고민한 빅터 파파넥, 적정기술에 기반 한 비즈니스를 진행한 폴 폴락 등을 통해 기존의 대안운동을 탈피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보다 포괄적인 의미와 관계성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북한과 적정기술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기에 앞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대북지원의 특수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국제개발협력에서 바라 본 남북교류 또는 대북지원의 관계

주지하다시피 국제개발협력의 개념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의 시장을 재건하기 위한 시작된 ‘마셜플랜’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의 재건의 기준이었던 원조중심의 개발협력 기조는 196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신생독립국을 대상으로 한 개발협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마셜플랜의 유럽원조를 감독한 기구에서 발전한 현재의 경제협력발전기구(OECD) 산하에는 이러한 원조의 큰 축인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의 국제적인 표준과 정책을 담당하는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가 있다. 이곳은 정기적으로 ODA를 받을 수 있는 국가(recipient)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현재 북한 역시 수혜대상국으로 포함되어 있다. ODA는 “DAC가 정한 수원국 리트에 있는 국가 및 지역, 또는 다자간 개발협력기구에 제공되는 자금 또는 기술협력”을 의미하는데, 남북관계에서 모든 대북지원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정치적인 이유로 ODA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대북지원이 ODA로 전환될 필요에 대한 연구는 있어왔지만 그 현실성은 낮은 상황이며, 외국의 대북 ODA 집행 역시 원조효과성 등에 대한 원조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 등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실행되어 왔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ODA라는 관점보다는 국제개발협력의 큰 틀에서 북한과 대북지원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ODA를 포함한 국제원조의 전 세계적인 프레임워크는 유엔이 전 회원국의 결의를 통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하고 있는 유엔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 MDG)다. MDG는 절대적 빈곤퇴치, 영유아 사망률 감소,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등 총 8개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엔 회원국은 자국의 MDG 이행사항에 대한 현황을 매년 국가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북한의 경우는 유엔의 공식 모니터링 사이트(www.mdgmonitor.org)에서도 확인할 수 없으며, 그나마 2009년에 발행된 ‘아동과 여성상황 보고서’가 거의 유일한 현황평가 보고서로 보인다.


앞서 언급된 ‘유엔 인도적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1) ‘열악한 보건의료 서비스’ 2) ‘높은 모자 영양실조’ 3) ‘유가 상승으로 인한 취사 및 난방 어려움’ 4) ‘국제식량 가격 상승, 자연재해, 토질, 낙후된 농기구 등으로 인한 농작물 수급의 제한’ 등이 대표적인 인도적 지원의 대상으로 뽑히고 있다. 그나마 진행되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4)와 관련된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식량 지원에 대부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나머지 1)~3) 사항과 유엔새천년개발목표의 ‘환경보호’ ‘여성권익신장’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등 가장 기초적인 개발목표 등은 다수가 대북지원의 사각지대로 머물고 있다.


앞으로의 대북지원의 접근은 대북지원 기관과 관계자들이 이러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도 인도주의적 긴급구호를 넘어서 국제개발협력의 보편적인 개발목표의 달성과 접목되는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접근을 강구함이 요구된다.

 

적정기술을 활용한 대북지원사업

적정기술의 활용은 기존의 대북지원 사업이 국제개발협력의 보편적 접근에서 부족했던 분야의 접근과 더불어 현지 상황과 현지인의 역량에 적합한 접근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번은 일간지에 「北 , 평양에 ’변기주머니‘ 등장... “없어서 못 팔 지경”」(중앙일보, 2012년 1월 2일자)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평양 주민들이 인분을 담은 주머니를 겨울철에 거리에 내놓으면 그것을 수거해 인근 협동농장의 비료로 쓰인다는 내용이었다. ’변기주머니‘는 사실 적정기술의 사례로 빈번히 거론되는 Pee Poo와 동일하다. Pee Poo는 개발도상국 난민촌이나 슬럼가에서 위생문제의 가장 큰 문제인 인분을 옆의 사진과 같은 주머니에 넣어 일정기간 흙에 묻어 놓으면 생분해성 물질로 된 주머니와 토양, 인분이 섞이면서 최상의 비료로 ‘가공’되게 된다. 평양의 ‘변기주머니’는 겨울의 혹한을 ‘동결’의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계절에 따른 사용의 제한이 있고, 인분을 다시 볏짚 등과 섞여 퇴비화 하는 재처리 과정이 필요한데 비해 Pee Poo는 ‘인분처리와 퇴비화’가 one-stop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분산형 적정기술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대북지원 사업에 있어 적정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과 효과는 무엇일까? 박일수는 ‘북한의 생활에너지 실태조사와 대북지원에 대한 적정기술 적용과 한계’란 글에서 “농업 분야에서 적정기술을 활용해서 지원하고 늘어난 생산물이 시장으로 나와서 거래되는 것은 지역의 문제를 비지니스적 접근을 통해 해결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관점은 비단 농업 분야 뿐 아니라 앞서의 ‘유엔 인도적 지원 보고서’에 언급된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분야에 있어 적정기술이 연계될 수 있다. 아래 표는 1) 열악한 보건의료 서비스, 2) 높은 모자 영양실조, 3) 유가 상승으로 인한 취사 및 난방 활동의 어려움 등과 관련된 적정기술의 과거 사례들이다.




인도주의적 지원 분야

관련된 적정기술 특정 제품의 예

효과

열약한 보건의료 서비스


Embrace 전기가 없이도 신생아의 체온을 적정하게 유지해 영아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적정기술.

 

라믹정수필터 (또는 바이오샌드 필터) 세락믹 용기 또는 냇물을 활용한 바이오 층의 생성을 통한 간단한 정수처리 물을 얻게 하는 적정기술.

직접



높은 모자 영양실조




Super Money Maker: 킥스타트가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족동형 개인 관개시설로 지하 6미터의 지하수를 1에이커에 해당하는 면적에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성공 적정기술.

 

Pee Poo: 인분을 퇴비화하는 개인용 퇴비제조기로서 간단한 조작과 활용으로 양질의 비료를 제조할 수 있게 하는 적정기술.




간접

유가상승으로 인한 취사 및 난방의 어려움



G-Saver: 김만갑 교수의 국내 제1호 적정기술 개발제품으로 굿네이버스를 통해 몽고에 시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이 설립된 바 있는 축열기로 열의 난방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적정기술.

직접

 


이러한 인도주의적 분야의 접근 외에도 적정기술의 활용은 다음과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가장 큰 이슈는 ‘일자리창출’ 문제라고 봤을 때, 적정기술은 ‘노동력의 절감’이 아닌 ‘인적자본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인적자본의 활성화’란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창조성(ingenuity)이 적정기술의 활용과 함께 발현되기에 가능하다. 예를 들어 ‘슈퍼머니메이커펌프’(super money maker pump)는 아프리카 거의 전역에서 사용되는 수동식 펌프로, 사용자가 최대 14미터 아래의 물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8시간 동안 2에이커의 땅에 물을 공급하게 하는 탁월한 도구다. 원래 벼농사 등을 위해 디자인된 이 제품은 사용자들이 건기에도 펌프를 사용해 과일과 채소 등을 재배하는 데 ‘응용’, 고부가가치 작물재배 및 연중 작물 재배를 통해 순익이 평균 과거 110달러에서 1,100달러로 증가했음이 현지 모니터링결과 확인됐다. 만약 전자동 펌프만 도입되었다면 노동력은 절감되겠지만, 그것을 구매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소외현상과 에너지의 지속적인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계속 해결되지 못했을 것이다.


셋째, 적정기술은 누구나 복잡한 훈련이나 과정을 이수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각자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탄자니아에서 시작된 나무심기 운동 ‘그린벨트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이는 “나무심기조차 공무원들은 ‘나무심기 교육’을 받아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태양열을 통해 충전된 에너지로 물을 정수하는 한 제품은 처음에는 오염을 뜻하는 ‘빨간색’ 빛을 띠지만, 정화가 완료되면 안전을 뜻하는 ‘녹색’ 빛을 보여주어 직관적으로 사용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런 특성들은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등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활용이 갈수록 중시되는 요즘, 매뉴얼이 없으면 사용이 곤란한 ‘첨단’ 과학기술과 비교해 적정기술 개념이 적용된 제품 또는 서비스가 가진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선진국의 핵심이슈로 부상한 현재, 고령인구에 특화된 ‘적정기술’의 필요가 높다 하겠다.

 

통일한국 지향을 위한 사회적기업의 역할

개발원조가 가진 한계는 현지의 자립을 유도하기보다 원조에의 의존을 심화하는 ‘원조의 비극’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원조를 통해 현지의 시장이 강화되기 보다는 현지 시장이 약하 되고 외부자원과 외부개입에 의존하게 되는 시장파괴현상이 많은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현지에 무상으로 보급되는 말라리아 모기장의 경우, 일단은 말라리아 예방의 부분에서는 성과가 이루어지지만, 무상으로 보급되는 모기장의 인해 주변 지역의 상점은 모기장을 판매할 여지가 없으므로 모기장의 판매가 사라지고, 그에 따른 전면적인 제조와 유통까지 중지되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원조가 중단되는 어느 시점 또는 무상 모기장을 확보하지 못한 주민들이 모기장을 필요에 따라 구입하려 할 때 구입하지 못하는 ‘무상공급의 저주’가 시작될 때다. 이러한 문제점이 북한에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원조나 개발은 기본적으로 현지 시장을 보존하고, 시장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접근 방법으로 바람직한 방법은 ‘시장중심’의 접근을 하는 것이다. 이는 수요에 기반 한 또는 필요에 따라 수요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원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미 북한에도 당국이 강력한 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소멸되지 않고 암묵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형성되고 발전해오고 있다.


시장중심의 적정기술 접근에 대한 좋은 예는 발표자가 비즈니스개발컨설턴트(business development consultant)로 함께 하고 있는 Vision Spring을 들 수 있다. 전 세계에는 5억 명 이상이 교정할 수 있는 시력문제로 노동과 교육, 일상생활의 정상적인 참여를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Vision Spring은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4~5불에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100만개의 안경을 20여 개국에 판매한 이 단체는 현지인을 Vision Entrepreneur라는 시스템을 통해 훈련 고용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시장중심 접근을 통해 Vision Spring은 향후 5년 내로 1,000만개의 안경 판매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 지원기관 역시 이러한 국제개발협력과 적정기술 분야의 비즈니스를 토대로 진행되는 우수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지에서의 적용가능성과 시범사업 실시를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재미교포나 기타 외국인의 경우 북한 내부에서의 합작 사업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므로 Vision Spring과의 파트너십이나 기존 적정기술 활용한 사회적기업과의 연대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맺음말

북한과 관련된 대북지원 사업은 앞으로 다음의 사항에 대한 점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북지원이라는 특수성이 기존이 국제개발협력이 쌓아온 다양한 방법론과 입증된 우수사례의 적용과 활용을 저해하지 않도록 대북지원 기안지와 활동단체의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대북지원이 국제개발협력의 사례들을 참고할 때 기존의 국제개발협력이 되풀이한 오류를 똑같이 따라하지 않도록 실패사례들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접근은 하향식(top-down)에 과도히 편중되어 인프라와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 중심의 원조였다면 현지인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 현지인의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같은 상향식(bottom-up) 접근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간단하게 살펴본 적정기술을 활용한 현지인의 역량강화와 비즈니스 등 시장중심의 지속가능한 발전 접근은 위와 같은 국제개발협력의 기존 오류를 수정하면서 진행되는 보다 효과적이며 인간중심적인 접근으로 대북지원에의 활발한 적용과 고려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를 위해 대북지원 네트워크 내에 이러한 사례를 분석하고 북한 현지의 상황에 맞춘 적정기술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가칭 ‘통일한국적정기술기획센터’ 등의 설립에 대한 추후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인도주의적 분야 외에도 시장중심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방향에 있어 적정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된 성공사례와 기존의 원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보다 현지인 중심’의 방법론을 제공한다. 대북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과 실무자들이 보편적인 국제개발협력의 다양한 흐름과 사례 등과 함께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시범사업을 실행해간다면 기존의 대북지원 사업이 겪었던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보다 자세한 각주 및 사진 등은 아래의 파일을 참조 (copyright@Jeong Tae Kim)

통일한국 젊은포럼_김정태.hwp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oyessir.blog.me BlogIcon 화영 2012.09.18 11:13 신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곧 제 블로그에 이 글을 리뷰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 글을 링크걸게요.

  2. addr | edit/del | reply 신애 2013.04.22 01:11 신고

    개발협력관점으로 본 북한 문제에 대해 정리를 참 깔끔하게 해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9월 8일 제4회 적정기술포럼(적정기술미래포럼/특허청 공동주최)이 열렸습니다. 100여명이 넘는 다양한 전공(비즈니스, 디자인, 엔지니어, 개발협력 등) 배경의 참가자분들이 오셔서 그 어떤 적정기술포럼 보다도 열띤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저는 '시장중심 적정기술 개발을 위한 방법론과 사례'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국내 적정기술이 초반의 인지제고 단계를 넘어 이제는 보다 높은 기대수준과 니즈가 발생했습니다. 보다 현지인을 중심으로 하는 적정기술, 지속가능한 적정기술이 되기 위한 바램이자 필요성이라 할까요? 그 해답의 일부를 저는 '시장중심'(market-driven)의 적정기술의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란 사업(business)중심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잘못 오해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적인 논쟁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시장이란 사업뿐 아니라 공공재의 교환과 소비, 사회자본의 생성과 활용까지 포함하는 '사람의 생활권'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내용입니다. 그동안 다수의 원조는 이러한 '시장'의 민감한 생태계를 의식하지 않고, 지극히 자극적인 외부효과의 도입을 통해 종래에 있어왔던 '시장'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파괴하기도 했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시장중심 적정기술 개발 방법론 프로세스'는 특정한 기술이나 제품을 염두에 두고 현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현지인의 행동과 이야기를 통해 도출된 니즈를 바탕으로 기술과 제품을 규정하는 접근입니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 국제개발협력에 접목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발표용 PPT와 발표논문을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지난 6월 말라위에서 시작한 '커뮤니티비즈니스 프로젝트' 사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중심 적정기술'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해나가며, 해당하는 사례도 계속 만들어가겠습니다. 






제4회 적정기술포럼

시장중심 적정기술 개발을 위한 방법론

한국의 ‘적정기술 2.0’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김정태

적정기술미래포럼 사무국장

홀트국제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정신

 

 

"적정기술 운동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학의 기본 규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마틴 피셔 (킥스타트 공동창업자)

 



들어가는 질문: 원탁의 8개의 의자

가장 이상적인 적정기술 프로젝트를 위해 마련된 원탁 테이블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곳에는 8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각각의 의자에는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다. 각각의 의자는 그 방향에서만 바라보고 관찰할 수 있는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 8개의 의자에 앉는 사람들의 분야에는 어떠한 것들일까?

 

적정기술에도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앞서 인용한 적정기술 운동의 선구자인 마틴 피셔를 비롯해, 또 다른 국제적인 적정기술 아이콘인 폴 폴락 IDE대표 또한 보다 파격적인 선언을 한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의 제목은 “적정기술 운동은 사망했다”였다. 이들이 바라보는 적정기술 운동의 실패 또는 ‘사망’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공통적인 분모를 발견하게 된다. ‘원탁의 8개 의자’를 다시 비유로 든다면, 너무 많은 자리가 비어있는 상태로 적정기술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적정기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인간중심’이나 지속가능성의 토대가 되는 ‘시장중심’의 관점을 제공할 수 있는 의자가 빈 상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비어있는 자리를 인식하고 그 자리에 필요한 필수적인 이해관계자들과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것은 적정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적정기술’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그에 필요한 이해관계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거버넌스를 통해 특정한 적정기술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그 앞뒤 순서가 바뀌었다.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번 포럼의 주제와 약간 벗어나기에 깊게 다룰 수는 없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적정기술 운동의 시작과 발전이 주로 학계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한 몫을 한다. 이러한 배경은 적정기술의 한 관점에서는 강력한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그 장점이 또한 약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둘째 적정기술을 논의하는 그룹들이 학계, 개발협력 분야, 디자인 계통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분야의 융합과 협력을 모색하는 장의 형성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각 분야를 이해하고 이를 거버넌스로 연결시키는 ‘플랫폼 코디네이터’도 부족하다. 


셋째, 적정기술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를 하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단기적인 성과를 내야할 필요에 따라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물’의 생성에 집중하게 된다. 많은 경우 이러한 적정기술 결과물‘은 기존 국제개발협력이 진행하는 일회성(one-off) 원조와 차이가 없다. 


마지막으로 적정기술 운동에 참여하는 비즈니스 전공자들이 부족하며 적정기술팀에서 비즈니스 분야의 관점을 제공할 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적정기술이 국내에서 주로 관련되어 온 국제개발협력의 일반적인 지형과도 맞물려 있다. 국내에서 시작되는 대다수의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는 ’시장중심‘이 아닌 지원예산을 활용한 ’원조‘ 중심의 접근이기에 비즈니스라는 프레임을 활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특징들은 국내의 적정기술 운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차후 조금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한 부분들이다.


이번 글에서는 적정기술이 지닌 본연의 가치, 즉 ‘인간중심’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중심’ 적정기술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론과 사례를 간단히 핵심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하 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 발표내용은 보완되어 국제개발협력 논문집에 실릴 예정입니다. 



적정기술과 비즈니스 (적정기술포럼)_수정축약.hwp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나온지 이제 한 달이 되어 늦은 감이 있지만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적정기술미래포럼에서 기획을 해서 관련되어 활동을 하는 분들이 다양한 분야(디자인, 비즈니스, 지속가능성, 자원활동, 국제협력 등)와 관련되어 적정기술의 접근을 쓴 '융합 개론서'입니다. 


저는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에 대한 부분과 에필로그 부분을 썼습니다. 적정기술과 관련해서는 지난번에 홍성욱 교수님과 함께 쓴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살림지식총서)에 이어 2번째 서적입니다. 적정기술에 있어 개발협력과 비즈니스의 접근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본격적인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는 글입니다.  적정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비즈니스' '현지의 적정기술 기획과 개발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등의 주제로 계속 글을 써나갈 생각입니다. 많은 견해와 의견, 충고 부탁드립니다. 





[에필로그]

적정기술은 세계관이자 플랫폼이다

김정태

 

적정기술의 다양한 접점을 소개한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은 적정기술이 지닌 의미가 단지 ‘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의미와 넓은 활용 범위를 지닌 것임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기술’을 넘어선 적정기술을 크게 두 가지의 의미로 요약해보고자 한다.


 

첫째, 적정기술은 특정한 사고의 방향, 사고의 관점을 가리키는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적정기술을 낮은 수준의 기술이나 도구의 활용, 첨단기술의 배척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정기술은 기술수준과 활용장소와 상관없이 우선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경제의 외부효과를 통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와 GDP의 성장과는 반대로 빠르게 저하되는 것이 느껴지는 삶의 질 앞에서 적정기술은 대안적인 세계관을 제안한다. 이러한 적정기술 세계관의 특징은 기술의 수준이 아닌 사용자 경험을 우선시하며, 발전을 위한 발전보다는 지속가능을 위한 발전, 집약적 성장보다는 분산적 성장, 세계화보다는 현지화, 개인중심보다는 공동체중심의 경향을 포함한다. 최근 적정기술의 적용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개발협력 현장 외에도 적정기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만큼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은 세계관이자 전략이다.



적정기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슈마허는 적정기술을 논의하면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했다. 최근 지속가능발전 논의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생체모방학(biomimicry)을 통해 그의 통찰력 있는 전략의 진정성과 적실성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생체모방학이란 35억년 이상 지난 발전해온 지구 생태계의 최적의 패턴과 원칙을 인간이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하고자 하는 접근을 말한다. 자연은 가장 혹독한 환경과 조건, 자원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아프리카의 흰개미들이 40도가 넘는 대지에서 개미집을 짓고 살아가는 패턴의 발견과 적용을 통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는 원활한 통풍을 통해 서늘한 기온이 자연적으로 유지되는 쇼핑몰이 세워지기도 했다. 생체모방학에서는 해결하고자 하는 이슈를 파악한 후에 자연의 패턴을 확인하고 원칙을 발견하기 전에 먼저 다음의 질문을 하게 된다. “이 문제는 어떻게 자연에서 해결하고 있는가?” 우리의 지속가능하지 못한 인위적이고 대증적인 수준의 세계관이 아니라 자연이 지속가능한 최적화된 방법으로 발전해온 관점으로 눈을 돌릴 때 생각지도 못했던 발견들이 이루어지게 된다. 


적정기술이 세계관이라고 했을 때, 현대사회에 적정기술이 기여하는 최고의 역할은 바로 그러한 질문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빈곤, 에너지, 물부족, 기근, 도시발전, 농업발전, 생물다양성 등 현대의 급증하는 이슈에 우리는 적정기술이 가진 세계관을 통해 “이러한 이슈를 우리는 어떻게 지속가능하며 분권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게 된다. 즉, “어떻게 적정화할 것인가?” 질문인 셈이다. 질문이 올바르게 될 때 올바른 답변이 비로써 가능해진다.

 

세계관으로서의 적정기술에 이어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적정기술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이 책을 통해 시도되었듯이 적정기술은 다양한 영역과 흐름과 접속하고 융합하는 장(場)의 역할을 한다. 『플랫폼 전략: 장을 가진 자가 미래의 부를 지배한다』라는 책은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플랫폼 전략적 사고’”라고 말한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모여 시너지를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하므로 동반성장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바로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플랫폼으로서의 적정기술은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국제개발, 디자인, 도시개발, 비즈니스, 공공정책 등 다양한 영역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제개발이 적정기술이란 플랫폼에 함께 하면서 ‘인간중심의 지속가능한’ 개발접근 논의가 만들어져 왔다. 디자인과 적정기술의 만남은 이미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반절 이상이 거주하게 된 도시의 다양한 문제는 적정기술 플랫폼을 통해 ‘소외된 90%와 함께 하는 디자인’이란 융합을 이루고 있다. 스미소니언연구소에서 발간되어 한국어판 발간을 앞둔 동일한 이름의 사례집은 슬럼지역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이 유한한 자원과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창의성과 수완을 발휘하는 지를 놀랍게 묘사하고 있다. 비즈니스 또한 적정기술이란 플랫폼에서 과거에는 유통되지 못했던 사회기술과 사회서비스를 유통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영역들이 적정기술이란 플랫폼에 연결되면서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적정기술이 가진 사고체계로서의 올바른 방향성과 더불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구체적이며 실용적인 도구적 활용성도 포함되어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외부효과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를 방지하고 상쇄하기 위한 수많은 자원의 소비로 저하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위기 앞에 적정기술이 가진 플랫폼의 가치는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언론이나 SNS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되는 ‘적정투자’ ‘적정소비’ ‘적정발전’ 등과 같은 용어의 사용은 적정기술의 플랫폼에 더 많은 사회경제 요소가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적정기술을 비유하자면 적정기술은 유연한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적정기술은 형태와 쓰임을 달리한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소득수준이 어떠하든 주어진 ‘그릇’에 따라 적정기술의 ‘형체’는 달라진다. 필자가 현재 체류하고 있는 영국은 2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빗물활용’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주요일간지인 가디언지는 “영국의 물 문제는 물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 채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하며 그 해결책으로 가구별 빗물저장시스템(rainwater catchment system)을 제안했다. 캄보디아에서 방문한 지역에서도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빗물받이 항아리를 활용하고 있었다. 빗물저장 시스템의 비용, 모양, 성능 등도 다르고, 영국과 캄보디아의 소득수준도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그곳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즉, 지속가능한 해결책으로서 적정기술이 유연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했을 때 그것은 ‘작은 것이 편하기 때문에 아름답다’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작은 것, 분산화 되고, 지속가능한 적정기술은 현대사회가 독점적인 권리인 것 마냥 제시하는 ‘편리성’을 반드시 동반하지는 않는다. 적정기술은 불편함에 오래 동안 경시되어왔던 인간중심과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선사한다. 많은 경우 편리성은 인간 대신 기술을 앞세웠고, 복잡한 기술과 시스템의 논리에 인간을 소외하곤 했다. 앞서 언급한 생체모방학이 던지는 핵심질문과 같이 세계관이지 플랫폼인 적정기술은 우리에게 편리가 아닌 올바른 것의 관점에서 우리가 당면한 복잡한 이슈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도울 것이다. “어떻게 적정화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변을 기대해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번 5월 22일부터 6월 7일까지 진행된 케냐와 말라위에서의 일정은 개인적으로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과 디자인사고(design thinking)가 어떻게 개발협력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경험하고 실험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문가미팅에서부터 현지인과 함께 하는 "인간중심 디자인 툴킷"(Human-centered Design Toolkit) 워크숍, 마이크로워크 오리엔테이션, 개발혁신포럼 진행과 현장방문 등을 통해 얻게 된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들을 이번 블로그에 연재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현장에서 적은 일기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내용도 올릴 생각이다.  



사회적기업가정신- 킥스타트(KickStart)편(1)

킥스타트(KickStart) "모든 것은 비즈니스다: 적정기술을 통한 빈곤탈출까지도"


김정태

사회혁신 사회적기업가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킥스타트(KickStart)의 입구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고 좁았다. 하지만 이곳이 바로 '적정기술의 비즈니스' 또는 '비즈니스를 통한 개발협력'의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이야기의 중심이다. 


킥스타트는 빈곤을 소용돌이로 이해한다. 한번 빈곤의 사슬(vicious cycle)에 걸리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결국 사람을 이러한 빈곤의 덫에서 빼내기 위해(out of poverty) 필요한 도구를 킥스타트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고보았다. 기술을 통해 사람들은 식량, 연료, 거주지 등의 기본적인 필요을 채우고, 자녀들의 교육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수입을 확보하게 된다. 



빈곤층에게 자선이나 원조가 아닌 스스로의 자립과 소득창출에 이를 수 있는 기술을 지속가능한 시장매커니즘을 통해 개발하고 보급하려는 킥스타트의 이야기를 KickStart Africa Office와 Technology Development Facility 두 곳을 방문해 확인해보았다. 



인터뷰를 진행한 Lincoln Kariuki (Export Markets Development Manager). 자세하게 답변했을 뿐아니라 반나절 동안 동행하면서 킥스타트의 모든 제품을 시연해보는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말라위에서 다시 만나 구믈리라 밀레니엄빌리지에서 KickStart 제품이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함께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역량개발을 위한 엔진: 비즈니스

인터뷰 장소로 안내한 링컨은 장소가 약간 비좁은 이유를 "행정비용을 최소화하기 하기 위해 예전에 사무실 공간을 축소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킥스타트의 '모든 것이 비즈니스다'(Everything is All About Business)라는 독특한 관점은 이번 방문 내내 계속 발견된 주제였다. 


링컨은 킥스타트를 역량개발(capacity building) 회사로 재정의했다. 개발현장의 농민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지만, 그 모든 것의 미션은 "역량개발을 통한 고객의 탈빈곤화"(moving people out of poverty through capacity development)로 요약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저비용 고효율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비즈니이며, 그러한 비즈니스의 제품이자 서비스로서 적정기(appropriate technology)에 기반한 인간동력형 관개시설(irrigation tool)인 수퍼머니메이커와 머니메이커힙펌프 등의 주력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역량개발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지 빈곤탈출뿐아니라 지속적인 부의 획득으로 인한 성장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진보에 가치를 두는 과학기술을 총칭"하며 "사용자의 역량을 확충하는 기능을 통해 인간에게 보편적인 삶의 질을 누리는 권리"를 제공한다 (김정태, 홍성욱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기술: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살림지식총서 395). 적정기술과 역량개발, 그리고 비즈니스를 통한 개발협력의 달성이라는 묘한 조합이 킥스타트라는 이야기 안에 모두 담겨져 있다. 



회의장 한켠에 붙여있는 KickStart의 비즈니스 접근의 고민들. 개발협력과 관련된 조직이지만 이곳의 직원들은 철저한 '비즈니스 사고'로 무장되어 있다.  



상호보완적이면서 시너지를 내는 두 창업자의 만남 

킥스타트의 원래 이름은 ApproTEC으로서 1991년 영국인인 닉 문(Nick Moon)과 미국인인 마틴 피셔(Martin Fisher)에 의해 설립되었다. 킥스타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사람의 경력과 만나게 된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닉 문은 MBA 학위를 지닌 사회적기업가(social entrepreneur)이며, 마틴 피셔는 기계공학 박사학위 출신의 사회적기술자(social engineer) 였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창업한 킥스타트는 따라서 Social Engineering Entrepreneurship(사회적기술-기업가정신)을 충실히 나타내고 있다. 


먼저 닉 문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성장하면서 개발에 대한 남다른 경험과 관점을, 사업체를 운영하던 영국인 기업가였다. 서아프리카에 근거한 일을 처리하면서 그는 개발자원봉사자(volunteer development worker)로서 1982년 케냐에 오게 된다. 서부 케냐지역에서 기술훈련강사로 일하던 그는 ACTIONAID라는 영국자선단체에 1984년 합류하여 나이로비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지역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의 기획과 관련된 훈련을 담당하게 된다. 닉 문이 30살이 되었던 1985년 그는 당시 27살이었던 자신의 동업자 마틴 피셔를 만나게 된다. 당시 피셔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응용기계공학(applied mechanics)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개발협력 기관들이 어떻게 적정기술을 문제해결에 활용하고 있는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가지고 방문한 상황이었다. 


ACTIONAID를 조사차 방문한 마틴 피셔는 닉 문을 만나게 되고, 그 둘은 "서로의 전문성 뿐아니라 성격까지 서로 보완적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틴은 수완있는 공학자이면서 두뇌 회전이 빠르고 아이디어와 성취지향적인 사람이었고, 닉 문은 다양한 개발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해 실행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킥스타트가 적정기술 기반이면서도 여타 다른 적정기술보급기관과 다른 점으로 이러한 상호보완적이면서 아이디어와 실행, 기술과 보급이 균형을 잡아가도록 만드는 두 리더의 만남과 협력을 눈여겨볼 만하다. 


ACTIONAID를 비롯해 수많은 개발협력 기관의 기본적인 철학에 동의할 수 없었던 그들은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고' '제공되는 제품/서비스가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며' '현지에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적정기술 기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보게 된다. 최창기에는 컨설턴트 업무를 통해 재정을 확보했고, 1992년 소말리아 난민들의 케냐로의 대거유입때 구호업무를 담당하면서 국제적인 명성과 일단의 네트워크, 그리고 자본금을 확보하게 된다. 본격적인 그들의 미션을 수행할 기틀이 잡힌 것이다. 



마틴 피셔가 쓴 'Design to Kickstart Incomes'란 글은 개발협력 현장의 빈곤층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개발협력 접근인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그것을 간단히 '돈'(소득창출)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글은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에딧더월드)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소규모영농인을 고객으로 

킥스타타는 현재 케냐의 아프리카사무소를 중심으로 동부아프리카에서는 잠비아, 말라위,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우간다, 부룬디, 르완다 등 8개국, 서부아프리카는 말리와 부키나파소 등 2개국에 진출해 있다. 아프리카 빈곤층의 80%가 소규모 영농인인 점에 착안하여 킥스타의 적정기술은 주로 농작물 소출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제품은 바로 머니메이커 관개펌프(MoneyMaker Irrigation Pump)이다. 현재까지 19만개 이상이 팔린 이 제품은 인간동력(foot-powered)만으로 지하 최고깊이 7m의 물을 최고 14m까지 올릴 수 있고, 수평적으로는 200m를 이동해 2에이크에 해당하는 면적의 관개작업을 몇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제품 소개와 특징은 다음편에서 하도록 하겠다. 


링컨에게 킥스타트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제일 큰 어려움으로 "end-user(소규모 영농인)를 이해하고 이들이 킥스타트의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으로 뽑았다. 킥스타트야말로 현장의 소규모 영농인들을 제일 잘 이해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했지만, 킥스타트는 생각보다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사실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은 고객가치를 생성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케냐 기준 155달러인 '머니메이커'를 다양한 loan을 통해 구입하는 것은 개발현장 빈곤층에게 불확실한 도전일 수 있다. '지속적인 기금을 모으는 일'이나 '새로운 기술혁신을 하는 것'이 아닌 "고객"에 관련된 것이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뽑은 것은 그만큼 킥스타트가 철저한 '비즈니스' 토대 위에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도전과제에 대해 링컨은 "각국 정부가 적정기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지원하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 정부는 빠른 산업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정작 국가의 주요산업기반인 농업 부분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더구나 머니메이커 같은 경우는 개개인의 소득창출을 올리는 분산형/개인형 적정기술제품으로서 아무리 효과가 입증되어도 '국가산업' 발전에 목매이는 정부 관리들에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도 문제는 존재한다고 했다. 모잠비크 정부가 해당 개념을 가져가 수천개의 '유사' 머니메이커를 농민들에게 무상배포를 했는데,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제품의 질과 유지보수 등과 같은 비즈니스 개념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링컨은 분석했다.


링컨은 "지속가능한 것은 작은 단위(small scale)"이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개발전략은 대부분 거시단위(macro level)의 접근으로서 전통적인 개발원조의 접근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최근 녹색성장과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논의가 Rio+20 등을 통해 증폭되면서 과연 이러한 접근의 차이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 기다려보게 된다.  



킥스타트 MoneyMaker의 Impact


1) 11만개 가구가 농작물 소출향상 및 대량생산으로 family enterprise로 활발하게 기능

2) 165,052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3) 머니메이커를 통해 고객들에게 매년 천억원 이상의 신규 수익이 창출



킥스타트에게 "모든 것은 비즈니스다"

킥스타트의 이모저모를 이해하고 발견하면서 다시금 킥스타트는 철저한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 특별하게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임팩트평가와 모니터링 부서의 운영(Impact Evaluation and Monitoring)

킥스타트의 내부 조직에는 제품의 임팩트를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부서가 핵심부서 중 하나로 간주된다. 2명의 개발경제학 박사가 이끄는 이 팀은 킥스타트의 다양한 제품이 단지 output(소득창출)을 넘어서 사회경제적으로 어떠한 impact(발전임팩트)를 가져오는지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에를 들어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스크래치카드를 제공받아서, 제품을 사용한 후에 toll-free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제품만족도를 나누는 m-Survey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게 된다. 응답자에게는 핸드폰 통화시간(airtime)이 충전되기 때문에 응답률이 무척 높다고 한다. 또한 회사 자체적으로 약 1,300명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해 이들의 월수입, 연수입이 어떻게 변하며 소비지출구조, 자녀들의 몸무게와 신장, 여성의 권익신장 등 구체적인 변화를 추적해가고 있다. 킥스타트의 이러한 접근은 다른 개발협력 기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혁신으로서 철저한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킥스타트만의 고집스런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 철저한 원가계산과 비즈니스 마인드

킥스타트의 주요제품들은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어 아프리카로 선적되고 있다. 적정기술의 원칙 중 하나인 '가급적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는 퀄리티와 비용절감이라는 또다른 가치를 위한 '원칙의 융통적인 적용'이라 할 수 있다. 킥스타트는 2005년부터 중국의 한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작비와 선적비 등을 다 포함해도 케냐에서 제작하는 것보다 20달러가 싸고, 제품의 마무리 처리 등에서 중국산이 월등하기 때문에 'made in Africa'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나중에 제품창고에 가면서도 그는 수차례 중국산과 케냐산을 비교하면서 끝처리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주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더 저렴하고 더 품질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킥스타트는 철저한 원가계산을 통해 제품생산은 중국으로 옮기고, 케냐에서는 제품혁신과 마케팅, 유통에 집중하고 있다. 


3) 판매망이 아닌 기술개발과 협력에 중점

이는 다시금 킥스타트의 경쟁우위로 연결된다. 킥스타트는 제품을 자체 판매망이 아닌 활동 국가에 원래 존재하는 농업기기 전문상점의 대리점을 통해 공급한다. 비즈니스 특히 BOP(피라미드의 저변)와 같은 현장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는 흔히 'last mile'이라 불리는 유통과 판매망의 확충이다. 킥스타트는 이러한 도전과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이미 지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상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자사의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신 킥스타트의 각 부서는 제품혁신과 신규 제품 제작, 국내외 개발협력 관련 전시와 컨퍼런스 등에 마케팅 추진, 영농인 교육훈련과 기술자문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과 예산으로 모든 value chain을 평균적으로 경영하는 대신 킥스타터는 자신들의 강점인 '기술'과 '경영'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실제적인 판매망은 외부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킥스타트가 새롭게 진행하는 혁신적인 제품에 대해서는 2편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북한에의 적용가능성

인터뷰 말미에 나는 링컨에게 "킥스타트의 제품과 비즈니스가 북한에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킥스타트의 전략과 접근을 이해하고 확인하면서 역시 다수의 주민들이 소규모 영농인으로 구성된 북한이 떠올려졌다. 링컨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현지 상황 분석과 연구를 토대로 파트너를 확보해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9월 22일 '통일한국 젊은포럼'에서 발표를 준비하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북한개발지원 모색 방안>과 관련하여 그와 함께 다시 추가적인 서면인터뷰와 자료협조를 받기로 했다.  



킥스타트의 기술이 개발되고 실험되는 기술 현장을 방문한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된다. 


다음편 예고

사회적기업가정신- 킥스타트(KickStart)편(2)

킥스타트(KickStart) "모든 것은 비즈니스다: 개발현장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사회적기업가정신을 찾아서'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관련 포스팅


#1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2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3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4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5 사회적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인가? In Search of Social Entrepreneurship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번 짧은 방학기간(1주일) 동안 거의 반절이 되는 3일간 집중할 수 있는 가용시간에 에너지를 쏟았던 것은 '적정기술과 비즈니스' 특별하게 BOP(피라미드저변이론) 시장에 비즈니스를 활용해 적정기술을 보급하는 전략과 방안에 대한 챕터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적정기술재단 홍성욱 대표님과 각 분야 활동가들과 같이 <적정기술개론>(가제)라는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제가 맡은 분야가 바로 '적정기술과 비즈니스'였습니다. 한국에는 적정기술+개발협력+비즈니스의 세가지 분야를 융합해 나온 글이 아직 없기에 우선 다양한 외국사례를 참고했고, 그저 사례를 나열하기 보다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논의의 출발과 전략의 시작이 되는 분석틀(analysis framework)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가칭 '시장중심 적정기술 개발 매트릭스'(Market-based Appropriate Technology Development Matrix)입니다. 이러한 모델을 개발하면서 BOP와 같은 시장에서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적정기술 제품과 비즈니스 보다는 기존의 원조모델로 적용되는 제품들의 차이와 특성들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적정기술+비즈니스' 분야에 있어 멘토로 배우고 있는 폴 폴락(Paul Polak)은 2010년 자신의 블로그에 "적정기술은 죽었다"라는 논란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적정기술'의 옹호자이자 활발한 운동을 전개했던 폴 폴락이 그런 글을 올린 까닭은 적정기술 제품의 대부분이 그것이 들어갈 시장환경이나 유통전략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기술'중심으로 개발되었던 현실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중심의 기술'이라 불리는 적정기술이 실제 현지인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기술중심'인지를 폴 폴락은 문제제기를 합니다. 

요약한다면 적정기술은 그동안 기업이 취해왔던 전통적인 비즈니스 방식을 활용해 적정기술이 가졌던 지속가능 취약성 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시장중심의 적정기술 기획과 개발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보급될 현장의 파급될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고, 제품이 상품이 되어 현지에서 지속가능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를 위해 적정기술을 추진하는 팀이나 기관은 초반부터 비즈니스 전문가를 포함해야 하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현지 생산이 가능하면서 현지인의 소득창출이나 비용절감의 직접적인 효능을 전달하는 제품을 기획해낼 필요가 있다. 그렇게 개발된 적정기술 제품은 지역경제가 외부에서 유입된 제품으로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지 상황에 적합한 보급방안을 통해 판매, 유통될 수 있다.

이러한 접근과 과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적정기술을 추진하는 기관이나 팀이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추구해야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기간과 추가적인 비용, 변동하는 시장상황에 따른 융통성 있는 계획의 수정에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할 것이다. 

....

또한 적정기술의 BOP 접근에 있어 향후 연구 과제로는 적정기술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술, 디자인, 비즈니스 관점이 융합되도록 돕는 가칭 'Technology-Design-Business Integration Toolkit'을 개발할 필요가 있겠다.

적정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 최근에야 이루어졌지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바와 같이, 적정기술과 비즈니스를 융합하는 이른바 사회적기업가정신의 흐름 또한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해가고 있다. 이제는 기술, 디자인 그리고 비즈니스가 융합된 혁신모델의 개발이 더욱 절실해진 시기가 되었다.


- '적정기술과 비즈니스' 김정태  



앞으로 이 부분은 더 많은 연구와 정확한 이론 개발이 더 필요할 듯 보입니다. 이런 분야에 더 많은 관심있는 분들이 생겨나서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며, 관련된 결과물들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나누어본다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가면 할 일이 참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지요. 기술+디자인+비즈니스를 통합한 모델 구축과 플랫폼을 만들어보는 겁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회적출판사 '에딧더월드'(Edit the World)에서 나온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독후감에세이 콘테스트의 결과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기쁜 소식을 드리지 못한 점 아쉬움과 함께,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적정기술재단과 SERA인재개발원의 심사위원분들께서 심사를 통해 다음 분들이 입상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입상자분들에게는 시상식 등 구체적인 사항을 별도로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2~3월 중으로 출간예정인 적정기술총서2 <소외된 90%와 함께 하는 디자인: 도시편>과 함께 진행될 제2회 독후감에세이 공모전도 기대해주세요!

최우우상: 김상우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과 나의 이야기"
우수상: 이인영 "적정기술,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현오름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장려상: 김현진, 하은지, 양기석, 정유진, 박은혜

 

"적정기술은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쉽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이제 적정기술이 관심이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술적으로 디자인분야에서 국제개발협력과 적정기술은 아직까지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부족한 소양이지만 디자인계에 적정기술에 대한 연구에 대한 기초 연구로서 포문을 연다는 자부심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고민도 많고 아직도 공부해야 될 것이 많다는 부족함을 항상 느낀다. 항상 내 책상의 책장에는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책이 꽂혀있다."
                                                - 최우수상 수상자 김상우 님의 글 중에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prev 1 2 3 4 5 6 7 8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