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포NGO학교(마포구청 자원봉사센터 주최)에서 '글로벌거버넌스'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70여명의 마포구 관내의 자원봉사자 및 시민사회 관계자분들이 참여하셨는데, 다수가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다.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근무를 하면서 종종 센터방문팀이 오게 되는데, 그때 제일 곤혹스러웠던 대상이 초등학생이었다. "거버넌스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했던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축구를 통해 비유를 하는 것이었다.


거버넌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함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복잡하게 정의되는데, 여기에 축구의 비유가 들어가면 다음과 같이 된다. 


즉 축구는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스트라이커, 골키퍼, 윙, 미드필더, 수비수 등이 함께 공을 어떻게 상대방의 네트에 넣을지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포지션들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며, 각 기능들이 전체의 틀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팀이 기능하게 된다. 이런 부분들을 그림을 그리며 설명해드리니 강의가 끝나고 어르신들이 다들 '너무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평해주셨다. 강의에 질문과 인터액션을 많이 했고, 눈높이에 맞추어 노력을 한 결과였는데...


이게 다 예전에 초등학생 팀을 맞이하면서 진땀을 흘렸던 경험이 있었기에 배웠던 것 같다. 언제든 어떤 경험이든 버릴 것이 없다. 그때 최선을 다하면 그 경험이 다른 환경에서도 소중하게 작용한다.


어르신들에게 강의를 하기 전에 "거버넌스의 의미를 알고 이를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으면 대한민국 1%에 들게 됩니다!"라고 하니 다들 너무 좋아하셨다. 자녀들 또는 손자손녀들에게 확실히 힘을 주어 '거버넌스'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다며 좋아하는 분들을 보며 오늘 큰 보람을 느꼈다.



발제자료


글로벌거버넌스 이해하기

새롭게 변화하는 NGO의 역할과 도전

 

김정태

헐트국제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

전 유엔거버넌스센터 팀장

 

강의목표

1. 거버넌스란 무엇인가를 정의할 수 있고, 거버넌스가 왜 필요하며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한다.


2. 글로벌거버너스의 관점에서 변화하는 시민사회와 NGO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해한다.

 

글로벌거버넌스란?

전 세계에는 복잡다양한 이슈와 행위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를 국제사회(international community)라고 부르며, 그 공간에서 활동하는 운영체제를 글로벌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글로벌거버넌스란 무엇일까? 추상적인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버넌스란 쉽게 정의하자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the process by which decision are made)이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의 어원은 조향(steering)에서 비롯되었는데, 마치 비행기와 같은 거대한 동력체가 조종실의 조향과 조종을 통해 방향이 결정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비행기와 같은 거대한 동력체는 한 사람이 조종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해나갈 수 없다. 한 사람 또는 한 주체가 모든 것을 파악하기에는 시스템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를 사회적 관점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정의해보면 다음과 같다. “거버넌스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시민사회, 기업, 학계, 국제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과정”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몇 가지 핵심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 공동의 목표와 공통의 문제 → 투명한 목표/문제

□ 해당 목표와 문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 함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과정과 방법 → 효과적인 의사결정 과정

 

이러한 3가지 요소는 투명성, 참여성, 효과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것을 유엔에서는 거버넌스의 3대 특성이라고 말한다. 거버넌스는 목표와 문제에 관한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그 의사결정 과정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그에 따른 방법과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3가지 요소를 가지게 될 때 거버넌스는 강력한 임팩트를 가져오게 된다.


거버넌스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거버넌스와 연관성이 있는 거버먼트(government)를 비교할 때 그렇다. 거버먼트는 정부로서 과거에 정부는 거의 모든 정보와 자원의 구심점이었다. 사회의 그 어떤 주체보다 최고의 인력과 최대의 자산을 가지고서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관하고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글로벌사회로 진입하면서 정부가 아닌 다른 주체들도 동등한 혹은 더 강력한 자원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더 이상 정부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국가를 넘나드는 다국적거대기업의 경우도 존재한다. 기업이나 국제기구에도 정부 못지않은 고급인력들이 상주하게 되면서 인적자원에서도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선택적으로 또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가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나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등 민관협력의 흐름은 이제 당연한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거버넌스가 어떠한 것인지 이해를 했다면 이제 ‘글로벌 거버넌스’란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국가 단위에서가 아닌 국제사회 단위에서 확장된 거버넌스로 ‘글로벌 거버넌스’는 앞서의 거버넌스의 3요소에 복잡성이 극대화되었다. 문제와 목표에 있어서도 모든 세계가 동의하는 것을 찾기 어렵고,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관계로 참여를 보장하는 매커니즘이 어렵고, 결국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집행의 문제는 또 다른 현실로 연결되게 된다. 예를 들어 ‘황사’와 같은 경우는 글로벌거버넌스가 작동되는 기제이다. 어떤 특정 국가의 거버넌스(예를 들어 한국정부, 한국기업, 한국시민사회 등)로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황사가 중국에서 발원해, 서해를 거쳐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거버넌스는 중국정부, 한국정부, 일본정부를 비롯한 각 국가의 시민사회와 그 가치에 동조하는 기업들의 협력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의 미래숲이라는 NGO가 다양한 한국기업들과 협력해 중국지방정부 및 시민들과 공동으로 황사의 근원이라 알려진 ‘쿠부치 사막’에 ‘인공 녹색장성’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거버넌스 시대에 NGO

앞서 언급한 글로벌거버넌스 시대에 NGO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비영리라는 개념을 영어로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이라고 쓰지만, 영어로 더 적합한 개념은 NPO(non profit organization)란 표현이다. NGO는 유엔헌장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개념이다. 유엔은 원래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이지만, 유엔헌장은 정부가 모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에 ‘정부가 아닌 기구’ 즉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이 다양한 국제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의 활동을 인정하고 유엔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헌장에 마련했다. 따라서 NGO는 많은 경우 이러한 국가의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NPO는 영리기업과의 대척지점에서 비롯된 개념으로서 영리활동을 주로 삼지 않지만, 특정한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영리기업이 아닌 기관’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일반 시민들이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많은 시민사회 기관들은 사실 NPO유형이 많다.

그것이 NGO든 NPO든 한국 비영리조직의 글로벌거버넌스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발표자가 다른 곳에 기고한 칼럼 전체를 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한국 비영리조직의 영리영역 끌어안기 (김정태)

 

얼마 전 런던에서 “사회혁신의 에너지를 거둬들이기”(Harnessing the Power of Social Innovation"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다양한 연사들의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존재했다 ‘앞으로 5~10년 내에 많은 영리회사들이 혼합모델(dual model)을 채택할 것이다.’ 여기서 혼합모델이란 과거에는 각자 분리되어 발전되어 온 경제모델(영리)과 사회모델(비영리)이 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진정한 기업으로의 진화, 즉 모든 기업의 ‘사회적’ 기업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업의 이러한 변화를 비영리 조직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앨빈 토플러는『변화의 속도』에서 생존을 위해 ‘변화’에 가장 민감한 업계는 바로 기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변하는 세계, 변하는 소비자, 변하는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는 기업에게 남는 것은 ‘파산’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필름의 시작이자 대명사였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최근 파산한 것은 그런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 코카콜라, 퓨마, 다농, 나이키, 유니클로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일찌감치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Corporate Social Role)을 받아들이고 변신하고 있다. 즉, 기업이 자신들의 전통적인 영역인 ‘영리’를 넘어 ‘비영리’ 영역으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구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많은 개발원조 기구나 전통적인 비영리모델에 기반한 조직은 ‘영리’라는 영역을 포용하거나 기업과 같이 ‘경제모델’과 ‘사회모델’이 융합되는 변화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제3섹터라고도 불리는 비영리영역은 기존의 공공영역과 영리영역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그리고 수행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신 담당하는 ‘혁신’적인 영역으로 오랜 세월 발전해왔다. ‘영리’ 영역을 뒤흔들며 혁신을 촉발했던 그 ‘비영리’가 지금은 세대의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에 있어서는 ‘영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흥미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지금 혁신은 대부분 ‘영리영역’을 통해 유발되고 확산되며,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피라미드의 저변’(Bottom of the Pyramid)에서도 시장중심 접근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다.

 

비영리 영역이 급변하는 사회변화와 사회변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집트에 위치한 아메리카대학교가 시행하는 리더십프로그램의 책임자와 화상회의를 한 적이 있다. 그녀는 “진화하는 이집트 민주주의 변화에서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나는 한국의 과거 민주주의 사례를 나누었고, 사회운동과 사회캠페인이 주류를 이루었던 그 당시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혁신의 원천이 지금 세계에 흐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것은 바로 비즈니스를 사회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끌어들이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이다.

 

정부가 1차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공간은 시장중심 매커니즘이기도 하지만, 사실 시장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서 우리는 영리활동을 통해 삶을 살아간다. 많은 경우 원조의 현장, 비영리 운동의 공간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몸담고 살아왔던 그 매커니즘의 존재가 부정된다. 이 책의 저자는 개발도상국에서 무상원조를 통해 보급된 태양광 제품을 언급하면서 슬프게도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그가 말한 사례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비시장중심 접근’의 하나일 뿐이다. 무상으로 보급된 태양광 제품은 유지관리, 기술이전, 유통채널 형성, 추가적인 시장구축 등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장기적인 폐해를 제공할 여지가 많다. 현지인들이 다시 과거의 제품 또는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은 대부분 시간문제다.

 

비영리조직이 과거의 혁신적인 존재로서의 역할과 미션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직원이 사회복지, 개발협력, 국제정치 등의 전공이나 관련된 경력을 갖추었다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시행할 때 ‘사회적 기업’적인 전략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경제경영 전공자와 배경을 갖춘 직원들이 채용되거나 최소한 이러한 그룹들이 내외부에서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비영리단체 경영진의 사고발상과 유연성이 중요하다. 영리기업이 ‘비영리’와 ‘사회’를 끌어안으려 몸부림치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고, 비영리조직이 기업체에서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장점과 전략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유연한 사고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수많은 세월동안 해결해오지 못했던 절대빈곤의 퇴치가 성사될 혁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은 과연 지나친 기대일까?

(출처: 『혁신의 탄생』(에이지21, 2012))

 

과거 NGO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결함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견제와 혁신적인 대안제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하지만 시스템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방법론으로는 한계가 노출된 현재 요구되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라는 관점에서 NGO는 그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영리조직이 발 빠르게 전통적인 비영리 조직의 영역으로 들어가 융합의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NGO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영리/비영리, 정부/비정부의 이분법적 판단과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맺는 말

그동안 거버넌스의 의미와 범위가 확장된 글로벌거버넌스의 의미, 그리고 그 변화된 시대에 있어서 NGO의 역할은 어떠해야하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거버넌스의 효과는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역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국가의 거버넌스와 글로벌거버넌스가 더 커져가는 다야한 사회문제와 갈수록 제한되는 자원의 압박 속에서 효과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각 이해관계자의 역량강화와 필요한 경우 대폭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에서의 느리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 그리고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식의 변화경영 등을 체감하고 있지만, NGO계에서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혁신’은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NGO의 변화와 혁신은 NGO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NGO가 포함된 거버넌스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임을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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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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