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시작되었던 나만의 '다그 함마르셀드' 읽기 작업. 그에 대해 구매가 가능한 전 세계의 

단행본은 거의 모두 확보했고 읽어왔다. 영국에 와서 60만원을 들여서 추가 구매를 하기도 한

다그 함마르셀드 콜렉션. 내가 소장한 가장 아끼는 도서들 중에 하나다.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스웨덴 웁살라(uppsala) 지역으로의 집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저작 활동은 내가 특별한 기쁨과 에너지를 느끼는 활동이다. 어느덧 정년이 되어 어떤 일선에서라도 물러나는 순간, 내가 본격적으로 몰입하게 될 '최후의 직'은 바로 논픽션 작가활동이다. 피터 드러커가 평생을 자신의 일차적인 직은 '비즈니스 사상 저술가'라고 밝혔던 것과 같이 나 또한 '사회혁신 사상 저술가'가 되는 일말의 가능성과 기회가 있기를 꿈꾼다. 


내게는 본격적인 첫번째 집필여행이 될 스웨덴 방문은 '다그 함마르셀드' 평전(그의 'Markings'라는 일기의 번역본 포함)을 쓰기 위해서다. 국내의 한 대형출판사를 통해 올 하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초안의 최종마무리와 보충 자료조사를 위해서 영국 유학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을 계획하는 시점에서 결정하게 되었다. 


다그 함마르셀드는 유엔의 제2대 사무총장(1953~1961년)이었던 스웨덴 인으로서, 콩고 내전을 협상하러 가던 비행기가 추락해 순직하면서 훗날 사후 '노벨평화상'을 수상받은 분이다. 동서냉전이 극한에 달했던 아주 입지가 좁았던 냉혹한 국제현실에서 그는 '원칙의 창조적인 해석'을 통해 두 극단 사이에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의 입지를 구축했던 인물이다. 


극단의 충돌은 달리말하면 특정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 좌표의 범위가 확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만큼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전례없던,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다. 다그 함마르셀드가 재임하던 시기는 동서냉전이 극을 달했던 시기이면서도 국제정치사에서 전례없던 다양한 원칙과 정책들이 기안되고 실현되던 드라마틱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대한민국에 어떠한 시사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는 안타깝게도 콩고 내전에 직접 중재하러 가는 비행기가 추락해 순직했는데, 그에 대한 미스테리가 전 세계의 다양한 비밀자료가 공개되면서 점차 '암살'쪽 무게로 접근되고 있다. 왜 그는 죽어야만 했을까? 또 누가 그를 죽였을까? 


이번 방문에서는 현지에 있는 '다그 함마르셀드 재단'(Dag Hammarskjold Foundation)과도 연락이 되어서 재단 대표와 인터뷰도 진행하고, 현지의 다양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유년과 청소년기를 보냈던 웁살라성을 방문하고, 그가 다녔던 웁살라교회 등을 방문해 그의 생각을 더 가다듬고 평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05년 그를 처음 알게 되었고, '유엔사무총장의 리더십' 석사논문을 쓰면서 "그를 한국사회에 소개하는 건 내 평생의 사명 중 하나다!"라고 결심한지 이제 7년차. 그 사명을 실현하는 첫 걸음을 올해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다그 함마르셀드에 대한 기존의 블로그 글 

2011/12/07 - 다그 함마르셀드, 그의 영성과 갈등조정의 메시지에서 배운다

2012/01/07 - [다그 함마르셀드] 40년전 누군가의 흔적과 추억과 조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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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창의적이지 못한 이유는 사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정치 문제가 아니다. 모여 앉으면 모두 정치 이야기뿐이다. ... 이 과도한 정치적 관심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내 일상의 삶이 재미없어서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는지 아무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에게 정치 이야기는 아주 중요한 여가 소비행동이 된다.

사는 게 재미있으면, 일하는 게 재미있으면 근면성실하지 말라고 해도 근면성실해진다. 순서를 바꾸라는 이야기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인내가 쓰면, 열매도 쓰다. 도대체 열매의 단맛을 봤어야 그 단맛을 즐길 것 아닌가.

21세기엔,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하다. 지금 사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 나중에도 재미있게 살 수 있다. 21세기의 핵심가치는 ‘재미’다. 노동기반사회의 핵심원리가 근면, 성실이라면 지식기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원리는 재미다. 창의적 지식은 재미있을 때만 생겨난다.

- 신동아(통권 584호) 김정운 교수의 '재미학'강의



흥미로운 논증이다. 창의성은 즐거움, 놀이를 통해 나온다는 것은 최근 읽었던 '몰입' '창조적 단절' '생각의 탄생'과 같은 책에서 나오는 공통 메시지다. 내가 뭔가에 몰입하고, 그 과정을 즐기면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근면성실할 수 밖에 없다.

근면성실하긴 한데 문득 시간이 따분하게 느껴지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때의 난감한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듯 하다. 근면성실의 주객이 전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 교수의 '先재미 然後성실'론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아침형인간이 되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를 아침형인간이 되게 만드는 '원동력' 즉, 지칠 줄 모르는 '재미'를 먼저 찾으라는 것이다. 그러한 재미만 있으면 오전 5시에 일어나는 것이 과연 힘들까? 어떤 책을 읽다가 너무 재밌있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눈이 떠졌을 때 '올커니'하고 기상해서 마저 책을 읽어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 '수면의 단잠'을 승했기때문이다.


나는 식당이나 지하철을 타고갈 때면 주변 사람들을 많이 관찰한다.


얼굴은 무표정이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마다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이들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삶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는 삶의 類型을 좇다보면 필연 삶이란 '流刑'과 같은 형벌이 되어버리는게 아닐까?


'복음과 상황' 박 총 님의 '축제'에 관한 글에는 존 가드너 교수(존스홉킨스의대)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가벼운 조증(Hypomania), 즉 재미있어서 약간 흥분한 상태의 지속이 21세기에 성공을 가르는 한 요인인데,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기자수첩을 쓰임 종류별로 3개를 가지고 다닌다. 빼곡하게, 혹은 여유있게 적어가는 온갖 생각과 아이디어는 시간이 날때마다 들쳐보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즐거움이 있을 때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는 것에 공감한다. 예전에 여러 단체의 실무자들이 모여 기획회의를 한 적이 있다. 아주 좋은 어떤 기회에 맞추어 프로모션을 기획해서 진행하기 위함이었는데, 참석자의 다수는 첫 인상부터 '지루함'을 풍겼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지만 '굳이 할 필요가 있나?'란 반응이 나왔고, 한 사람은 전날 술을 마셔서 피곤한 표정으로 중간 중간 아이디어가 나오면 '썩소'를 날렸다. 초반에 나는 흥분해서 가지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곧 상황을 직감하고 침묵 모드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현장은 즐거움과 창의성이 생존할 수 없는 '지루함과 권태의 세계'였음을 곧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삶이 재미있어요?'란 질문을 하면 솔직히 당황스러워진다. 그 질문은 대개 답변을 요하는 질문이 아니라 '너도 삶이 재미없지?'란 뜻의, 은연 중의 동의를 구하는 수사학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때 내가 '삶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라고 말해버리면 이는 상대가 결코 원하지 않는 대답이다. 아니, 그런 답변은 오히려 상대를 모욕하는 답변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지면서 위와 같은 질문 아닌 '동의'를 구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소심한 A형인 나는 '뭐 그렇지요'라고 마음에도 없는 답변으로 대충 얼버무린다. 혹시라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것이 드러날까봐 보통 얼굴도 찡그리고, '쩝'하는 효과음도 종종 낸다.


하지만 사실 나는 재미있는 일들이 한두가지 있는게 아니다. 힘든 일과 고민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흥분되게 하고, 설레이게 하고, 즐거움과 기대감에 빨리 내일 아침이 되었으면 하는 무언가가 많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내 윗세대가 모든 가치있는 일을, 좋은 일을 다 해버렸다는 착각을 하고서 힘이 빠진 적이 있다. 발명되어야 할 것은 다 발명된 것 같았고, 좋은 주제는 이미 다 연구되어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아니 아직도 이 부분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단 말이야?' '이런 좋은 기회를 아무도 활용하지 않았단 말이야?'란 탄식이 절로 나오고 있다. 삶은 유한하지만, 삶을 흥분하게 할 요소는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된다.


나는 그래도 믿는다. '삶이 재미있나요?' 이런 질문에 단순한 '겸양지덕' 차원으로 '뭐 그렇지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나처럼 그런 사람들이 속으로 외치는 것은 "삶이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란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재미는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또한 개인의 삶의 즐거움이 세상의 여러 문제와 고통과 연결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그에 대한 생각은 다음을 기약해본다.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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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optimies.tistory.com BlogIcon optimieS 2012.02.22 00:03 신고

    정말 유익한 포스팅이네요ㅎㅎㅎ
    잠 오는 밤 오른쪽눈은 거의 다 감은 채로 읽기 시작했다가
    다 읽고나서는 두 눈이 다 떠져있네요!



그동안 진행해온 번역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에 출간된 번역서는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교육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 및 네이버 '오늘의 도서' 선정)와 <소외된 90%와 함께 하는 디자인: 도시편>(2012년 2월 근간) 등입니다. 대학(원)생, 직장인 등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진 약 35분의 번역투자자분들이 참여하여 만들어낸 결과물들입니다. 

사회적출판사 에딧더월드(Edit the World)는 제3차 번역프로젝트를 통해 '적정기술, BOP(저소득층 피라미드이론), 비즈니스' 등을 포괄하는 주제의 주요한 발간물 국내 출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앞서 번역물과 같이 국내에는 최초로 소개되는 내용으로 향후 개발협력, 적정기술운동, BOP전략 등에 있어 소중한 정보와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최종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가운데 참가할 의사가 있는 분들의 신청을 예비로 접수받습니다. (해당 책의 내용은 최종 결정이 된 이후 공개되며, 대상 책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참고사항
  • 국내외 거주하면서 할당되는 번역물을 번역할 수 있는 기본적인 번역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번역경험이 있는 경우 우대하지만, 기존 번역참가자의 경우 다수는 공식번역이 처음이었습니다.)
  • 번역자 및 투자자로서 소정의 투자금(40만원 내외)을 납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당 투자금은 책 판매 이후 약정된 인세를 통해 투자금 상환이 이루어집니다.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의 경우 번역투자자들에게 30만원 내외의 1쇄 인세지급이 이루어졌습니다.)
  • 번역자는 표지 또는 책날개에 번역자로 소개되며, 공동번역자와 번역경험이 많은 대표번역자 별로 부여되는 책임과 인센티브(추가 인세지급)가 달라집니다.
  • 통상 번역프로젝트는 1년 기간으로 진행됩니다.
  • 참가의사 접수를 위해서는 이력서와 참가동기를 story.wins@gmail.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1차 기간: ~ 2012년 1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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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 함마르셀드(1905~1961)
그가 지금 한국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

제2대 유엔사무총장(1953-1961 재직)인 다그 함마르셀드(Dag Hammarskjold)는 동서냉전으로 초대 사무총장인 트리그베 리에(Trygve Lie)가 물러나면서 식물인간이 된 유엔을 유엔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만들었던 지도자였다. 통상 정치인을 politician이라 하고 일부 위대한 정치인을 statesman이라 부르는데, 다그 함마르셀드는 후자로 통칭된다. 

국제정치의 이해와 토대가 약했던 1950년대 후반 그는 국제공무원(international civil servant)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확립했다. 편파적이지 않은 국제공무원의 역할을 정립하면서도, 그것이 '물도 아니고 술도 아닌' 무조건적인 중립관망의 역할이어서는 안됨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원칙을 고수하되, 그 원칙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법의 테두리에서의 최대의 융통성과 상상력을 활용하여, '살아있는 원칙' '명문화되지 않고 생문화된 국제정치의 원칙'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북경해법'(Peking Formula)으로 국제정치사에 종종 언급되는 중공과 미국 간의 갈등해결이었다. 당시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 in Korea, 현재까지 한국에 존재한다) 소속의 미공군 정찰기가 당시 유엔회원국이 아니었던 중공(지금의 대만인 자유중국이 당시에 유엔회원국) 상공에서 격추되어 15명의 조종사들이 중공에 역류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당장 억류된 조종사들을 귀환시키지 않으면 군사적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압박했고, 이에 중공은 어떠한 잘못된 행동에도 막대한 피해가 따를 것이라며 경고한다. 당시 첨예했던 동서냉전이 다시금 '동서열전'으로 바뀔만한 긴장감이 잇따랐다. 

'세계평화와 안보'를 유엔헌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유엔사무총장인 다그 함마르셀드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전임자인 트리그베 리가 한국전쟁에 유엔군을 파견하는 유엔 최초이자 유일의 '유엔군 파병' 결의안을 제출하고서, 당시 공산권 국가로부터 일방적인 거부와 결국에는 자신사퇴한 사례가 있었다. 더구나 이번에 중공은 유엔회원국도 아닐뿐더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중심의 유엔회원국이 주도하는 유엔총회는 중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은 채택하며, 긴장의 수위를 높여갔다. 유엔총회의 결의안은 유엔사무총장에게 중공을 압박하고 무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관망해야했을까, 아니면 유엔총회의 지도를 받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유엔총회의 입장을 대변해야했을까?

그런 그는 1954년 12월 30일, 매서운 겨울에 전 세계가 놀랄만한 북경 방문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그가 방문하기 전 발표한 성명서는 아주 절묘했다. "나는 유엔총회를 대변하는 사무총장이 아닌, 세계평화와 안보의 유지를 명령하는 유엔헌장에 명시된 사무총장 자격으로 행동한다." 현실 국제정치가 만들어 낸 어쩔 수 없는 딜레마에 구속되기보다, 유엔헌장이 규정하는 추상적 개념의 최대한의 공간에서 자신의 역할을 설계한 것이다. '도가 아니면 모' '우리와 함께하지 아니하면 적'이라 보는 현실정치에서 그의 상상력은 양측 모두를 설득시켰고, 결국 15명의 억류된 조종사들은 1955년 중공이 다그 함마르셀드의 '50세 생일선물'로 언급하면서 귀환하게 됐다. 

다그 함마르셀드가 1953년 유엔사무총장에 임명되었을 때 전 세계의 외신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무명의 그가 선택된 이유는 동서양측이 "서로를 자극하지 않도록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무난하고 조용한 사람"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는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다그에게 맡겨봐'(Leave it to Dag)라는 말이 국제사회에 통용될 정도로 강력한 지도자 역할을 수행했다.

아프리카 콩고 내전의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오른 출장길에 그는 미스테리한 비행기 사고로 순직했다. 그의 가방에서는 성경과 그가 스웨덴어로 번역하가 시작한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란 책이 발견되었다.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유엔사무총장실에서 발견된 그의 비망록은 또다른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정치의 최고점에 있던 그의 생각과 의견이 적혀있을 거라 여겨졌던 'Markings'라 제목이 쓰여진 비망록의 내용이 공개됐을 때, 전 세계는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곳에는 그가 유엔사무총장이라 느껴질만한 그 어떤 내용도, 그가 다루었던 굵직굵직한 국제정치 단편 하나라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그곳엔 그가 '내 영혼의 백서'라 말한, 자신의 내면 및 이상과 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영감들로 가득했다. 그는 진정 생각하는 지도자였다. 고독한 독백과 생각을 통해 그는 현실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영성을 개발해갔다. 그리고 그가 고수했던 원칙은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독단적인 원칙이 아니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원칙을 포용하고, 현실이 원칙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그는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했다. 원칙을 내세우는 대신, 원칙을 현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석했다.   

인류 최대의 분쟁과 갈등이 최고조였던 1950년대 후반, 그가 선보였던 영성과 갈등조정의 지혜는 오늘날 한국사회에, 그리고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 철학자 파스칼은 '고독한 시간을 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모든 죄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갈등조정과 분쟁해결에 앞서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내면을 돌아보고, 우리가 가꾸어가야할 아름다운 원칙을 먼저 내재화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후에야 우리는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과 가치의 힘을 실현시킬 풍부한 상상력과 용기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유일하게 사후 노벨평화상이 헌정된 그의 사후 50년이 된 오늘날, 우리는 그에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산을 오를 때 정상에 닿을 때까지
절대로 산 높이를 재어보지 말라
꼭대기에 올라보면 그 산이 얼마나
낮은지 알게 될지니

  *     *     *     * 

한발 내 딛기 전, 땅이 안전한가 결코 내려다보지 말지어다
오로지 먼 수평선에 눈을 고정한 자만이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나니

<Markings> 중

 


글쓴이 후기
다그 함마르셀드는 저의 멘토 중 한 분입니다. 미국에, 그리고 중국에 1년씩 체류할 때 제가 꼭 곁에 두었던 책이 바로 <Markings>입니다. 유엔사무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석사논문을 쓰면서 알게 된 그 분의 삶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제 '평생  꼭 해야할 개인적 의무' 중 하나로 그 분을 한국사회에 알리고, 그 분의 저작을 번역해 소개하기로 결심했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2012년에 <Markings>의 한국어번역본과 그를 소개하는 입문서를 내게 됩니다. 영문학 명예교수님과 함께 번역을 시작했고, 저는 석사논문 과정에서 썼던 글과 당신의 자료들을 다시 수합해 그에 대한 글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압살라대학교와 '다그 함마르셀드 연구소'도 방문해 현지자료 수집도 할 예정입니다. 꿈을 이루어 간다는 게 이런 기쁨입니다. 명예교수님도 다그 함마르셀드를 젊었을 때 접하고서 그를 알리지 못한 것을 '평생의 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죠. 그의 메시지가, 중요한 기로를 선택해야할 한국사회에, 그리고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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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예원 2011.12.07 12:45 신고

    <Markings>번역본 정말 기다려지네요~ 출판되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orldfriends.kr BlogIcon 세계개척자 2011.12.09 00:52 신고

    끝임없는 출간의 열정~ 그대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 박수를~~

  3. addr | edit/del | reply 에크하르트 2012.02.12 11:39 신고

    뭘 검색하다 여기 들어왔습니다. 함마르셀드는 아주 소중한 인물이죠. 아직 국내에 이 분에 관한 책은 한권도 없는 상황이죠. 많은 청년들 특히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이분의 책을 읽으면 참 좋겠습니다. <Markings> 아주 귀하고 감사한 책입니다. 이 귀한 책이 번역된다니 참 훌륭한일입니다. 언제 출판 예정인지요. 책이 출간되면 바로 구입하겠습니다. 출판되면 메일 한번 주십시오. 좋은 하루 되세요. eckhart96@gmail.com

  4. addr | edit/del | reply passing by 2012.05.28 01:24 신고

    저는 <쿵스레덴을 가다>라는 책에서 알게되어, 이 분이 정치색없는 정치가이자 사진작가+하이쿠작가라는 문구에 반하여 찾아보다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올해 입문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들으니 너무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