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국격의 기준이 되어야
GNH(국민총행복)를 중시하는 부탄과 코스타리카
 
                                                                                김정태  danhovision@hanmail.net 
 
 
  최근에 출장으로 방문했던 부탄의 수도 팀푸에는 ‘교통신호등’이 없다. 한때 설치가 되었지만, 국민들이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정부에게 요청해 신호등을 없애버렸다. 신호등이 없어도 시내에서는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출장으로 방문했던 부탄은 ‘여행객들의 최고의 선택’ 중 하나이지만, 부탄은 1년에 약 7,000명의 여행객 쿼터가 있다.


  2010~2012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외래 관광객 1천 만 명 유치목표를 가진 우리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진 않는 부분이다. 관광은 세계최고의 산업이며, 관광객의 구매력이 결국엔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될 텐데 말이다. 2009년에 부탄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160명 정도. 한국인 수가 많지 않은 데는 또 이유가 있다. 관광비자로 들어온 모든 사람은 하루에 200불을 ‘환경보존금’ 명목으로 납부해야한다. 4일 일정으로 들어오면 800불을 내야하는데, 이 비용에는 숙박과 식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정도 금액을 요구하면 솔직히 ‘왠만하면 오지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인구 50만명의 부탄이 이렇게 방문객 쿼터와 환경보존금 등을 시행하는 이유는 부탄의 국정기조인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과 관련이 깊다. 국민총행복이란 2006년 국민선거를 통해 정부를 수립하고 스스로 왕위에서 물러난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국왕이 제안한 개념이다. 그는 17세에 제4대 국왕으로 취임한 자리에서 “경제적인 대차대조표 대신에 국민의 행복도를 기준으로 나라의 발전도를 삼겠다.”라고 해 전 세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문화적 전통보전’ ‘환경보존’ ‘부의 공평한 분배’ 등의 원칙으로 구성된 국민총행복 개념은 2006년 부탄 헌법에도 포함되었다.


  한국의 헌법 제10조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부탄은 선언에서 끝나지 않고 헌법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부탄 면적의 최소 70%는 개발되지 않는 산림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라는 식이다. 실제로 지켜지는지 궁금해 현지에서 만난 부탄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헌법은 70%의 최소기준을 정했지만, 실제로는 80% 이상이 산림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헌법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민총행복’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부탄은 1년에 입국하는 외국인의 수를 제한하거나 ‘환경보존금’을 걷고, 아무리 많은 돈을 제공하겠다 해도 부탄 지역의 히말라야산맥 입산을 금지하고 있다. 부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2천불 수준으로, 전체 231국 중 195위이지만, 행복지수는 세계8위이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54개국 중 23위. 부탄 1인당 국내총생산의 10배가 넘는 생산성을 지닌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부탄과 함께 ‘행복’으로 유명한 나라는 중남미의 평화국가 코스타리카다. 헌법에 ‘군대보유를 금지한’ 세계 첫 국가인 코스타리카는 그 밖에도 ‘재생에너지 사용률 90%’로도 유명하며, 신경제재단이 실시한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에서 1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인 니콜라스 크나스도프는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격찬했다. 코스트리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약 1만 불 수준. 국격 제고를 위해 자동차를 더 팔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더 수월한 방법이 있다. 이들은 ‘행복’이란 개념으로 전 세계의 관련 학계와 전문가, 언론계의 주목을 받는다. 국민도 행복하고, 해외의 주목도 받는 셈이다.


  부탄과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공통점에는 그들의 삶의 태도와 관련이 깊다. <오래된 미래>의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인도 북부 라다크 사람이 영국에 체류하면서 했던 말은 인용한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간접적입니다.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글을 쓰고 이야기하고, 어디에 가든지 화분에 담긴 식물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식물이 있고, 벽에는 나무들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늘 자연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도대체 실제의 자연과 접촉을 갖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헬레나는 이를 다음과 해석한다. “우리는 현실에서 한 단계 떨어진 채 이미지들과 개념들에 의존하여 삶을 사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실제로 누리는 많은 삶의 순간은 많은 경우 ‘돈’을 매개로 한다. 과거에 인기 있었던 TV시리즈물 ‘600백만 불의 사나이’의 제목은 인간도 ‘얼마’인지 환산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1백만 불의 미소’ ‘천금같은 기회’ ‘백만 불짜리 습관’ 등은 어떤가? 회사 주변에는 저녁만 되면 찌라시가 깔린다. ‘외로우세요? 하룻밤 6만원에 해결하세요.’ 외로움의 값이 6만원이란 뜻일까? 우리는 어느 새 인간의 모든 가치를 값으로 표현하고,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


  최근에 별세한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의 목표나 개인적 만족을 단순한 경제적 성장에서 찾을 수는 없다. 국민총생산(GNP)은 삼나무 숲의 파괴와 호수의 죽음, 네이팜 탄과 미사일과 핵무기의 생산으로 증가한다. GNP는 가족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을 포함하지 않는다.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의 가치, 우리의 유머나 용기, 지혜나 가르침, 자비나 헌신을 측정하지 않는다. GN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측정한다.”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박은 이러한 GNP 사고가 우리의 개인 삶과 행복에도 물질을 매개로 ‘값을 매기는 습관’을 갖게 한다.


  당신이 암에 걸려 치료를 받아도, 6만원에 외로움을 해결해도 GNP는 증가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행복도 증가하는가?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서 내려앉아도 GNP의 관점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문화유산을 잃어버려 당분간 심미적 가치를 누릴 수 없는 우리의 손실은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엘빈 토플러는 ‘보이는 부’와 ‘보이지 않는 부’를 말하면서, 돈 뿐 아니라 ‘거실의 풍경화를 보며 느끼는 문화적 욕구충족’도 보이지 않는 부로 설명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보이지 않는 부가 더 커지게 될 것이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미래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당신의 행복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가? 오후의 따뜻한 차 한잔, 반가운 친구의 방문, 소중한 일자리에 대한 감사를 느끼고 있는가. 행복을 직접 경험하라. 물질을 통해 행복을 간접 경험할 수는 없다.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만든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이 추천하는 ‘행복도를 높이는 8가지 조언’에는 ‘물질’을 통한 간접적인 행복추구는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직접적인 경험들이며, 주위의 사람들과 관련이 많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소개되어 있는 것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쏟을 것
 -흥미와 취미를 가질 것
 -밀접한 대인관계를 맺을 것
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
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것
 -현재에 몰두하고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말 것
 -운동하고 휴식하기
 -항상 최선을 다하되 가능한 목표를 가질 것


  이러한 ‘행복경험’을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레이몬드 박사가 임사체험자(죽음을 체험한 사람) 150명의 증언을 근거로 작성한 ‘죽음 직전의 상태’라는 연구결과와 관찰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레이몬드 박사는 ‘죽음 체험’을 통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거치는 14단계를 묘사한다. ‘자신의 죽음의 선고가 들린다’ ‘돌연 어두운 터널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강한 고독감이 엄습한다’ ‘지금껏 알고지낸 여러 사람들이 나타난다’ ‘자신의 생명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등이 그런 단계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했다.


  흥미로운 결과는 그 판단기준인데, 자신이 얼마나 돈을 벌거나 출세했든지 혹은 유명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한평생 나는 얼마나 타인과 사랑을 함께 나누었는가?”라는 기준이었다. 서로 알지 못하는 150명 대다수의 판단기준이 ‘사람과의 관계’ ‘사랑’ 등과 같은 가치로 수렴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당신은 직접적인 행복경험으로 국민총행복에 기여하고 있는가? 간접적인 ‘물질’ 소비를 통해 국민총생산에만 기여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평생 나는 얼마나 타인과 사랑을 함께 나누었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이 질문이 어떤 이에게는 충격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또 다른 행복의 미소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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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yf2009.tistory.com BlogIcon 세계개척자 2010.04.03 15:51 신고

    부탄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2. addr | edit/del | reply 김미소 2013.03.18 18:34 신고

    얼마전 (지난주 토요일? 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에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어요~ 부탄을 여행한 미국인 여성의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칼럼 감사합니다. :)

  3. addr | edit/del | reply 신혜영 2013.03.22 16:15 신고

    행복의 기준이 돈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자연, 사람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지가 되면 좋겠어요. 어릴 때랑 비교해봐도 분명 누릴 것이 많아졌는데 삶은 오히려 더 피곤해진 것 같아요.. 저도 개발협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남의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해치면서 가난한 나라가 발전하도록 도와줬다고 의기양양하는 야만적이고 몰이해한 섣부른 개발도 조심해야 할것 같고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업무와 여러가지 상황으로 부탄출장 사진을 올리는데 지체가 되었네요! 3회 그리고 4회 마지막 시리즈까지 얼릉 올려보겠습니다.


워크숍 진행 직전의 모습. 단란한 분위기였는데, 이곳은 난방이 없는 건물이라 약간 쌀쌀했답니다.


'생체인식 출입국관리시스템 워크숍'이란 정식명칭의 워크숍 초기 화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렇게 현수막을 직접 그려(?) 만들기도 한다. 정겹기도 하고, 인간미가 느껴지는데, 한국의 세련된 현수막은 왜이리 삭막하게 느껴지는지. 제일 하단의 문구에서는 여는괄호[(]가 있는데, 마지막에 닫는 괄호[)]가 없지만, 그렇다고 누가 지적하거나 분위기를 나쁘게 몰아가지 않았다. 괄호 하나 없다고 워크숍에 큰 해도 없지 않은가!



워크숍 오전을 마치고 따뜻한 햇살을 받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와 어디를 봐도 그냥 멋진 풍경이 보인다!


부탄 국립도서관 모습. 이런 곳에 몇 달 동안 와서 충분하게 부탄에 대해서, 부탄의 국민총행복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다. 누가 알랴. 나도 이런 곳에서 멋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오전에 햇살이 너무 좋아서 다들 단체 사진을 찍었다. 부탄 사람들이 좋은 건 이들의 독특한 의상 뿐아니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 때문이다. 그 행복감에 나도 전염되는 듯 하다.



밖에서 차를 마셨다. 부탄에서는 틈이 나면 차를 마시는데, 브리티쉬홍차다. 홍차에 따뜻한 우유를 부어 마시는데, 중독성이 강해서 틈만 나면 나도 마시고 싶어진다. 아~ 그립다. 부탄차!



'용의 나라' 부탄 답게, 차를 마시는 잔에도 용이 그려져 있다!



차를 마시고 담소를 마시는 참가자들. 이번 행사를 위해 부탄 전역의 출입국관리소에서 수도로 집결한 공무원들이다.


한국 법무부의 출입국팀에서 워크숍에서 시연한 전자판독장치. 한국의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다니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이 자랑스러웠다.

판독장치에 여권을 대면, 어떤 나라이든 수초만에 각종 정보와 진위여부가 판가름 나게 됩니다. 한국의 발전된 모습에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자연과 함께 되는 모습들. 건물 바깥으로 나와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마치, 등산을 와서 기념사진을 찍은 것 같네요.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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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사라 2010.03.24 14:08 신고

    현수막 때문에 웃었어요.
    참 좋은 나라네요~ 작은 실수 같은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느껴져요~^^

  2. addr | edit/del | reply 박혜연 2010.06.14 13:02 신고

    비록 국민총행복지수가 현재 세계17위로 떨어졌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나 일본보다 행복한 부탄국민들을 보면 저도 부탄에서 정착해 살고싶어지는 맘이 듭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나를 조우하다
워크숍 일정을 마무리하고, 주최측인 부탄 이민국에서 마련한 만찬을 끝내고 이제 호텔방에 와서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있다. 혼자 고요하게, 낯선 나라에서 자신을 대면하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 두근거리는 일이다. 익숙한 곳에서 멈추었던 질문들과 생각들, 고민과 성찰이 가능하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낯선 존재일 때가 많은데, 내가 사는 익숙한 환경에서는 그런 낯선 나를 대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장소, 낯선 국가에서 낯선 나를 보는 것이 오히려 편할 때가 있다.

햇볕이 행복을 가져다 줄지도
부탄은 그런 나라다. 만나는 사람들 각자가 뭔가 스토리를 지닌 듯 친근하고, 햇빛은 너무나도 따스하다. 워크숍이 열린 국립도서관 회의실은 쌀쌀했는데, 커피타임과 식사시간에는 다들 밖으로 나와 햇빛을 쪼면서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햇빛이 사람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 부탄에서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개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부탄은 햇볕의 나라다. 함께 이곳에 온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님은 예전 자신이 어렸을 적인 1950년대, 한국에서 느꼈던 그런 햇볕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제 도무지 느낄 수 없는 그런 투명하고, 신비한 햇볕이었다고 한다. 하루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내부 공간에서 지내고, 또 업무가 종료된 후에도 각종 '방'과 '룸'으로 들어가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불행한 이유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국민총행복, 부탄의 자랑스런 철학
국민총행복이란 개념을 처음 내세운 사람은 부탄의 4번째 왕으로, 그의 아버지이자 3번째 왕이 갑작스레 사망해 그가 17살의 나이로 왕이 되었던 때였다. 그 청년의 입에서 "국민총생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총행복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17살, 묵상과 국가의 장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많았던 한 청년의 해법이 바로 '국민총행복'이었다. 그의 이 파격적인 접근은 다시 그의 아들이자 부탄의 5번째 왕에 이르러 부탄의 국가기조로 확실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2008년 부탄의 헌법이 제정될 때, 제8조에 명백히 '국민총행복'을 언급하며, 모든 국가 정책의 시발과 방향이 '행복'과 연계시켰다. 또한 헌법으로 국토의 최소 60%는 산림으로 유지되어야 함을 명시하여, 개발의 한계를 정했는데, 현재 국토의 73%가 산림이다.

이 5번째 왕은 "언제까지 부탄에 왕이 있을 수 없고, 왕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신념 하에 지난 2008년 민주주의 직선선거로 최초로 선거를 실시, 내각책임제로 전환되었다. 당시 국민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고, 계속 왕국으로 남길 원했지만, '왕'은 스스로의 힘을 제한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쯤되면, 부탄 왕은 옛날 로마의 현제를 동시대에 보는 것과 같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올리겠지만, 왕궁은 행정청사와 국회의사당 사이에 있는데, 위치도 낮은 곳에 있고, 규모가 엄청나게 작아 그저 일반적인 자택같이 보인다. 그런 검소함과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에, 부탄 왕은 부탄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존경과 지지를 받고 있다.

오늘 만찬에서 옆에 있던 부탄 공무원에게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simple life'였다. 과도한 물질과 소유가 과연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냐고 그가 반문했다. 먹을 정도의 음식, 추위를 피할 거처, 뭐든 일할 수 있는 권리, 이 정도면 행복한 거 아니냐고 한다. 그에게선 어떤 가식적이거나 뻔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아 정말 그렇지 않을까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재난이 닥쳐서 관련 물자생산이 증가해도, 범죄가 증가해 제반 사회비용이 증가해도, 삭막한 사회구조로 인해 의료비용이 급증해도, 그 모든 것은 GDP 상승에 일조한다. 단지 공장에서 물건을 제조하고, 서비스가 증가하고, 생산량이 증가한 것만이 GDP가 아닌 셈이다. 그것이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부정적인 결과로 유발된 생산이든, '증가된 생산' 분량에 결국 해당 국가의 전반적인 '상태'를 측정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반면 GDP가 높을 수록 국민총행복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한국도 세계 10대 경제권이지만, 2003년에 영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행복지수가 130위 권에 머물렀다. 부탄은 경제로는 최하위권이지만, 행복지수는 6위를 기록했다.

부탄은 한반도의 1/5 정도인 작은 나라지만, 전 세계에 '행복'이란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나라다. 그것도 개념이 아니라 일상 삶과 국정실현에 있어 구체적으로 '국민총행복'을 실현해 간다는 점에서 우리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할 나라이다. 

내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탄연구센터(Center for Bhutan Studies)를 방문하게 된다. 이 곳에서 보다 자세하게 국민총행복에 대해 알게 되고, 관련된 자료를 얻게 되길 기대해 본다. 참, 오늘 워크숍에 알게 된 사실인데, 2009년 부탄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155명이다. 공식방문과 관광객을 다 합한 수치인데, 이는 2009년 한해 한국을 방문한 부탄인 180명 보다 적은 숫자다. 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부탄을 방문했으면 하면서도, 한국인의 방문이 오히려 부탄인의 순수함에 오점을 줄까 지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국 여자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예쁘다"라고 믿는 이들에게 한국은 기적과 대단한 나라이다. 이런 환상을 깨는 게 좋을지, 아니면 계속 갖게 하는 게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

<누가 세상을 바꾸는가>를 읽고 있는데, 해외에서의 독서는, 한국에서의 독서와는 달리, 느끼는 것과 묵상의 질이 다름을 느낀다. 책이 빨리 넘겨지지 않아 걱정이다. 곳곳마다 탄성을 지르며 줄을 긋고, 내 생각과 아이디어를 병기해야 한다. 꼭 이 책만이 아니다. 긴 출장길 때문에 공항에서 구입해서 오는 내내 다 읽어버렸던 <부자오빠 부자동생>과 <행복의 경제학>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무척 빈번하게 느끼는 거지만, 여행에서 선택한 책들의 내용은 비슷한 주제를 가진다.

부탄에서 방콕, 다시 한국으로 오는 일정에서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오두막>, 그리고 읽다가 다 못 읽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을 읽을 예정인데,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어떻게 다 읽냐고? 비행시간만 8시간이지만, 방콕에서도 8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총 16시간 동안 책 3권은 가능하지 않을까.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는 다는 건, 마치 에스프레소에 초콜렛 가루와 휘핑크림을 얹은 카페모카를 마시는 것과 같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현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그 카페모카를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마시는 셈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느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카페모카를 함께 마시는 사람과 함께 따스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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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0.01.15 10:06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10.01.18 16:50 신고

      반갑습니다~ 김영진 선생님, 덕분에 잘 다녀왔구요~ 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네요^^ 부탄에서 많은 생각과 성찰들 했는데,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2010.01.18 14:12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10.01.18 16:51 신고

      ㅋㅋ 내 아내기 때문에 하는 찬사가 아니공?? 내 글은 그냥 무미건조하다고도 생각되는데.. 모르겠넹~ 하나님께서 내게 특별한 은사를 주신 것도 같아 감사해요. 사랑해~

  3. addr | edit/del | reply 2010.01.19 20:58

    비밀댓글입니다

  4. addr | edit/del | reply 2010.02.03 16:11

    비밀댓글입니다

  5. addr | edit/del | reply 우주인 2010.06.08 17:28 신고

    오랫만에 오빠 블로그 올라와서 글 읽고 있는데, 부탄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흥미로운지 처음 알았어요! 부탄에 관한 정리된 다른 글이나 보고서가 또 있는지 알고 싶어요~

  6. addr | edit/del | reply bonak 2010.11.11 10:28 신고

    제 친구들 중엔 부탄 애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곳이 그렇게 오지였다는 것을 지금 처음 느껴봅니다. 가기 힘든 곳이었군요ㅎㅎ

  7. addr | edit/del | reply 손영란 2011.02.01 10:49 신고

    님의 부탄에 대한 정보를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영란

이제 오늘 저녁비행기로 부탄출장을 가게 됩니다. 

부탄의 출입국관리 시스템 관련하여 워크숍의 기획과 진행 등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Bhutan e-Government Workshop: eImmigration and the Korean Experience라는 워크숍인데, 부탄이 외국(주로 티베트와 네팔인)인들의 입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CT, 생체인식을 통한 출입국관리시스템에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은 KISS(Korea Immigration Smart Service)라는 효율적인 출입국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2007년 유엔의 공공행정대상을 타기도 했지요. 많은 분들이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기까지 평균 10분도 안걸리게 되는 놀라운 이유가 바로 효과적인 출입국시스템을 한국이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나라는 짐을 찾기까지 2시간이 걸린 적도 있지요.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줄기에 있는 한반도의 1/5크기의 왕국으로, 티베트, 인도 등과 접한 나라입니다. 참 신비한 나라라고 들었고, 여행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 출장을 준비하면서 정말 그렇구나 했습니다. 부탄의 이름은 '용의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히말라야 산맥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을 가지고 있어, 여러 등반가와 기업 등으로부터 등정을 허락할 경우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제안을 받고도 일절 응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천국)'이라 일컬어지는 부탄은 국가 정책적으로 '국민총생산'이 아닌 '국민총행복'(Gross Happiness Index)를 활용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국가의 개발이 아닌, 개개인의 행복 여부가 정책의 기준이 되며, 1년에 추진할 수 있는 개발총량제가 지켜지며,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하루에 1인당 200불 상당의 환경보존금을 내야만 합니다. 돈이 있어도 1년에 7000명 이상의 관광객 입국을 허락하지 않기에 부탄이 외국에 개방된 이래 이 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인 기껏해야 20만명에 달한다고 하네요.

지난 금요일에 유엔본부에서 최종 출장승인이 떨어져 급박한 일정으로 비행일정을 짜봤지만, 유엔본부에서는 급기야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인도까지 가서 거기에서 육상교통(버스 등)을 이용해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인도에서 내려 버스 등을 타려면 시간도 문제지만, 비자 문제가 있어서,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한국에서 여행사를 통해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네요. ^^

한국여행사는 암튼 대단합니다. 유엔본부에서도 찾지 못하는 부탄의 유일한 국영항공사(Druk Air)에 직접 전화를 해서, 일일이 수속을 받아주어, 금요일 새벽4시까지 작업하고, 다시 토요일 오후 2시까지 사무실에 나와야 했지만, 간신히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정말 BT&I 여행사, 특히 최나영 담당자님께 감사드려요^^

저는 이상하게 오지 또는 험지로 출장명령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네요. 2008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 2009년에는 코트디부아르, 2010년에는 부탄으로 이어지는 '평생 방문하기 어려운 나라'들의 출장기록.. 많이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유혹을 살뜰이 뿌리치는 신비한 나라, 부탄에서 이번에는 어떤 삶의 통찰과 감사를 느끼게 될지, 진행할 워크샵과 별도로 기대해봅니다.

부탄 들어가는 일정
혹시 나중에 부탄에 가시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면, 부탄으로 가는 항공편은 우선 태국이나 인도를 거쳐 들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방콕에 들려 그곳에서 Druk Air를 타고 부탄(파로 공항)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하루에 1회만 운행되며, 미리 부탄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지정된 여행사를 통해 받아야 하므로, 미리미리 준비하셔야 하고요.


 
가기 전에 부탄에 대해 알아보려 책을 찾아봤는데, 유일하게 나와 있는 책이 <지구상의 마지막 샹그리라: 부탄의 문화 민속 엿보기>란 책이었습니다. 민속학을 전공한 교수님께서 지은 책인데, 이분도 책에서 당시 영국에 있을 때 왕세자를 비롯, 온갖 연줄을 동원했을 정도로  부탄에 가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탄에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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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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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fishabm.tistory.com BlogIcon 어복민 2010.01.12 12:39 신고

    ^^ 새벽에 티케팅 하느라 고생하시는 것 봐서 그런지 함께 부탄으로 출장가는 기분입니다~ 부탄가서의 내용들도 포스팅해주실거죠? UN본부도 찾지 못하는 루트를 한국 여행사가 찾아냈다는 부분이 참 재밌네요 ㅋㅋ
    국민총행복지수,개발총량제,환경보존금... 이야기 만으로도 많은 시야를 제공해주는 국가 같아요~ 그런 곳에 가볼 수 있다는 것도 참 축복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경험들 많이 누리시고 또 나누어주세요^^

  2. addr | edit/del | reply 김주헌 2010.01.14 19:22 신고

    부탄에 가시다니, 정말 특이하고 좋은 경험 하시겠네요.^^ 물질문명 없이도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나라. 어떤 삶의 통찰을 느끼고 오실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긴 여행길일 텐데, 부디 몸 조심히 다녀 오시길.

  3. addr | edit/del | reply 오사라 2010.01.18 14:15 신고

    아, 재밌다! *^^*

  4. addr | edit/del | reply Siel 2010.01.27 13:38 신고

    어머- BT&I 무교동에 있는거 맞나요?
    저희는 NGO인 저희에 비해 가격대가 너무 높기도 하고 잘 안해줘서 안 좋다고 막 뭐라 하는데..-_-;;
    서비스는 정말 한국만한데가 없는거 같아요. :)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10.01.28 10:47 신고

      응 맞아! 무교동에 있는 거.. 우리도 비용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잘 해주는 건가??^^;;; 부탄 가는 일정, 유엔도 못하겠다고 한 거 BT&I가 한 걸 보면 대단하긴 해^^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dh8080.egloos.com BlogIcon 동히 2010.04.18 22:59 신고

    일본에서 공부중인 유학생입니다. 얼마전에 학교에서 부탄에서온 학생을 만났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에 트랙백 허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