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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9 [서평] 내 안에 어둠을 발견할 때 빛을 사모하게 되리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서 안심했다. 곧 있을 7일간의 해외출장 기간 동안 진득하게 읽어나갈 수 있으려니 했다. 하지만 집에 와서 몇 페이지 넘겨보잔 생각이 결국, 새벽까지 2/3를 읽었고 다음날엔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이제 '출장용' 도서는 다른 책을 알아봐야할 지경이다.


"학교로 가는 길에서 매번 보는, 헐벗고 굶주려 있는 이들을 어찌해야 하나요?" 인도의 역사지리를 가르쳤던 섬세한 성격의 테레사(1910~1997)는 1946년 9월 10일 기차 안에서 '와라, 와라, 나를 가난한 이들의 누추한 집으로 이끌어다오. 와서 나의 빛이 되어라'라는 음성을 듣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거룩한 불만족'(holy discontest)에 이끌려 그녀는 수도원에 지내야하는 서원을 깨고 속세로 나아가 '사랑의 선교회'을 창립, 전 세계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어머니'가 된다..


이상과 같은 내용이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마더 데레사였다. 그는 '거룩한 불만족'을 통해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받은 구체적인 사례였고, 그의 성육신적 태도는 진정한 리더십은 어떠해야하는 가에 대한 통찰을 전해주는 듯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어찌보면 마더 데레사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강력한 교훈이자 도움은 실상 다른 곳에 있었다.


<마더 데레사: 나의 빛이 되어라>(원제: Come Be My Light)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마더 데레사의 지극히 사적인 편지- 그가 없애주기를 간절히 원했고, "불태워 버리고 싶다"고 했던-를 통해 드러난 데레사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님의 메시지를 따라 '인도 사람처럼 생활하고, 그들을 직접 찾아가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거의 동시에 그가 죽기까지 50년간 그를 괴롭혔던 '영혼의 어두운 밤'도 시작되었다.


"제 안에는 마치 모든 것이 죽어버린 듯 끔찍한 어둠이 있습니다. 제가 '사업'을 시작한 즈음부터 계속 그러했습니다. 우리 주님께 제게 용기를 주시라고 부탁해주십시오."

"제 영혼은 너무 많은 모순으로 가득합니다. 신앙도, 사랑도, 열정도 없습니다. 영혼도 저를 끌어당기지 못하고 천국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저에게는 텅 빈 곳으로만 보입니다."



위대한 사람은 위대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것일까?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사랑의 전도사'로 추앙받던 그녀는 자신의 내면은 반대로 어둠에 머물러 있다는 모순에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예수님의 요청은 무엇이든 거절하지 않겠노라는 서원을 했던 그도 '예수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고픈 최고의 유혹도 수차례 경험한다.


작은 체구의 마더 데레사가 위대한 것은 "이 모두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나님께 계속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라는 그녀의 끈질긴 의지와 중보기도의 부탁, 영적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문제를 가감없이 열어보이는 정직성에서 시작된다. 나라면 과연 자신의 냉냉한 마음의 상태를, 자신의 '본 모습'을 말할 수 있을지 심히 고민되는 대목이었다.


물론 마더 데레사는 만년에 자신에게 주어진 '내면의 어두움- 영혼의 어두움'의 의미를 영적 지도자와의 서신교환 등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특별한 은혜'이자 '굶주리고 죽어가는 거리의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목마름의 체험'으로 정리하지만, 그녀의 아픔은 그럼에도 혹독하고 처절했음을 그녀의 임종 전까지의 기록은 증언하고 있다.


짮지 않은 분량임에도 시선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의 어두움에 대한 고백을 읽는 것이 바로 내 자신의 어두움, 우리 모두의 어두움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관음증'과 같은 묘한 느낌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라는 그녀의 단말마는 사실 내 짮은 삶에 있어 얼마나 흔한,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고 부인하고 싶은 고백이 아니었던가! 깊은 밤, 그녀의 어두움을 제3자인 독자의 시각으로 놀라며 읽어가다 어느새 그 '어두움'이 너무나 친숙한 '어두움'임을 느낄 때의 또다른 흥분이란.


지난 동안 내가 썼던 일기장을 들쳐보니, 간간히 그런 어두움을 토로한 부분이 다행히 나오기는 한다. 그 '어두움'을 경험했던 것 자체만으로도 한때 '내가 과연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인가?'란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고,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그 '어두움'에 너무 무뎌져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때, <마더 데레사: 나의 빛이 되어라>라는 책은 내게 불편한 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 '내면의 어두움'은 어쩌면 평생을 갈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가 하나님께 계속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라며 공동체 속에서의 믿음과 연약함의 이중고백을 부끄러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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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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