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유엔크로니클코리아 주최로 "유엔 제2대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셀드의 고향, 스웨덴 웁쌀라는 찾아가다" 강연을 진행하게 됩니다. 작가로서 제가 가진 몇가지 안되는 소망 중 하나는 다그 함마르셀드란 분을 국내에 제대로 알리고, 이 분의 유산(legacy)에 대한 확산에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 시에 이 분이 보여준 '갈등조정'의 지혜와 창의적인 해법은 동서냉전의 한 복판 속에서도 유엔이 어떻게 세계의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줍니다. 이 분이 쓴 <Markings>란 책(일기)은 공동역자인 김순신 명예교수님과 현재 초벌 번역을 완료했고, 이 분에 대한 평전과 더불어 <다그 함마르셀드 평전>(가칭)으로 출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그 함마르셀드는 국제공무원(international civil servant)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이며, 평화유지군(peace keeping missions)의 개념을 적용한 전력가이기도 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왜 모든 유엔사무총장들이 그를 "유엔사무총장의 모델"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번 강연회에서는 다그 함마르셀드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스웨덴의 웁쌀라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찍은 사진과 발견들, 그리고 이 분의 죽음(콩고에서의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한 새로운 발견(암살이었음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음) 등을 함께 나눌 생각입니다. 또한 제가 쓴 석사논문 <유엔사무총장 리더십: 두 개의 줄타기를 해야하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과 내용 등도 나눌 생각입니다.


제게 그랬듯이 여러분의 삶에도 '다그 함마르셀드'라는 도전과 이야기를 함께 가져가시면 어떨까요? 




블로그의 이전 관련글


2012/08/13 - [집필여행] 스웨덴 웁살라에서 다그 함마르셀드(전 유엔사무총장)를 방문하다


2011/12/07 - 다그 함마르셀드, 그의 영성과 갈등조정의 메시지에서 배운다


2012/01/07 - [다그 함마르셀드] 40년전 누군가의 흔적과 추억과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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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에 책이 연달이 도착하고 있다. 지난주에 폭풍 쇼핑했던 책들이 하나둘 나를 찾아온다. 새책도 있지만 대게 중고책들이다. 며칠전에는 1961년에 발행된 'LIFE'라는 잡지도 받았다. 1961년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광고들(특히 자동차 광고가 많다... 당시 미국의 중산층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들도)을 보며 잠시 삶이 현기증나게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오늘 받은 3권의 책은 <Appropriate Technology: Technology With a Human Face> (1978), <Dag Hammarskjold, Servant of Peace: A Selection of His Speeches and Statments>(1962), <Dag Hammarskjold Stricktly Personal: A Portrait>(1969)이다. 

특히 세번째 책을 열어본 순간 깜짝놀랐다. 책 안에 다그 함마르셀드(제2대 유엔사무총장)의 사진과, 그에 대한 신문스크랩 등이 끼워져 있었다. 책 안쪽 커버에는 주인이었던 사람의 싸인과 'June 1969'이란 독서일자도 씌여져 있었다. 중고책을 구입하면서 덩달아, 이 책에 스며있던 어떤 사람의 흔적까지도 물려받은 것이다.

"사라야, 이 책 봐봐. 대단하지? 책 속에 이런 게 들어있네."
아내에게 책 안에 있는 것들을 보여주었다.

"어? 그 책 대단히 소중했나봐요? 어떻게 그런 책이 중고로 팔리죠?" 
"음.. 아마도 이 책 주인이 돌아기시고, 자녀되는 사람들이 집을 정리하면서 책은 그냥 버리거나 헐값에 팔아버렸을 거야. 책주인에게는 손때묻은, 애장도서이고, 스크랩과 자신의 생각도 적어놓은 책인데.. 자녀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겠지."

1969년.. 지금으로부터 어언 40여년 전의 누군가의 오래된 흔적. 새책에서는 만날 수 없는 중고책만이 가진 선물이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다. 한 사람이 가진 가치있고 소중한 추억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척 서운한 일다.

글을 쓰다가 아들이 다가와 "아빠, 똥, 똥"이라 한다. 똥을 싸고 싶으니 화장실에 갔이 가달라는 뜻이다. 변기에 올려주고, 그 아래로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면서 얼굴이 불그락 힘을 잔뜩 주는 아들을 바라보는 건 정말 아버지로서 갖게 되는 특권 중 하나이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도, 혹 기억을 다시 못하더라도, 이런 '순간의 추억'을 간직하고, 만끽하고, 감사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책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비록 이 책은 이제 흘러흘러 내게 왔지만, 그 책 주인은 이 책을 만끽하고, 즐겼을 것이다. 

누군가 기억해주지 않더라도, 누군가 그것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선한 일을 행하고, 자신의 가치에 충실하고, 자신의 현재를 누리고 만끽하고 즐거워하는 삶. 하나의 중고책이 내게 멋진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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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 함마르셀드(1905~1961)
그가 지금 한국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

제2대 유엔사무총장(1953-1961 재직)인 다그 함마르셀드(Dag Hammarskjold)는 동서냉전으로 초대 사무총장인 트리그베 리에(Trygve Lie)가 물러나면서 식물인간이 된 유엔을 유엔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만들었던 지도자였다. 통상 정치인을 politician이라 하고 일부 위대한 정치인을 statesman이라 부르는데, 다그 함마르셀드는 후자로 통칭된다. 

국제정치의 이해와 토대가 약했던 1950년대 후반 그는 국제공무원(international civil servant)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확립했다. 편파적이지 않은 국제공무원의 역할을 정립하면서도, 그것이 '물도 아니고 술도 아닌' 무조건적인 중립관망의 역할이어서는 안됨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원칙을 고수하되, 그 원칙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법의 테두리에서의 최대의 융통성과 상상력을 활용하여, '살아있는 원칙' '명문화되지 않고 생문화된 국제정치의 원칙'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북경해법'(Peking Formula)으로 국제정치사에 종종 언급되는 중공과 미국 간의 갈등해결이었다. 당시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in Korea, 현재까지 한국에 존재한다) 소속의 미공군 정찰기가 당시 유엔회원국이 아니었던 중공(지금의 대만인 자유중국이 당시에 유엔회원국) 상공에서 격추되어 15명의 조종사들이 중공에 역류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당장 억류된 조종사들을 귀환시키지 않으면 군사적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압박했고, 이에 중공은 어떠한 잘못된 행동에도 막대한 피해가 따를 것이라며 경고한다. 당시 첨예했던 동서냉전이 다시금 '동서열전'으로 바뀔만한 긴장감이 잇따랐다. 

'세계평화와 안보'를 유엔헌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유엔사무총장인 다그 함마르셀드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전임자인 트리그베 리가 한국전쟁에 유엔군을 파견하는 유엔 최초이자 유일의 '유엔군 파병' 결의안을 제출하고서, 당시 공산권 국가로부터 일방적인 거부와 결국에는 자신사퇴한 사례가 있었다. 더구나 이번에 중공은 유엔회원국도 아닐뿐더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중심의 유엔회원국이 주도하는 유엔총회는 중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은 채택하며, 긴장의 수위를 높여갔다. 유엔총회의 결의안은 유엔사무총장에게 중공을 압박하고 무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관망해야했을까, 아니면 유엔총회의 지도를 받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유엔총회의 입장을 대변해야했을까?

그런 그는 1954년 12월 30일, 매서운 겨울에 전 세계가 놀랄만한 북경 방문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그가 방문하기 전 발표한 성명서는 아주 절묘했다. "나는 유엔총회를 대변하는 사무총장이 아닌, 세계평화와 안보의 유지를 명령하는 유엔헌장에 명시된 사무총장 자격으로 행동한다." 현실 국제정치가 만들어 낸 어쩔 수 없는 딜레마에 구속되기보다, 유엔헌장이 규정하는 추상적 개념의 최대한의 공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설계한 것이다. '도가 아니면 모' '우리와 함께하지 아니하면 적'이라 보는 현실정치에서 그의 상상력은 양측 모두를 설득시켰고, 결국 15명의 억류된 조종사들은 1955년 중공이 다그 함마르셀드의 '50세 생일선물'로 언급하면서 귀환하게 됐다. 

다그 함마르셀드가 1953년 유엔사무총장에 임명되었을 때 전 세계의 외신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무명의 그가 선택된 이유는 동서양측이 "서로를 자극하지 않도록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무난하고 조용한 사람"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는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다그에게 맡겨봐'(Leave it to Dag)라는 말이 국제사회에 통용될 정도로 강력한 지도자 역할을 수행했다.

아프리카 콩고 내전의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오른 출장길에 그는 미스테리한 비행기 사고로 순직했다. 그의 가방에서는 성경과 그가 스웨덴어로 번역하가 시작한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란 책이 발견되었다.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유엔사무총장실에서 발견된 그의 비망록은 또다른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정치의 최고점에 있던 그의 생각과 의견이 적혀있을 거라 여겨졌던 'Markings'라 제목이 쓰여진 비망록의 내용이 공개됐을 때, 전 세계는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곳에는 그가 유엔사무총장이라 느껴질만한 그 어떤 내용도, 그가 다루었던 굵직굵직한 국제정치 단편 하나라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그곳엔 그가 '내 영혼의 백서'라 말한, 자신의 내면 및 이상과 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영감들로 가득했다. 그는 진정 생각하는 지도자였다. 고독한 독백과 생각을 통해 그는 현실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영성을 개발해갔다. 그리고 그가 고수했던 원칙은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독단적인 원칙이 아니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원칙을 포용하고, 현실이 원칙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그는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원칙을 내세우는 대신, 원칙을 현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석했다.   

인류 최대의 분쟁과 갈등이 최고조였던 1950년대 후반, 그가 선보였던 영성과 갈등조정의 지혜는 오늘날 한국사회에, 그리고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 철학자 파스칼은 '고독한 시간을 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모든 죄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갈등조정과 분쟁해결에 앞서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내면을 돌아보고, 우리가 가꾸어가야할 아름다운 원칙을 먼저 내재화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후에야 우리는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과 가치의 힘을 실현시킬 풍부한 상상력과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유일하게 사후 노벨평화상이 헌정된 그의 사후 50년이 된 오늘날, 우리는 그에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산을 오를 때 정상에 닿을 때까지
절대로 산 높이를 재어보지 말라
꼭대기에 올라보면 그 산이 얼마나
낮은지 알게 될지니

  *     *     *     * 

한발 내 딛기 전, 땅이 안전한가 결코 내려다보지 말지어다
오로지 먼 수평선에 눈을 고정한 자만이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나니

<Markings> 중

 


글쓴이 후기
다그 함마르셀드는 저의 멘토 중 한 분입니다. 미국에, 그리고 중국에 1년씩 체류할 때 제가 꼭 곁에 두었던 책이 바로 <Markings>입니다. 유엔사무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석사논문을 쓰면서 알게 된 그 분의 삶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제 '평생  꼭 해야할 개인적 의무' 중 하나로 그 분을 한국사회에 알리고, 그 분의 저작을 번역해 소개하기로 결심했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12년에 <Markings>의 한국어번역본과 그를 소개하는 입문서를 내게 됩니다. 영문학 명예교수님과 함께 번역을 시작했고, 저는 석사논문 과정에서 썼던 글과 당신의 자료들을 다시 수합해 그에 대한 글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압살라대학교와 '다그 함마르셀드 연구소'도 방문해 현지자료 수집도 할 예정입니다. 꿈을 이루어 간다는 게 이런 기쁨입니다. 명예교수님도 다그 함마르셀드를 젊었을 때 접하고서 그를 알리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죠. 그의 메시지가, 중요한 기로를 선택해야할 한국사회에, 그리고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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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예원 2011.12.07 12:45 신고

    <Markings>번역본 정말 기다려지네요~ 출판되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yf2009.tistory.com BlogIcon 세계개척자 2011.12.09 00:52 신고

    끝임없는 출간의 열정~ 그대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박수를~~

  3. addr | edit/del | reply 에크하르트 2012.02.12 11:39 신고

    뭘 검색하다 여기 들어왔습니다. 함마르셀드는 아주 소중한 인물이죠. 아직 국내에 이 분에 관한 책은 한권도 없는 상황이죠. 많은 청년들 특히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이분의 책을 읽으면 참 좋겠습니다. <Markings> 아주 귀하고 감사한 책입니다. 이 귀한 책이 번역된다니 참 훌륭한일입니다. 언제 출판 예정인지요. 책이 출간되면 바로 구입하겠습니다. 출판되면 메일 한번 주십시오. 좋은 하루 되세요. eckhart96@gmail.com

  4. addr | edit/del | reply passing by 2012.05.28 01:24 신고

    저는 <쿵스레덴을 가다>라는 책에서 알게되어, 이 분이 정치색없는 정치가이자 사진작가+하이쿠작가라는 문구에 반하여 찾아보다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올해 입문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들으니 너무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