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서울에서 제일 춥다는 날.

퇴근 길에 일부러 걸어서 집에 갔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 추운 날씨 때문에 이번 주에는 전혀 걷지 못했던 게 못내 아쉬었던 거다. "제일 추운 날 걷는 다면.. 이보다 덜 추운 날 걷는 데 스스로 변명을 할 수 없겠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걷는데... 한강고수부지를 따라가는 길이 어찌나 춥던지, '지하철 역으로 돌아갈까'란 생각을 여러번 했다.

걸으면 좋은 것은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다는 것이다.

출퇴근하면서 편도 40분씩, 왕복으로 하루에 총 80분의 시간을 온전히 생각하며 보낼 수 있다!
이건 솔직히 엄청난 축복이자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비결이다. 핸드폰에, 문자메시지에, iPod에 우리의 뇌는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이 하루에 5분 동안이라도 침묵할 수 없다는 데서 모든 죄악이 시작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은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아이디어에 궁핍해 한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생각을 할까? 이런저런 생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A라는 것을 생각하다가 엉뚱하게 B를 생각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문제를 생각하다가 과거의 경험을 떠오르며, 절묘한 사고의 융합, 창조적인 접근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내게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세요?" 묻곤 했는데, 그 답을 이제야 공개한다.
"하루에 80분간 걸으면서, 온전히 생각에 집중할 시간을 가지거든."

나의 모든 출판기획, 프로젝트 아이디어, 부가가치 창출, 원소스멀티유즈 등등
거짓말 많이 안 보태고, 걸으면서 홀로되는 그 순간에 씨앗이 뿌려진다.

2009년 1월 2일부터 작정하고, 시작했던 직장 걸어서 출퇴근 하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2010년 '목표' 중에 하나로 꼭 '걸어서 출퇴근 하기' 또는 '나만의 생각/묵상/침묵 시간 갖기'를 권하고 싶다.


# 연말이 되면 사무실은 Workplan과 Progress Report라는 2개의 문서와 씨름한다.
Workplan은 다가오는 2010년에 수행할 사업계획을 짜는 것이고, Progress Report는 올해 수행했던 활동을 결산하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문서로 만드는 것이다. 유엔 업무는 문서작업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2010년 첫 사업으로 1월 14일~15일 경 부탄에서 진행할 <생체인식 출입국관리시스템 워크숍>을 기획해, 준비하고 있다. 인도, 중국, 네팔 등에 둘러싸인 '내륙국가' 부탄은 환경보전을 위해 히말라야 산 등정을 금지하고, 일정량의 개발총액규제 제도를 시도하는 등 매우 주목할 만한 나라다. '행복지수'라는 것에 세계 1위권이라 하는데, 국민총생산은 별볼일 없어도 국민들이 '나는 정말 행복하니다!'라고 말하는 나라.

오늘 원장님과 회의를 하면서,  "전자정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그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과 상충되지 않는지.. 오히려 그들의 행복을 떨어트리는 것은 아닌지 조사해보세요"라고 지시를 받았다. ICT가 과연 개개인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건 부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 한국과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블랙베리나 iPhone 같은 것을 가지고 싶으면서도 선뜻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삶의 효율화가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는 않을 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너무 빨라진 속도, 즉각적인 메시지가 삶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만 하지는 않는다. 부탄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또한 진행하면서, 이 고민을 더 깊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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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yf2009.tistory.com BlogIcon 세계개척자 2009.12.17 18:16 신고

    지혜의 근본이되는 사고력은 얘기한데로 고요함 가운데서 싹트는 것 같아요! 전 기도하는 시간이 그러한 사색의 공간 이기도하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diplomaker.tistory.com BlogIcon 콜미지봉 2009.12.18 08:54 신고

    빠르고, 편리한 생활추구가 '내면의 사색, 명상, 반성'의 시간을 잃게 만든다는 생각을 합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naver.com/ihsyle BlogIcon 김인혜 2009.12.19 00:30 신고

    저는 버스안에서 펜과 종이 +
    내면을 마주보는 순간 조차도 음악과 함께하는 것 같네요:)
    현재를 둘러싼 문명의 산물이 적어도 저에겐 온전히 절 느끼는 방법이 되버렸어요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더없이 평화로워지는..
    무소유는 아직 먼 얘기일까요. 수행이 필요할 것 같네요ㅋㅋ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fishabm.tistory.com BlogIcon 어복민 2009.12.20 11:40 신고

    저희 회사 비전 중 하나가 글로벌 ICT 리더 인데... 재미있는 프로젝트일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기술을 잘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거든요.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걷기를 택하신 것은 정말 현명한 것 같아요. 저도 하루중 가장 중요한 시간을 아침 QT로 잡고 있는데... 많이 공감가는 글 나누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제가 관련된 트랙백 2개 걸어드릴게요^^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09.12.21 16:05 신고

      복민씨, 지혜가 돋보이는 관련 글 감사합니다. 업무 상 ICT를 많이 다루긴 하지만, 그 장단점을 함께 고려해야 겠다는 생각을 맞이 하지요. 복민씨도 아침마다 고요한 QT를 하시는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분주해서 많이 빼먹어요..^^;

오늘은 국내 모 국제대학원을 방문해서 원장님과 '유엔의 날' 행사 관련 장소를 협의했다. 매년 10월 24일이 전 세계적으로 "유엔의 날"(United Nations Day)로 기념되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에서 유엔거버넌스센터 차원으로 하나의 축제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국내에 있는 유엔사무소와 유엔관련 기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관심있는 학생들이
보다 부담없이 만나보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보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는 그런 축제.

유엔에 대한 30여 가지의 문제를 놓고, 약 30~50명의 선발된 지원자들이 'UN, 골든벨을 올려라!'를 진행해 보는 것. 또한 각 유엔사무소에 일하는 젊은 직원들이 'talk show'를 통해
유엔에서 일하는 것의 즐거움과 고됨 등을 솔직하게 청중과 소통하는 그런 자리.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조급하지만, 장소 확정과 참여 기관 확정과 함께
올해도 멋진 유엔의 날 행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혹시, '유엔의 날' 이벤트나 축제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 환영합니다!
댓글이나 이메일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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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메일 Inbox에 3천 여개의 메일이 분류가 되지 않고, 그 중 1600개는 읽지 않은 메일이었다.

어떤 이메일을 찾으려 해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매일 아침이면 유엔본부에서 날라온 20여 통이 이메일이 있지만, 시간상 다 확인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결코 읽지 않는 부담스런 이메일로 남아버린다.

이메일 분류시스템을 고안했다. Inbox는 리셉션 데스크라고 생각하고, 일단 이메일이 도착하면 새로운 폴더를 만들어 해당 이메일을 각각의 폴더로 보내기로 했다.

'전자정부' 'emGKR' '대외협력 및 홍보' '기본 문서' 'UNDESA' 'UNDPI' '개인 이메일' '행정 및 사무' '유엔뉴스' 등의 12개 폴더를 만들고, 그동안 쌓여있던 스팸메일은 삭제했다.

이제 어떤 정보가 포함된 이메일을 찾을 때 더이상 Inbox의 뒤섞인 이메일 더미를 찾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해당 폴더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찾으면 휠씬 수월할 듯 하다. Inbox는 Mailbox이기 때문에, 우체통에 편지가 오면 그게 일단 광고지든 고지서든 뽑아 드는 것처럼, 내 이메일의 Inbox도 매일매일 깨끗하게 빌 것이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게끔 하는 '게임'은 효과적이다. 내겐 더이상 복잡한 이메일 정리가 아니라 Inbox 카운트를 제로로 만드는 게임으로 이제 인식하기 때문이다. 


2. 유엔업무는 이메일 업무가 과반이라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이메일을 주고받기 전에 물론 문서작업을 해서 만들어야 할 Background paper, Adie Memoire(사업기본문서), Agenda(사업계획), Activity brief(출장준비문서), terms of reference(사업조건문서) 등이 있다. 어떤 사업을 하든 유엔은 문서작업이 가장 기본이다. 예를 들어 6주 전에 코트디부아르에 가서 전자정부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가기 전에 만들어야 하는 문서가 '왜 코트디부아르에 전자정부 워크숍이 필요한가?'라는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의 역사와 필요한 지원상황 등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아무튼 유엔업무는 명확하고 깔끔한 이메일 처리가 중요하다. 직위가 높아질 수록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이메일 업무'가 100개가 넘는다고 하니..  이메일 주고받는 것으로 수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나도 오전에 와서 이메일 업무를 보는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유엔이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길 원한다면 업무용 이메일 작성 훈련이나, 기획서 작성 연습이 필요하다. 깔끔하고, 명확하며, 상대방이 어떤 특정한 반응을 보이길 원하는지가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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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부터 지금(오후6시45분)까지 정신없이 일을 처리하고 달려왔다.
답장을 쓰고, 업무 관련하여 제안과 지시를 한 이메일이 총 25통. 한 통 한 통마다 내용이 다양하고,
그에 맞추어 만들어 첨부해야 할 문서들까지 생각하면 그것에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많이 소요되는지 알 수 있을 듯 하다.

잠시 숨을 돌리면서,
유엔에선 이렇듯 지극히 현실적인 업무가 지속된다.
쉽게 지칠수 있고,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보다 멋지고, 남의 이목을 끌고, 소위 '글로벌'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걸려오는 수많은 외부요청에 성실히 응대하는 것,
내부적으로만 필요한 여러가지 문서작업을 진행하는 것,
규정과 절차에 따라, 그렇지 않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것을, 복잡하지만 수행해야 하는 것 등등

유엔근무란 현실이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사무실 안에 날씨가 정말 후덥지근하다.
필리핀출신 사업담당관이 "필리핀보다 더 덥다"고 호소한다. 필리핀은 덥기에 에어콘을 항상 쓰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으니 덥다고 느낄 수 밖에.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공공건물의 에어컨 사용이
6월~7월 중에야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니.. 다들 놀라는 기색이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우리 프로그램 매니저에게도 한국의 여름은 무척 더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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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emdle.tistory.com BlogIcon 셈들 2009.05.12 22:30 신고

    진짜로 세계를 움직이고 삶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이란 결국 삶에 뿌리를 내린 활동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UN에서의 활동들도 보기보다 화려함보다는 고된 일도 많은것 같네요. 그래도 늘 멋지게 해나가는 모습보며 도전받아요. 파이팅입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09.05.19 14:08 신고

      보여지는 모습과 내부의 모습은 어느 곳이든, 어떤 일이든 괴리가 있다고 생각되요. 살다보면 이제는 '보여지는 모습'에 혹하지 말아야지 라는 그런 지혜도 쌓여지는 걸 보면... 나이가 주는 혜택도 있는 것 같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fishabm.tistory.com BlogIcon 어복민 2009.05.13 09:47 신고

    꾸준한 포스팅을 통해 유엔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