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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13 고려대 자퇴녀.. 내가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란 글을 쓴 이유 (4)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를 쓴 "고려대 자퇴생"의 글이 인테넷에 떠돌고 있다. 이런 제목의 빡빡한 글을 쓰기까지 그는 얼마나 격분이 있었을까. 그녀의 글을 읽으며, 우리가 익히 인지하고 있지만, 극히 드물게 인정하는 사실을 깨달을 것처럼, 새삼 불편하고 껄끄러운 생각을 갖게된다. 한참 재밌게 게임도 하고 TV도 보며 그 순간에 몰입하던 '사형수'들에게, 어떤 '미친 사람'이 "우린 사형수야.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라고 외쳐 분위기를 망치는 것과 같다.

사실 우리는 삶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언제 호출될 지 모르는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삶이 평생 될 것같은 착각에 그 말도 안되는 욕심과 욕망을 채우기위해 남을 짓밣고 밀쳐내고 앞서나가려 한다. 그렇게 스스로 '상품'이 되지만, 수 많은 다른 '상품'들과 함께 경쟁하기 위해 스스로 '저가'정책(디스카운트)을 써서 '간택'을 받으려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나보다 젊고 뛰어난 '상품'들이 나를 밀치고 들어온다. 나는 설 곳이 없다.

넓고 넓은 초원 위에 길은 모든 방향이 다 길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곳으로 길이 닦아졌긴하지만, 그 길만이 길은 아니다. 그리고 그 길은 처음엔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어졌지만, 이미 그 길을 다녀온 소수의 무리에 의해 '그 길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길은 그 길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 넓은 길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오히려 좁고 좁은 길이 되었다. 앞으로 나서기 위해, 앞서 가는 누군가를 앞서가고, 밀쳐야한다. 그렇게 가다가 가다가 결국 다다른 곳엔 '소수의 선택된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 있다. 몇 명은 지나갔다. 그런데, 다수는 그 관문 양 옆의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뒤로 돌아가려해도, 계속 밀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 '관문'이 아니면 '낭떠러지'. 

초원은 모든 방향이 내 갈 길이다. 비록 지금 당장 내가 '길'이라 생각했던 그 길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모호해지면서 불안하고 의심이 들 것이다. 경계가 사라진 순간 모든 길의 방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더이상 "그래도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했으니깐 뭔가 안전하지 않겠어?"라는 속임수에 속지 않아도 된다. 경쟁이 아니라, 내 생존을 위해  내 길을 갈 뿐이다.

길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은 불안하지만,
살아있는 나침반만이 멈추지 않게 떨면서 북극을 가르치듯이,
떨림과 불안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스토리는 스펙을 이긴다."
네게는 고유한 잠재력이 있다. 스펙의 눈을 통해서는 깨닫지 못할 것이다.
자격증 획득과 학점관리, 토익성적과 같은 '숫자'상의 이력으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다.
스토리를 통해 너의 고유한 재능과 잠재력을 발견해보라.

스펙은 네가 죽어야 내가 살지만, 스토리는 너의 꿈을 돕는 게 내 꿈을 실현시키는 방법이기도하다.
'고려대 자퇴생'은 그녀만의 스토리를 하나 만들었다. 김.예.슬
그 이름만이 가질 수 있는 그녀의 스토리는 10장의 이력서가 부럽지 않다.
스토리의 진검으로 100장이든 1000장이든 지푸라기 이력서는 단 칼에 베어질 뿐이다.

그대 진정 스토리가 있는가?
이력서말고, 스펙말고, 너도 인정하는, 네 마음을 뜨겁게 하는, 그 스토리말이다.
그녀와 같이 대자보를 쓰던, 뭐를 하던, 침묵하는 너도 네 스토리를 말해주어라.

그녀는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도 알지만 나도 결말은 알 고 있다. 그녀가 강하다. 스토리가 강하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란 책을 내가 격분하는 마음으로 쓴 까닭이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그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과 좌절감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그 20대의 한 가운데에서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남은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나를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 서서 이 경주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우월하고 또 다른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무력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 질주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앞서 간다 해도 영원히 초원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 또한 나의 적이지만 나만의 적은 아닐 것이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국가는 다시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어,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2년간 규격화된 인간제품을 만들어 올려 보낸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피라미드 위쪽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이 변화 빠른 시대에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전문과정에 돌입한다. 고비용 저수익의 악순환은 영영 끝나지 않는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세계화, 민주화, 개인화의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습된 두려움과 불안은 다시 우리를 그 앞에 무릎 꿇린다. 생각할 틈도, 돌아볼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또 다른 거짓 희망이 날아든다. 교육이 문제다, 대학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생각 있는 이들조차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공해서 세상을 바꾸는 '룰러'가 되어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너를 응원한다",
"너희의 권리를 주장해. 짱돌이라도 들고 나서!"
그리고 칼날처럼 덧붙여지는 한 줄,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없는 대학에서,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이 진리인지 물을 수 없었다. 우정도 낭만도 사제간의 믿음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순수한 시절 불의에 대한 저항도 꿈꿀 수 없었다. 아니, 이런 건 잊은 지 오래여도 좋다.
 
그런데 이 모두를 포기하고 바쳐 돌아온 결과는 정말 무엇이었는가. 우리들 20대는 끝없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한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에서 답을 찾으라는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깊은 분노로.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유지자가 되었던 내 작은 탓을 묻는다. 깊은 슬픔으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을 키우며 나를 값비싼 상품으로 가공해온 내가 체제를 떠받치고 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한번 다 꽃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 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자유의 대가로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도전에 부딪힐 것이고 상처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삶의 목적인 삶 그 자체를 지금 바로 살기 위해 나는 탈주하고 저항하련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학비 마련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눈 앞을 가린다. '죄송합니다, 이 때를 잃어버리면 평생 나를 찾지 못하고 살 것만 같습니다.' 많은 말들을 눈물로 삼키며 봄이 오는 하늘을 향해 깊고 크게 숨을 쉰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덕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균열은 시작되었다. 동시에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이제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에 두고 나는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10년 3월 10일 김예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자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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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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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2010.03.15 17:35

    비밀댓글입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10.03.15 10:20 신고

      주헌씨, 반갑고 기대가 됩니다. 하나님께서 제네바로 부른 여러 이유 중이 하나가 주헌씨의 글쓰기 역량을 강화하고 좋은 출판물을 만드는 것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Uncertainty' 제 책에 쓰기도 했지만, 불확실한 사회에서는 불확실을 내 편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처럼, 다수가 따르는 길을 안전하다고 믿는 성향이 있어서요.

      주헌씨의 작업에 큰 기대가 됩니다. <한국에서 세계를 품다>의 인세5%를 보낼 수 있게 됐는데,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책 진행 관련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번 여름까지는 <UN Today> <Markings>란 책 번역을 진행할 듯 해요. <모의유엔핸드북>도 4월초까지 마무리될 것 같고요. 원고는 마무리돼는 대로 보내주면 제가 필요한 피드백을 드리도록 하죠. 전화 통화는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 이후에는 괜찮은데, 그쪽 시간대를 모르니깐, 센터 근무 시간인 오전10시~오후5시 사이에도 전화주시면, 괜찮을 듯 해요.

      화이팅! 샬롬!

    • addr | edit/del 2010.03.17 00:40

      비밀댓글입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orldfriends.kr BlogIcon 세계개척자 2010.04.03 15:59 신고

    스토리라는 대안에 한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