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국격의 기준이 되어야
GNH(국민총행복)를 중시하는 부탄과 코스타리카
 
                                                                                김정태  danhovision@hanmail.net 
 
 
  최근에 출장으로 방문했던 부탄의 수도 팀푸에는 ‘교통신호등’이 없다. 한때 설치가 되었지만, 국민들이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정부에게 요청해 신호등을 없애버렸다. 신호등이 없어도 시내에서는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출장으로 방문했던 부탄은 ‘여행객들의 최고의 선택’ 중 하나이지만, 부탄은 1년에 약 7,000명의 여행객 쿼터가 있다.


  2010~2012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외래 관광객 1천 만 명 유치목표를 가진 우리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진 않는 부분이다. 관광은 세계최고의 산업이며, 관광객의 구매력이 결국엔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될 텐데 말이다. 2009년에 부탄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160명 정도. 한국인 수가 많지 않은 데는 또 이유가 있다. 관광비자로 들어온 모든 사람은 하루에 200불을 ‘환경보존금’ 명목으로 납부해야한다. 4일 일정으로 들어오면 800불을 내야하는데, 이 비용에는 숙박과 식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정도 금액을 요구하면 솔직히 ‘왠만하면 오지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인구 50만명의 부탄이 이렇게 방문객 쿼터와 환경보존금 등을 시행하는 이유는 부탄의 국정기조인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과 관련이 깊다. 국민총행복이란 2006년 국민선거를 통해 정부를 수립하고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난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국왕이 제안한 개념이다. 그는 17세에 제4대 국왕으로 취임한 자리에서 “경제적인 대차대조표 대신에 국민의 행복도를 기준으로 나라의 발전도를 삼겠다.”라고 해 전 세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문화적 전통보전’ ‘환경보존’ ‘부의 공평한 분배’ 등의 원칙으로 구성된 국민총행복 개념은 2006년 부탄 헌법에도 포함되었다.


  한국의 헌법 제10조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탄은 선언에서 끝나지 않고 헌법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부탄 면적의 최소 70%는 개발되지 않는 산림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라는 식이다. 실제로 지켜지는지 궁금해 현지에서 만난 부탄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헌법은 70%의 최소기준을 정했지만, 실제로는 80% 이상이 산림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헌법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민총행복’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부탄은 1년에 입국하는 외국인의 수를 제한하거나 ‘환경보존금’을 걷고, 아무리 많은 돈을 제공하겠다 해도 부탄 지역의 히말라야산맥 입산을 금지하고 있다. 부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2천불 수준으로, 전체 231국 중 195위이지만, 행복지수는 세계8위이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54개국 중 23위. 부탄 1인당 국내총생산의 10배가 넘는 생산성을 지닌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부탄과 함께 ‘행복’으로 유명한 나라는 중남미의 평화국가 코스타리카다. 헌법에 ‘군대보유를 금지한’ 세계 첫 국가인 코스타리카는 그 밖에도 ‘재생에너지 사용률 90%’로도 유명하며, 신경제재단이 실시한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에서 1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인 니콜라스 크나스도프는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격찬했다. 코스트리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1만 불 수준. 국격 제고를 위해 자동차를 더 팔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더 수월한 방법이 있다. 이들은 ‘행복’이란 개념으로 전 세계의 관련 학계와 전문가, 언론계의 주목을 받는다. 국민도 행복하고, 해외의 주목도 받는 셈이다.


  부탄과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공통점에는 그들의 삶의 태도와 관련이 깊다. <오래된 미래>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인도 북부 라다크 사람이 영국에 체류하면서 했던 말은 인용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간접적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글을 쓰고 이야기하고, 어디에 가든지 화분에 담긴 식물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물이 있고, 벽에는 나무들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늘 자연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도대체 실제의 자연과 접촉을 갖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헬레나는 이를 다음과 해석한다. “우리는 현실에서 한 단계 떨어진 채 이미지들과 개념들에 의존하여 삶을 사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실제로 누리는 많은 삶의 순간은 많은 경우 ‘돈’을 매개로 한다. 과거에 인기 있었던 TV시리즈물 ‘600백만 불의 사나이’의 제목은 인간도 ‘얼마’인지 환산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1백만 불의 미소’ ‘천금같은 기회’ ‘백만 불짜리 습관’ 등은 어떤가? 회사 주변에는 저녁만 되면 찌라시가 깔린다. ‘외로우세요? 하룻밤 6만원에 해결하세요.’ 외로움의 값이 6만원이란 뜻일까? 우리는 어느 새 인간의 모든 가치를 값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


  최근에 별세한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의 목표나 개인적 만족을 단순한 경제적 성장에서 찾을 수는 없다. 국민총생산(GNP)은 삼나무 숲의 파괴와 호수의 죽음, 네이팜 탄과 미사일과 핵무기의 생산으로 증가한다. GNP는 가족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을 포함하지 않는다.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의 가치, 우리의 유머나 용기, 지혜나 가르침, 자비나 헌신을 측정하지 않는다. GN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측정한다.”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박은 이러한 GNP 사고가 우리의 개인 삶과 행복에도 물질을 매개로 ‘값을 매기는 습관’을 갖게 한다.


  당신이 암에 걸려 치료를 받아도, 6만원에 외로움을 해결해도 GNP는 증가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행복도 증가하는가?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서 내려앉아도 GNP의 관점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문화유산을 잃어버려 당분간 심미적 가치를 누릴 수 없는 우리의 손실은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엘빈 토플러는 ‘보이는 부’와 ‘보이지 않는 부’를 말하면서, 돈 뿐 아니라 ‘거실의 풍경화를 보며 느끼는 문화적 욕구충족’도 보이지 않는 부로 설명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보이지 않는 부가 더 커지게 될 것이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미래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신의 행복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가? 오후의 따뜻한 차 한잔, 반가운 친구의 방문, 소중한 일자리에 대한 감사를 느끼고 있는가. 행복을 직접 경험하라. 물질을 통해 행복을 간접 경험할 수는 없다.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만든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이 추천하는 ‘행복도를 높이는 8가지 조언’에는 ‘물질’을 통한 간접적인 행복추구는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직접적인 경험들이며, 주위의 사람들과 관련이 많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소개되어 있는 것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쏟을 것
 -흥미와 취미를 가질 것
 -밀접한 대인관계를 맺을 것
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
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것
 -현재에 몰두하고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말 것
 -운동하고 휴식하기
 -항상 최선을 다하되 가능한 목표를 가질 것


  이러한 ‘행복경험’을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레이몬드 박사가 임사체험자(죽음을 체험한 사람) 150명의 증언을 근거로 작성한 ‘죽음 직전의 상태’라는 연구결과와 관찰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레이몬드 박사는 ‘죽음 체험’을 통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거치는 14단계를 묘사한다. ‘자신의 죽음의 선고가 들린다’ ‘돌연 어두운 터널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강한 고독감이 엄습한다’ ‘지금껏 알고지낸 여러 사람들이 나타난다’ ‘자신의 생명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등이 그런 단계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했다.


  흥미로운 결과는 그 판단기준인데, 자신이 얼마나 돈을 벌거나 출세했든지 혹은 유명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한평생 나는 얼마나 타인과 사랑을 함께 나누었는가?”라는 기준이었다. 서로 알지 못하는 150명 대다수의 판단기준이 ‘사람과의 관계’ ‘사랑’ 등과 같은 가치로 수렴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당신은 직접적인 행복경험으로 국민총행복에 기여하고 있는가? 간접적인 ‘물질’ 소비를 통해 국민총생산에만 기여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평생 나는 얼마나 타인과 사랑을 함께 나누었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이 질문이 어떤 이에게는 충격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또 다른 행복의 미소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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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지식인프라 건설, 청년이 나서자
첫 번역프로젝트로 <솔페리노의 회상>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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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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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orldfriends.kr BlogIcon 세계개척자 2010.04.03 15:51 신고

    부탄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2. addr | edit/del | reply 김미소 2013.03.18 18:34 신고

    얼마전 (지난주 토요일? 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어요~ 부탄을 여행한 미국인 여성의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칼럼 감사합니다. :)

  3. addr | edit/del | reply 신혜영 2013.03.22 16:15 신고

    행복의 기준이 돈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자연, 사람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지가 되면 좋겠어요. 어릴 때랑 비교해봐도 분명 누릴 것이 많아졌는데 삶은 오히려 더 피곤해진 것 같아요.. 저도 개발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남의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해치면서 가난한 나라가 발전하도록 도와줬다고 의기양양하는 야만적이고 몰이해한 섣부른 개발도 조심해야 할것 같고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번역프로젝트 오리엔테이션 1월 31일 열려
2010년 01월 25일 (월) 15:59:37 김정태 논설위원 danhovision@hanmail.net


지난 2009년, 한국의 OECD/DAC 가입이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성공신화라는 점을 바탕으로 국내에는 대외원조홍보단까지 만들어졌다. 한국이 홍보는 잘 한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낮은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OECD/DAC 가입이란 쾌거를 국외에 많이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홍보단과 함께 뭔가 빠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일본의 경우 특정한 분야를 위한 연구소나 씽크탱크를 설립할 경우 최대 10년간의 자체 연구조사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특정한 분야에 목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해당 분야의 거의 모든 지식정보를 수집하고, 자국어로 번역하는 등 만반의 지식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그 지식인프라 위에서 온갖 통섭적인 정책방향 제시와 실행이 가능해진다. 화려한 오프닝보다 먼저 신경쓰는게 인프라 구축이다. 우리의 국제개발협력 지식인프라는 어떠한가.


2010년 올해 유엔은 유엔새천년개발목표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벽두에 192개 회원국 정상이 모여 의지를 피력했던 유엔새천년개발목표의 재헌신을 다지기 위한 글로벌 이벤트다. 이제 10년이 된 유엔새천년개발목표는 2006년부터 연례적으로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인 개발노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리고 있다. 그 보고서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소개된 것이 2008년부터다. 국제활동 실무자 그룹인 YPN(Young Professonial Network)을 중심으로 '유엔새천년개발목표 한국위원회'가 결성되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기부한 것이다. 유엔의 6개 공식언어 이외로 만들어진 첫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란 의미를 가져 키요 아카사카 유엔공보부 사무차장이 직접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각급 공공기관과 NGO 등에서 요청이 쇄도해서 2쇄를 찍어야 할 정도였다. 이들은 2010년 6월에 발간될 '유엔새천년개발목표 10주년 기념 특별보고서'의 번역과 출판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지식인프라가 누군가, 특히 공공영역을 통해 구축되리라 믿고 기다리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관심이 아무래도 지식인프라 구축보다는 대외홍보와 행사 위주에 있기때문이다.


2010년은 한국정부가 야심차게 선포한  '아프리카의 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프리카를 생각하고 서점에 가보면, 볼 수 있는 책이 거의 없다. 얼마전에 프로젝트와 출장 준비를 위해 코트디부아르와 부룬디에 대한 서적과 자료를 찾아봤지만, 국문이나 번역본 서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ODA도 그렇고, 국제개발도 그렇다. 몇 종의 기본적인 개설서를 읽고 난뒤엔 접할 수 있는 지식이 전무하다. 영어로 읽으면 되지 않냐고? 국내의 담론형성과 다양한 의견교환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자료들은 한국어로 번역되어야만 한다. 개발협력이 영어를 잘하는 소수의 전유물도 아니기에, 한국어로 된 개발협력 자료의 확충 여부는 향후 국내 개발협력 '산업'의 경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시 한국청년들이 움직이려 한다. 아프리카 부룬디에 현지어로 된 동화책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B4B(Books for Burundi)를 중심으로 '국제개발협력 번역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자신의 재능과 시간, 그리고 비용 일부를 공동으로 출자해서,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번역출간되지 못한 국제개발협력과 아프리카 관련 서적을 한국에 소개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포부다. 이들은 1월 31일(일) 저녁 7시 신촌 민들레영토에서 첫 오리엔테이션을 갖는다. 관심있는 분들은 박해인 매니저(psuni0711@naver.com)에게 연락을 해 참여의사를 밝힐 수 있다.  이들의 발걸음을 주목하는 것은, 이들 개인(private)이야말로 진정한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개발협력을 전공하려하거나, 전공하고 있거나, 혹은 관심이 있는 당신은 어떻게 민관협력을 이룰 것인가? 공공영역이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혹은 하려고 하지 않기에, 당신의 사적인 참여가 정말 필요한 때다. 항상 자신을 작게만 생각했던 '개인'에게 이런 상황은 기회다. '한국형 상황'에 대해 푸념하지 말고, 개인의 기회로 받아들이라.


김정태(인포뉴스 논설위원 / The UN Today.com 운영자 /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담당관)

국제개발협력 분야 최초의 전문미디어인 '인포뉴스(Inponews.com)와 함께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아이디어, 제안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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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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