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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4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Writer's Cut : 가치를 찾아서 (3)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갤리온)에 쓰기 위해 작성했던 글 중에 분량 상의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던  '가치를 찾아서'란 제목의 글입니다. 영화가 개봉된 뒤에 Director's Cut이라고해서, 감독이 원래 의도했던 분량, 하지만 상영시간 등의 이유로 삭제된 분량이 공개되곤 합니다. 저도 비슷한 방식으로, 책에서는 발견하지 못하지만, 원래 원본에 있었던 몇 개의 글도 조금씩 올려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중국에 가기 전 잠시 미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한국사를 전공했지만, 좀더 넓은 견문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다. 사실 대학생 때는 아직 구체적인 소명을 찾기가 어렵다. 그것을 못 찾아서라기보다는 대체로 선택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쪽도 관심이 있다. 하나를 선택해야할 것 같은데, 소심한 A형인 내게는 쉽지 않았다. 뉴욕에 있는 콜롬비아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도서관 전면에 씌어 있는 글귀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너무 구체적이지 않으면서도, 너무 모호하지 않은, 내가 평생 소명으로 삼을 만한 글귀였다. 콜롬비아대학교 측에 사전양해나 사후허락은 받지 못했지만, 그대로 카피해왔다. “공공이익의 증진과 위대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For the Advancement of Public Good and the Glory of Almighty God.) 




  인생의 소명, 내가 살아가면서 붙잡을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참 행복하다고 믿는다. ‘공공이익’이라는 방향이 주어지자 ‘26살 대학졸업 백수’였던 내게도 자신감이 생겨났으니까. 방향을 몰라서 그런 것이지 대한민국 청년 어느 누구 폭발하는 기개와 에너지가 부족해서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소명은 흔히 가치의 형태로 표현될 수 있는데, 소명을 이해하게 되면 내가 이 세상에 공헌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가치를 알아챈다면 나만의 ‘부가가치’에 대한 아이디어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부가가치가 곧 소명이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수많은 가치들- 정의, 공익, 정직, 자비, 행복, 평등, 사랑, 믿음, 자비- 중에 내가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가치 선택이 되면 내 삶을 통해 나는 어떻게 ‘부가가치’(adding value)할 것인지 뚜렷해지는 순간이 온다. 바로 소명의 발견이다. 우리의 삶은 가치 그 자체를 추구하기에는 너무 연약하기도 하고, 불완전한 존재이다. 하지만 가치에 내 삶의 분량만큼 공헌을 하는 것, 즉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정의’ 그 자체가 소명이라기보다는 ‘한국에서의 경제정의실현’ 등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인 셈이다. 

  성경에 보면 ‘달란트를 나눠주는 어떤 주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이 먼 나라로 장사를 떠나기 전에 3명의 하인들에게 당시 통용되던 화폐단위인 달란트를 재능대로 나눠준다. 그렇게 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가 전달됐다. 한 달란트는 현재가격으로 추산하면 약 5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주인이 돌아와서 하인들과 결산을 한다.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를 받았던 하인들은 각각 자신이 받았던 달란트의 2배를 되가져왔다. 하지만 한 달란트를 받았던 하인은 받았던 그대로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해명한다. “당신은 최고만을 요구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당신을 실망시킬까봐 두려워서 안전한 곳에다가 돈을 보관했습니다. 여기에 있습니다. 단돈 1원이라도 안전합니다.” 주인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런 식으로 살다니 정말 끔찍하구나. 삶을 너처럼 조심조심 사는 것은 범죄행위야. 내가 최고만을 요구했다면 왜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한의 것을 하지 않았지? 은행에라도 맡겨놓으면 이자라도 받았을 것 아니냐?”
 


  달란트는 재능(talent)의 어원이 되는 단어로 우리에게 주어진 타고난 잠재력 또는 재능을 의미한다.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하인들이 어떻게 달란트(재능)를 활용해 이윤을 남겼는지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재능)를 사용했고, 그 달란트(재능)를 통해 부가가치를 파생했다. 주인이 결국 하인들에게 ‘결산’한 것은 ‘너의 부가가치는 무엇이었냐’란 부분이다. 내게 주어진 재능이나 잠재력이 많다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무엇을 위해 쓸지를 모른다면 5억원의 돈이 있더라도 어떻게 쓸지를 모르게 된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신작 <부자오빠 부자동생>에서 지금은 승려가 된 자신의 동생과 함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해나간다. ‘돈이 돈을 벌게 하라’ ‘자산과 부채를 구분하라’ ‘자기 사업을 시작하라’와 같은 내용으로 지지자와 비슷한 수의 비판자도 거느리고 있는 그가 생각하는 삶의 의미, 성공은 무엇일까? 그는 “당신이 인생의 소명을 깨닫는 순간, 돈에서 자유롭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자의 소명을 발견하지 못해서다.”라고 덧붙인다. 달란트를 받은 종들은 사실 두려울 수 있다. 잘못 달란트를 사용하면, 잃어버리거나 실수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달란트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즉 달란트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각자가 하고 싶은 소명을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 “당신을 움직이는 동기가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당신은 비로써 ‘부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인생의 목적을 발견하고 성취하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로버트는 강조한다. 나를 움직이는 동기, 그것을 소명이든 비전이든 아니면 미션이라 부르던, 그것은 무엇인가?  


  경영학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학교 석좌교수는 “사랑받는 기업만이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도전한다. 그가 21세기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효율성 극대화, 경비절감, 변화경영 등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하라. 그는 ‘사랑’이라는 가치를 제시한다.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속가능한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핵심가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펜실바니아대학 와트스쿨에서 출판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에서 뽑은 ’사랑받는 기업‘의 13개 공개회사에는 짐 콜린스의 ’11대 위대한 기업‘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서 ’사랑받는 기업‘이란 ’우리가 달성할 핵심가치가 있다‘고 믿는 기업으로 고객에 대한 열정, 직원에 대한 존중, 업무의 재미, 사회적 책임 등을 중시하는 기업들이다. 미국에서 이들은 홀푸드, 코스트코, 할리데이비슨, 사우스웨스트항공, 젯블루, 이케아, 이베이, 아마존, 팀버랜드 등이었다. 가치의 존재를 믿고 가치실현에 집중했던 이들 ’사랑받는 기업‘군과 ’주주이익 실현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는 ’위대한 기업‘군의 10년 동안의 누적수익률은 1,026%대 331%였다. 기업에서도 가치를 따라갈 때 오히려 수익률이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일단 가치를 알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시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부가가치란 뭔가 엄청난 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직업, 만나는 사람 등을 통해 행하는 그 무엇이 바로 부가가치다. 자장면을 좋아하는가? 자장면으로 어떻게 부가가치를 할 수 있을지 ‘자장면을 만드는 철학자’ 이문길 씨는 만나보자. 


  언론에 소개된 이문길 씨는 35년 경력의 수타 자장면 달인이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중국집에 들어갈 때의 목표는 가난탈출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자장면의 소명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 있었으니 캐나다 출신 육상선수 벤 존슨이다. 벤 존슨?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메달을 박탈당한 선수가 아닌가. 이문길 씨는 벤 존슨이 김포공항을 황급히 빠져나가는 뉴스를 보면서 자신의 자장면을 연결시켰다. ‘사람이 욕심이 있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나도 돈을 위해서 자장면을 만들지 말자.’ 효창공원 앞 ‘신성각’이란 8평짜리 가게에서 놀라운 소명이 탄생한 것이다. 손님들을 유혹하기 위해 자장면에 조미료와 설탕, 카라멜을 듬뿍 첨가했던 그가 변했기에 그의 가게는 이제 ‘옛날 자장면 마니아’들의 성지가 되었다. 자장면에 그만의 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지금도 그의 가게 유리창에는 그가 벤 존슨 파동을 본 후에 다짐하고 붙여놓은 ‘사명선언문’을 볼 수 있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단 한 그릇 먹어보고 눈물을 흘려줄 음식을 내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만들고 싶다. 21세기가 기다리고 있기에. 88년 10월 이문길.” 내가 자장면을 만들든, 거리의 청소를 하던 그것이 내 소명이라고 깨닫는 순간, 세상은 달라지고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나태주 시인은 “마당을 쓸었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라고 노래한다. 수타 자장면이든 빗질이든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써 부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로버트 기요사키의 말을 나는 사랑한다. 


  한국사회에도 가치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즐기면서, 가치도 버리고 싶지 않다.” “돈은 많이 못 벌어도 가치는 버리지 않고 싶다.” 이들은 진정한 부자가 되는 길을 빨리 터득해가고 있다.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말할 수 있고 전달되는 스토리가 있다. 한국의 최대 자장면집이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8평에 탁자란 4개뿐인 ‘신성각’의 이문길 씨는 안다.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자연스럽게 매달리게 되는 것이 바로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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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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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ww.climatechangeupdate.org BlogIcon 김주헌 2010.03.24 23:35 신고

    디렉터스 컷 감사합니다. 가치의 위대함에 대한 이야기, 공감이 갑니다. 동시에, 부족하기만한 제 자신을 더 돌아보게 하는 글이기도 하구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통해 한국의 젊음에 '가치'를 심으려 하는 홍보관님의 작업에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길 바랍니다. 책을 어서 읽어 보고 싶은데요.^^

    오늘도 어김없이 '국경'을 넘다가 故김수환 추기경님의 좋은 글귀를 읽었습니다. 위의 글과 연관이 되는 것 같아 나누고 갑니다.

    "성경에 보면 갈대 하나하나에도 그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인간에게 있어 그 삶, 그 존재의 의미가 없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의미는 찾아나서지 않으면 찾아지지 않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bonobono 2010.03.25 11:42 신고

    너무 좋은 글이어서 광고계 종사 후배와 방금 나눴어요. 실언하지 않는 친구가 당장 책 사서 보겠다고 하는 걸 보니 동기부여가 충분한데요? cheers!

  3. addr | edit/del | reply 이예지 2012.12.04 17:36 신고

    제가 있는 학교에서 인성교육 시간에 딱 사명선언문을 작성하려고 하는데 이런 글을 만나게 되어 기쁘네요! 학생들과 함께 나눠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