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재단 개발 펠로우(The Asia Foundation's Development Fellow)의 미국 연수 기간 동안 많은 곳을 방문했다. 그 중 샌프란시스코의 갈버나이즈(Galvanize, http://www.galvanize.com)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겸 코워킹스페이스를 방문해, 부트스트랩랩스(Bootstrap Labs)의 공동창업자인 벤자민 레비(Benjamin Levy)를 만나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기도 한 벤자민 레비는 "실리콘 밸리는 단지 실리콘벨리의 지역적 문화를 의미하지 않고, 이제는 '혁신하는 곳'을 지칭하는 보편적 단어가 됐다."고 말하며, "실리콘밸리는 미국이 아니다"(Silicon Valley is not the USA)라는 말을 거듭 강조하는 그는 "실패에도 도전하는 문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을 가치있게 인정하는 실리콘밸리 문화는 미국 모든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어떤 나라든지 특정한 커뮤니티와 문화 속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갈버나이즈(Galvanize) 내부 전경 중 일부


왜 '실리콘밸리'와 같은 도전과 새로운 실험, 혁신문화가 있는 공간을 꾸미고, 그 공간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지를 벤자민 레비는 매우 공감되는 방법으로 설명해주었다. 자신이 과거 일반 기업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보면, 어떤 아이디어가 생각나도 그것을 설득하고 결재를 받고, 기획안을 제출하고 하는 모든 과정과 절차가 길게는 몇 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모든 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람들을 찾아가고, 10분 내에 그 사람들과 협업을 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협업이 어렵다면 다른 사람을 소개하는 빠른 행동을 통해 '실리콘밸리'는 빠른 점검과 연결, 그리고 도전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문화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있는 조직이 외부 협업에 개방적이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문화를 만든다면, 바로 그곳이 '실리콘밸리'가 되며, 그곳에 더 많은 인재와 기회가 몰려들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실리콘밸리와 같은 조직과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꼭 질문하고 싶었던 것을 물어봤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인사이트를 생각해봤을 때, 만약 다시 대학을 갓 졸업한 상태에서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어떻게 하고 싶나요?"

레비는 거침없이 3가지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첫째, 무엇보다 함께 할 멋진 팀원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IT나 프로그래밍 등 특정한 기술과 관련된 아이디어인 경우 창업자 본인이 관련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며, 그 외에 부분에 핵심역량을 함께 할 창업팀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비즈니스가 시작될 수 없다고 말해주었다. 혁신 기업들이 여러번 실패한 창업팀을 M&A 형식으로 흡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비즈니스로 실패했던 상관없이 함께 팀워크를 맞춰본 '팀'은 통째로 인수합병할 정도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동창업자/창업팀 내에 베스팅(vesting)을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과거의 한 경험이 떠올랐다. 베스팅이란 창업가 내에서 지분에 대한 명확한 구조를 짜는 것이로, 특정한 기간 내의 변화에 따라 지분 구조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탁월하게 보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3명의 창업자가 모두 열정을 가지고 창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6개월 후 그 중 한 공동창업자가 더 좋은 기회를 찾아 팀을 떠나게 될 경우, 해당 공동창업자가 책임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소유한 지분은 창업팀에게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다양한 변수와 변화를 최대한 예측하며, 공동창업자 간 명확한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알지 못해, 과거 창업에 나섰던 때에, 참여한 공동창업자끼리 1/n로 지분을 나누었던 때가 있었다. <창업자의 딜레마>라는 또다른 탁월한 책에서도 이러한 균등 지분 분활을 '최악의 경우'라고 했는데, 당시에는 그것이 가장 공평하고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지분구조는 결국 사업이 전개되면서, 안좋은 영향을 주었고 법인 청산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셋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투자재원 또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어떤 비즈니스모델은 초반 많은 투자를 감당하며 인내하고 견뎌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수익이 만들어지진 않지만, 생태계를 만들거나 고객개발을 하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 혁신기업이 당면해야하는 도전과제인 셈이다. 만약 초반 투자를 유치하거나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편이 더 낫다고 했다.  

그 동안 개인적으로 3개의 for profit 비즈니스를 런칭했다. 하나는 사업자등록을 하기 직전에 포기했고, 다른 하나는 법인 청산을 했으며, 마지막 하나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진행하다가 법인 등록 전에 매각하는 특이한 exit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 MYSC를 맡게 되면서 과거의 경험들이 내게 큰 자산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루하루 경험하게 되는 작은 의사결정의 순간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조금은 알고 있기에 작은 결정들도 쉽사리 하기 어렵다. 초반 몇명이었던 조직에서 2015년 현재 열 명이 넘는 조직으로 성장해가면서, 또한 매출이 매년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조직의 지속가능성 뿐 아니라 조직구성원의 지속가능성에 더 많은 전략과 생각을 정리해가게 된다. 

작년까지 만해도 극도의 스트레스가 많았고, 올해는 정도는 줄어들었지만 매일매일이 각성된 상태로 지내게 된다. 훗날 돌아보면 그냥 웃게될 많은 경험도 하게 됐고, 드라마에서나 봤었을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나는 과연 기업가로서 자격과 역량이 있는가?'를 생각했던 적이 무수히 많았고, 지금도 그 질문은 가끔씩 나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나 꿈이 되지 못하지만, 맡은 기업이 최고의 순간을 매순간 경험하며, 함께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그 순간들을 경험하며 최고의 전문가들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를 매일매일 설레이고 하루하루 에너지가 지치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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