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2)



1. 국제활동가로서의 첫걸음 

1) 불편함과 현실이 만나는 순간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인 유엔. 나는 왜 그곳을 떠났을까? 

누군가에게 왜 어떤 조직에 들어갔느냐를 물어보는 것보다 왜 그 조직을 나왔느냐고 물어볼 때 훨씬 의미있고 흥미로운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통상 내게 '유엔에 어떻게 들어갔나요?'라고 묻는다. 질문의 방향은 묻는 사람의 욕구를 반영한다. '유엔'이란 곳에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조금 더 흥미로운 질문은 '유엔에서 왜 일하게 됐나요?'라고 물어볼 때이다. 소셜이노베이터는 '왜'(why)라는 관점을 우리가 통상 익숙하게 여기는 사회현상과 문제에 연결한다. 사회문제가 '왜'와 결합되면서 우리가 느끼기 시작하는 불편함은 거대한 사회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스파크와도 같다. 


"왜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은 없는 것일까?"

"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특별함'이 아닌 '장애'라는 관점에서만 이해될까?"

"왜 생리대가 없어서 개발도상국 여자아이들은 학교를 빠질 수 밖에 없을까?"

"왜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공급자 위주의 사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왜 꼭 영리와 비영리의 가치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까?" 


'왜'라는 질문이 계속되면서 소셜이노베이터는 때론 '안된다'(no)는 현실을 절감하며 낙담할 수도 있다. 이때 어떻에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다. 다만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포기하지 않으면, 불현듯 언젠가 '왜'(why)라는 불편함과 '안된다'(no)라는 현실이 겹쳐지면서, '왜 안돼?'(why not?)의 단계로 나아간다. 소셜이노베이터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고전적인 만화로 사랑받는 뽀빠이(Popeye)에도 이러한 순간이 있다. 만화 주인공인 뽀바이의 여자친구 올리브가 깡패에 붙잡히거나 문제에 봉착했을 때 뽀빠이는 그 유명한 대사를 외친다. 뽀빠이 모멘트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I can't stand any more) 그리고 그 유명한 시금치를 먹은 후 뽀빠이는 때론 무모한 상대에 맞서기 위해 달려나간다. 소셜이노베이터는 뽀바이와 비슷하다. 여자 친구가 겪은 곤란이 뽀빠이를 불러내듯, 사회가 처한 문제가 소셜이노베이터를 초청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면서 경험했던 일이 있다. 집이 있는 한성대입구역(4호선)에서 당시 회사가 위치해 있던 교대역(2, 3호선)까지는 출퇴근 시간에 무척 붐비는 노선이다. 보통 앉아서 가질 못하고 서서 가는데, 그날은 한성대입구역에서 타자마자 황급히 내리는 누군가의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추운 겨울이었고 따뜻한 온기가 올아오는 의자에 앉으니 잠시였지만 무척 기분이 좋았다. 몇 정거장 지나 4호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는 충무로역이 다음 역임을 알리는 노래소리가 들리자 나는 가방을 무릎 위에 세웠다. 그리고 나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앞에 서 있던 몇몇 승객이 내 자리를 향해 반보 정도 압박하며 들어오는게 아닌가. 


'어라? 내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묘한 감정과 함께 나는 충무로역에서 자리를 지켰다. 앞에 있던 승객들은 기대와 다른 내 행동에 혼란스러워했다. 그날 앉아있던 나는 서있는 승객과 함께 긴장감있는 감정의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4호선을 타고 계속 내려오면서 사당역에서 환승해야 다시 교대역(2호선)으로 갈 수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자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선바위역까지 가서야 지하철 자리를 사수하는 레이스는 끝났고, 나는 '지하철 자리를 지켜냈다'라는 미묘한 승리감과 함께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여기까지 읽으니 어떤 느낌이 드는가? 충무로역까지 앉아갔던 부분까지는 논픽션이고, 충무로역에서부터는 사실 각색을 더한 픽션이다. 다만 잠깐 앉게 된 자리를 양보하기 싫은 마음이 강하게 든 것은 사실이었다. 누구나 '지하철 자리'를 두고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잠시 맡겨진 명예와 권력을 무소불위로 착각하기도 하고, 다음 단계로 도전해야할 상황에서 현재의 자리에 그냥 주저 앉고만다. 환승을 통해 맞닥뜨릴 불확실보다는,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일지라도 일단 확보된 자리에 앉아있는게 당장은 안정감있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는 유엔이 그러했다. 유엔이 좋은 직장임은 분명했다. 다만 뒤에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왜'라는 질문과 함께 나는 유엔이라는 곳에서 나와 '환승'을 해야할 때임을 절감했다. 하지만 유엔이라는 자리에서 일어서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유엔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과 좋은 대우를 받았던가! 내게서 '유엔'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질 때도 사람들이 여전히 나를 매력적으로 느낄지 확신이 없었다. 


당신 역시 소셜이노베이터라고 느낀다면,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그 어떤 화려한 자리나 순간이라도 잠시 앉아가는 지하철의 안락한 자리임을. 지금 잠시 잡고 있는 '황금 지팡이'가 사실은 만원 지하철에서 운이 좋아 잡고 있는 플라스틱 손잡이임을. 소셜이노베이터는 지금 당장의 가치로 미래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불확실해도 자신이 원하는 목표역으로 가기 위해 환승이라는 도전을 택한다. 치타공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자신에게 보장된 길을 가던 한 인물이 이러한 '환승'을 통해 'why not?'이란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우리에게 사회적기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이야기다.   


환승이야말로 소셜이노베이터를 나타내는 특별한 키워드이다. 당신은 어떤 환승을 경험했는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언제 어떠한 환승을 기대하고 있는가? 



[이전글] 2014/03/02 - [연재1]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다음글] 국제활동가로서의 첫걸음_2) 인문학 전공자라는 이유때문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1. 국제활동가에서 소셜이노베이터로 


들어가는 글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한다.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 중 하나는 바로 사회혁신가로도 불리는 소셜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이다. 우리 중 누가 소셜이노베이터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음의 예시를 생각해보자.  


 * 평소 수많은 분야에 관심이 많아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 거대한 문제 앞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 결과와 상관없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열정과 창의력이 분출된다.

 * 전례가 없고 사례가 없다는 현실에 막막함보다는 도전의식을 느낀다. 

 * 나 혼자보다는 팀과 함께 할 때 혁신능력이 강화된다고 믿는다.  


만약 당신이 소셜이노베이터라면 위의 5개 항목 대부분이 자신을 설명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소셜이노베이터는 특정 분야에 상관없이 현재 자신이 직면하는 문제를 창의적이며 혁신적으로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에 미쳐있는 사람이다. '미쳐야 미친다'(불광불급)이란 말처럼, 소셜이노베이터는 자신이 현재 직면한 그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지식과 사회적 자본, 그리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문제에 미친듯이 달려든다. 돈키호테가 이성적인 판단 없이 거대한 풍차를 향해 달려가듯 소셜이노베이터는 문제의 해결 가능성과 상관없이 문제 그 자체를 쫒아가는 원초적인 사냥꾼이자 유목민이다. 어느 때는 국제개발의 빈곤 문제에 몰두했다가 난민이나 환경 분야를 접하면 다시 그 분야에 푹 빠지는 모습은 소셜이노베이터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성이다. 소셜이노베이터는 특정 분야나 특정 문제에 매몰되지 않는다. 이들은 창의혁신적인 방법론과 영감으로 가득차 있으며 분야를 넘나드는 것을 즐긴다. 


나 역시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소셜이노베이터가 아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연 나는 어떤 분야가 전문분야일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나는 내 분야가 무엇인지 알수 없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무슨 분야인지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수 많은 '관심' 분야 중에 내가 최종으로 선택할 분야가 무엇인지 확신이 없었던 셈이다. 남들은 하나둘 다들 자신의 '분야'를 선택해 파고들어갈 때, 나는 들에 나간 사냥꾼이 그날 상황에 따라 토끼며 멧돼지를 사냥하듯 접하게 되는 이슈가 무엇이든지 간에 이슈들을 섭렵해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서재의 책장에는 이러한 궤적을 증명하듯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와 워크숍에서의 자료집과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어떤 분야의 문제이든 그 문제를 창의혁신적으로 해결해가는 과정 그 자체에 몰두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한 순간에 '이것저것 참견하는 한량'에서 '이곳저곳 파고드는 소셜이노베이터'로 정체성이 바꾸게 된 것은 엄청난 계기였다. 그 전에는 '왜 하나의 우물을 진득하게 파듯이 한 분야에 전문성있게 파고들지 않으세요?'란 말에 왠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들고 명확히 대답할 수 없었다면 이제는 답변할 관점이 생긴것이다. 즉, 나는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 지하에 흐르는 수맥을 따라 찾아가는 것에 더 끌렸던 것뿐이었다.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이 찾아왔다. 나는 소셜이노베이터였다. 


나와 같이 그러한 정체성을 느낄 소셜이노베이터 혹은 잠재적인 소셜이노베이터들을 격려하기 위해 나는 이 연재 글을 쓰고자 한다. 내가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경로와 함께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고, 소셜이노베이터가 구사하는 전략이자 방법론 역시 꼭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비영리, 영리, 그리고 국제기구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느꼈던 경험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소셜이노베이터로 등장하는 후배들에게 작은 조언과 격려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또한 주변에 소셜이노베이터를 보면서 뭔가 불편했던 분들이라면 이 글을 통해 소셜이노베이터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글의 목적은 분명 달성될 것이라 믿는다. 당신은 소셜이노베이터인가? 소셜이노베이터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다음글]

2014/03/03 - [연재2]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그동안 참 많은 독자분들 그리고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2010년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가 나온 이후에 벌써 4년차가 되었는데요, 그 동안의 변화 그리고 그때 연락을 주고받았던 후배를 생각하며, 요청을 받아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HRD Korea 10월호  전체보기


스펙초월_멘토스쿨_HRD Korea_2013년 10월호(김정태).pdf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제 밤, 북스인터내셔널의 송희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토요일 오전에 잠시 만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양재 부근에 결혼식을 가는 일정이 있어 양재역에 만났는데, 사진과 같이 예쁜 북스인터내셔널 텀블러를 선물로 가져왔다. 곧 있을 내 생일 축하 선물이란다.


그리고 나 뿐 아니라 아내와 아들 것까지 세트로 맞추어서 전해주었다. 생일선물.. 가족 외의 사람들에게서 뭔가를 받는 것이 이제는 어색한 나이가 되었는데, 이번 선물을 그런 면에서 놀라웠고, 또 그 의미를 알기에 무척 반가운 선물이었다. 


북스인터내셔널은 최빈국 43개국에 해당 국가의 언어로 된 동화책을 기획해 보내는 조직인데, 일방적인 목표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 그런 역할을 하는 우리가 성장하고 우리 역시 발전(development)을 해나가야 하는 책임과 공동체를 만들어갈 미션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북스인터내셔널은 소중한 공동체이고, 앞으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면서 더 풍성한 이야기가 기대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생일 선물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 눈을 감아버렸네요! ㅎㅎ 



선물을 연결하면 저렇게 가족이 손을 잡고 있는 형상이 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EBS에서 <인재의 탄생>(가제) 6부작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특별히 3부 '스펙이라는 거짓말'의 기획과 연출에 저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3부는 실제 선발된 취준생들이 다양한 과정과 실험에 참여하면서 '스펙이 아닌 역량'을 개발하면서 '레알 인재의 조건'을 파악해가는 

흥미로운 구성이 될 예정입니다.


2010년 저술했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책이 2013년에도 계속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되어 기쁠 따릅니다. 


이에 용기있게 참여할 분들의 신청을 기다립니다.

그럼 프로그램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 



EBS 교육대기획 ‘인재의 탄생’에 참여해 주실  취준생 여러분을 찾습니다!


   ◆ 프로그램명 : EBS 교육대기획 ‘인재의 탄생’(가제) 


‘인재의 탄생’은 진정한 인재의 조건과 그 인재를 제대로 키우기 위한 대학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대한민국 사회에 올바른 인재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6부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입니다. 



       그 중 3부에서는, 

       굴지의 대기업과 교육계 그리고 인재양성회사 등 

       미래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을 고민해 온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한 프로젝트를 통해, 

       ‘직(職)’을 찾는 취업준비생 여러분의 숨은 역량을 발견하고 키워 나가고자 합니다.   


  

       자신의 ‘스펙’을 진단하고, 

       더 나아가 ‘차별화 된 역량’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으신가요?

       그 기회가, EBS 교육대기획 <인재의 탄생>에 있습니다.

       열정과 도전으로 무장한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다리겠습니다.   




   ◆ 촬영일자 : 2013년 5월 말 ~ 11월 (수시 촬영)

   ◆ 방송일시 : 2014년 1월 방송 예정 (50분)

   ◆ 문의 : 박혜진 작가 / 010-2507-3099 , 02) 526-2713

   ◆ 신청서 보낼 곳 : ebsuni0120@naver.com 

   ◆ 지원기간 : ~5월 15일 (수) 

 

반드시 취업이라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과 열정 가득한 분들을 기다립니다.

지원서를 작성해서 보내주시면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적극적인 연락과 참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재의 탄생 지원서.hwp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AG Ebs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단호글방(돈암동 제3호점 내서각)


제가 글을 쓰는 '단호글방' 돈암동 제3호점이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단호는 저의 일종의 '호'이고, 글을 많이 쓰는 저를 위해 아내가 '단호글방'이란 멋진 말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럼 1호점과 2호점도 있었겠지요? 


그렇게 2010년경에 탄생한 최초의 '단호글방'은 서부이촌동에 있었습니다(아래 사진). 종이상자를 재활용해서 장식과 글을 정성스럽게 적어주어 팻말까지 만들어주었지요. 이 공간에서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비롯해 <최신 UN 가이드북> <유엔에서 일하고 싶어요> 등의 책을 썼고, 그래픽노블 <엑시트운즈>와 세계은행의 만화 <SOS 지구마을 구출작전> 등을 번역했습니다. 


늦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서재에 앉으면 얼마나 편했던지. 글을 쓰던 재미가 솔솔 넘쳐나던 시절이 바로 이때 '단호글방 제1호점' 시절이었습니다. 집 규모에 비해 책이 너무 많아져 책장에 꽂지 못하고, 선반 위에 쌓아만 놓았던 그 때가 기억이 납니다. 


단호글방(서부이촌동 제1호점)


2011년 9월~2012년 9월까지 런던에서 유학을 할 때도 저 팻말을 잊지 않고 가져가서 '단호글방'(런던 제2호점) 시대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팻말을 두고 찍은 사진을 찾을 수 없지만, 이곳에서 작은 넷북을 가지고 아내와 아들이 자고 있는 한 칸 방에서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정의란 이런 것>,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공저), <인간중심의 기술 적정기술과의 만남>(공저) 등을 썼고,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의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청춘을 아껴봐>까지 완성을 지었던 공간이었습니다. 


런던에서도 유학을 하면서 참 많은 글을 썼는데, 이때 시작한 글 중에 아직 완성이 되지 못해 곧 완성을 기다리는 책들은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 <다그 하마르셀드의 삶과 국제정치> <지금 고독해야 미래에 외롭지 않다> <밥 피어슨과 월드비전> 등이 있습니다. 제3호점에서 완성이 되겠지요?^^ 


한국에 돌아와서 새롭게 정착한 돈암동 집의 '단호글방'(제3호점)은 앞서의 1호점, 2호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늘어난 장서로 인해 내서각과 외서각으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외서각은 말 그대로 서재 밖의 거실에 위치한 책장에 위치한 책들로 구성됩니다. 다수가 런던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있었던 책들입니다. 


단호글방(돈암동 제3호점 외서각)


반면 내서각 런던에서 가져온 책들과 자료, 그리고 최근 제가 집중해서 관여하고 있는 영역의 책이 분야별(적정기술, 디자인, 사회혁신, 사회적기업가정신, 창의사고력 등)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외서각에는 과거의 추억과 손때가 묻혀져 있고, 내서각에는 최근 저의 관심과 글감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어 기분에 따라 방문하는 곳이 다릅니다. 아래 내서각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맞은편과 아래에도 책장이 있어 방의 3면이 다 책장으로 둘러싸인 곳이 바로 내석각입니다. 이곳에서 앞서 말했던 미완의 글과 책들이 완성될 것이고, 또 새로운 책들이 기획되고 작업이 되겠죠? 



단호글방(돈암동 제3호점 내서각)


계속 늘어날 것만 같은 단호글방(제3호점)이 마냥 확장될 것만은 같지 않습니다. 바로 강력한 경쟁상대를 만난 것인데요, 저보다 확장 속도가 빠른 문어발식 서재인 아들(김한결)의 서재입니다. 거실에 있는 외서각의 맞은편에 자리잡은 이 친구의 서재는 처음에 4칸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9칸을 다 쓰고 있고, 나중에는 외서각의 칸도 슬금슬금 장악하지 않을까 의심이 듭니다. 결국 그런 때가 오면 알라딘 중고서점에 매각을 하거나, 바자회 등에 책을 조금씩 빼야겠죠?  



단호글방 외석각의 맞은편에 개업한 '리틀단호글방'의 주인장 김한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경쟁자에게 제 '단호글방' 제3호점의 외서각이 밀려나고, 또 내서각이 이 친구의 장난에 흩어지더라도 마냥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저의 '단호글방'이 몇 호점까지 계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들의 이름으로 된 서재가 계속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이죠.


'서재가 있는 방이 있는 사람은 영혼이 있는 집을 가지고 있다'라고 누군가 말을 했다죠. 어떻게 보면 흔하고 흔한 책상과 서재이지만, 그 공간에 의미를 두고, 이름을 지어서 '단호글방'이라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내용을 각색으로 '단호글방 이야기'라는 동화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혼자 흐믓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서재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있다면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어떨까요?

아직 없다면 2013년의 꿈과 목표 중 하나로 해보면 어떨까요? 분명 삶에 큰 활력이 될 겁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란 책이 2010년 3월에 나온 이후로 이제 곧 3년이 되어간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책을 쓰자는 욕심이 아니었기에 자료를 확보하고 글을 쓰는데 걸린 시간은 15일 정도. 그 만큼 어깨에 힘을 빼고 진솔하게 썼던 글이기에 독자들에게 오히려 담백하게 전달됐을 듯 하다. 


생각치 못했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의 베스트셀러 진입은 그 만큼 스펙에 대한 부담감과 좌절이 팽배한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한편, 변화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내게 알려준 계기였다. 처음 책을 기획할 때 '쓸까 말까'란 고민을 많이 했었고 그런 뒷이야기는 <청춘을 아껴봐>라는 또다른 책에서 그 때의 고민과 전후사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땅에 던져라"라는 신호 대로 세상에 던진 이 책은 참 많은 이야기를 내게 전달해주었다.


그 변화들을 시간이 되는대로 하나둘 나눠보고자 한다.


첫번째 변화는 공공기관에서 쓰는 '표준이력서'를 대치하는 '역량중심이력서'로의 변화이다. 2013년 1월말 노동고용부는 '역량기반지원서' 등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발표해 '학력' '영어' 등 스펙란을 없애고 직무별 역량에 기초한 채용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런 변화가 최소한 5년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진행된 것이다. 


연합뉴스: '스펙란' 없는 역량기반 지원서

노동고용부 블로그: 스펙중심의 입사지원서는 가라! 능력주심의 역량지원서로 평가받자! 












고용노동부의 역량기반지원서는 문제해결능력, 목표의식, 도전정신, 글로벌마인드, 조직이해능력,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대인관계형성력 등 8개의 핵심역량을 선정해 기업별/직무별 중시되는 역량을 지원자들이 함양해나가도록 설계되었다. 



변화의 시작 

왜 학생들이 스펙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문제 중 하나를 나는 그렇게 주어진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고, 스펙이 아닌 다른 더 중요한 것을 주목하고 그곳에 집중하게 하는 시스템적인 '넛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곳곳에서 강연을 해가며 그런 생각을 나누었는데, 마침 2010년 7월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과에서 연락이 왔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란 책의 저자로서 "청년들의 취업을 실제적으로 도와주려면 어떤 관점에서 무엇을 해주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제안형식의 발표를 부탁받았다. 


나는 <스펙이 아닌 스토리(역량) 개발을 유도하는 고용취업정책>이란 제목의 발표자료를 준비해갔다. 발표 내용은 3개의 '정책적인 넛지' 제안을 포함했다. 발표 현장에는 국장님을 비롯 30여명의 관련 과정 과장과 사무관 등이 있었다. 

 

역량중심_이력서.pdf

3가지 정책적인 넛지 중 하나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책에도 소개된 '역량중심 이력서'(competency-based resume)의 도입이었다. 스펙의 관점으로 쓰게 되어있는 기존의 노동고용부의 표준이력서와 별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자기소개서 양식을 '역량중심'으로 재편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사례와 이야기를 전달했고, 강연 중간과 후에 담당 과장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떻게 이런 부분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변화의 실마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스토리가 스펙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믿질 못했지만, 세상의 변화는 누군가가 믿고 안 믿는 것을 떠나 있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이 한국에 시작되는데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 계속될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사명을 계속 생각해본다.


역량중심으로 변할 때

한번은 한 대학교에서 워크숍을 했을 때 일반 이력서의 내용과 같이 본인의 스펙을 적어보라고 한 적이 있다. 대략 3분 걸렸다. 왠만한 스펙을 기록해보니 더 이상 쓸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역량중심 이력서'를 전달해주고, 학창시절 동안 있었던 '역량' 이야기를 써보라고 주문했다. 놀랍게도 20분이 넘어도 학생들을 '시간이 부족하다'며 더 시간을 요청했다. 그리고 앞에 나와 발표를 할 때도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자신감있고 즐겁게 발표했고, 듣는 친구들도 웃으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역량중심 이력서는 이렇듯 우리에게 할 말의 기회를 돌려준다. 우리가 이야기라는 존재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고,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부여된 독특한 역량을 생각하게 해보는 '역량기반  자기소개서'는 21세기 '드림 소사이어티'의 첫 관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김성은 2013.02.11 22:37 신고

    형님 멋지십니다!! 새해에도 형님을 통해 더 가치있는 일들이 세상에 퍼져나가는 기쁜일들이 많으시길 소망합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manthebrave.tistory.com BlogIcon manthebrave 2013.02.18 22:56 신고

    이 책이 막 신간으로 출간됐을 무렵이 기억나네요. 생각해보면 이 책이 나온 이후 사람들의 관심사가 스펙에서 스토리로 옮겨지지 않았나 합니다. 사회를 바꾸셨네요 한 권의 책으로.

  3.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sebask.tistory.com BlogIcon mjk89 2013.03.16 23:58 신고

    언제나 그렇듯, 이사님의 글을 보면 매번 배웁니다.
    이사님의 블로그를 통해 좋은 글들 잘 보고 갑니다!!



지난밤 방영되었던 '리더의 조건'에서 예로 나온 한국기업 '제니소프트'에 대한 내용이 무척 놀랍다. 근무 중에 지하실에 마련된 사옥 전용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도 '근무로 인정!'할 정도로 이곳은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열정과 창의적인 태도, 그리고 더욱 강력한 로얄티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즉, 너무나 적나라한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 오히려 더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인간이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가장 열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자율성이다"라고 이원영 대표(제니소프트)는 말한다. 자율성은 아무 민감한 민들레와도 같다. 민들레는 자칫 잘못하면 금방 흩어져 허공에 휘날린다. 바람에 살살 움직이면서 꽃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면서도 개별의 본성이 없어지지 않게 하는 혁신형 조직, 그리고 그 조직의 방향키를 조절해주는 선한 리더들이 앞으로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꼭 모든 사람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방향이 아니라고 해서 다 틀린 것도 아니다. 다만 모든 조직과 시스템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신뢰와 기본적인 자율성 이해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동행(同行)과 여행(旅行)

김정태  



1막
아주 오래 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렴풋한 목표를 위해 달려나가기 위해 그는 자동차를 준비했다. 한번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여행의 효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한 여행자가 자신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지점을 나누었다. 그리고 도보로는 가기가 어렵기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자동차를 가진 남자는 그렇다면 자신의 자동차가 그런 먼 곳을 가기 위해 준비한 거라고 했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을 해서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여행길에 올라섰다. 그건 동행이었다.

 

2막
홀로 가는 것보다 함께 하는 여행은 무척 즐거웠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 했던 여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놀랐고, 무엇보다 여행의 목적을 들은 사람들이 흔쾌히 구간구간 차량에 탑승했다. 여행은 갈수록 놀라웠다. 길을 떠나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나타났고, 동행하는 두 사람은 특별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드디어 사람들이 어려울 거라고 했던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남자와 여행자를 포함해 함께 도착한 모든 사람들은 이 여행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3막
그때 한 순례자가 다가왔다. "힘겹게 목표지점까지 왔군요. 제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차량에 저를 태워주시면 더 쉽고 더 멀리 다른 목표를 향해 인도하겠습니다." 남자는 순례자를 신뢰했다. 자신의 차에 누구나 마음에 맞는다면 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이 새로운 순례자와 함께 또다른 목표지점으로 가보면 어때?' 남자가 동행한 여행자에게 말했다. 여행자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과연 순례자가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길로 인도해서 모든 것을 빼앗아기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남자는 '괜찮을꺼야. 우리가 여기까지 동행했던 것처럼 우리가 함께 한다면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진 않을꺼야.'라고 여행자에게 말했다.

 



4막
하지만 여행자는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남자에게 전달했다. '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꼭 순례자와 함께 해야한다면 그렇게 하시고 각자의 길을 가면 좋겠어요. 저는 이곳 목표지점을 떠나지 않고서도 충분히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남자는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섭섭했다. 분명 여행은 동행일 때 더 아름다울 수 있는데. 남자는 자신의 옆자리에 순례자를 태우고, 여행자와 함께 목표지점까지 동행한 다른 사람들을 남겨두고 다시 다른 목표를 찾아 떠났다. 여행자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고, 분명 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또다른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만들거라는 기대를 했다. 그리고 자신은 순례자와 함께 다른 목표지점을 찾아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안내해야겠다는 생각에 빠른 속도로 차를 운전했다.

 



5막
여행자의 불안한 마음이 어느정도는 맞았다. 남자는 차의 운전은 순례자에게 맡기고 자신은 새로운 목표지점을 찾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잠시 여행길 밖으로 나와있었다. 순례자가 운전해가는 방향은 서로가 원했던 방향인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 예전에 남자가 여행자와 동행하며 느꼈던 경험과는 사뭇달랐다. 남자는 목표와 더불어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느린 길이라도 풍경을 느끼고 함께 할 다른 여행자들과 만날 수 있기에 좋아했지만, 순례자는 빠른 길을 선호했다. 방향은 같은 여행이었지만 이건 동행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 결국 남자는 순례자와도 헤어지게 되었다.

 



6막
남자는 홀로 남은 차량을 운전하면서 처음에 여행자와 함께 하면서 가지게 된 경험, 그리고 순례자와 함께 하면서 연단된 역량을 바탕으로 다시 새롭게 목표지점을 향해 운전해갔다. 길 위에는 또다른 새로운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다고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가 초면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차량에 올라탔다. 그만큼 목표지점은 누구나에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꿈이었다. 홀로였던 여행이 다시 동행이 되었다.

 



7막
그러다가 남자는 예전의 여행자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함께 갔었던 목표지점에 남이았던 여행자는 생각보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목표지점에 가뭄도 있었고 함께 했던 다른 사람들 일부는 떠나가기도 했다. 각자의 길을 가기로 서로 결정했지만 같은 목표지점을 품었기에 남자는 언제든지 함께 여행을 다시 동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여러 곳의 목표지점을 방문한 차를 운전해서 여행자에게 말했다. '힘들지. 우리 다시 함께 하면 어떨까?' 남자는 여행자가 좋아할 줄 알았지만 반응은 달랐다. '괜찮아요. 우린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잖아요.' 남자에게 여행자는 특별했지만 여행자는 이젠 남자가 필요없어 보였다. 남자는 묵묵히 대답이 없이 생각했다. '그래도 우린 비슷한 목표지점을 품고 있지.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가 여행을 한다고 해도 우린 같은 동행이야.'

 



8막
다시 여행길에 올라 떠나려는 남자는 우연히 여행자의 혼잣말을 듣게 되었다. '당신은 차량이 있으니 정말 새로운 목표지점도 빨리 찾고 도달하는군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언젠가는 그 목표지점도 내가 먼저 방문할 수 있었을텐데. 불공평해요. 당신을 보면 내가 초라해져요.' 남자는 할 말을 잃고,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쑥 빠져나갔다. 한때 동행하면서, 누가 미쳤다며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함께 의지하며 목표지점으로 나아갔던 여행자가 이제는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상황을 바꿀 수있을까?' '그리고 나는 여행자를 어떻게 위로할 것이며 혹은 과연 위로할 수 있을까?'

 


 


# 동행으로 시작하는 여행. 그 여행이 항상 처음의 동행으로 계속되지 않을수 있다는 것이 현실인 인생. 그 낙심되고 힘든 여행의 여정을 이야기로 꾸며봤습니다. 이야기 속에 남자로, 여행자로, 순례자로, 그리고 여정길에 동행한 수많은 또다른 여행자로 함께 목표지점을 향해 여행했던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말보다 이야기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이 땅의 모든 '여행자'를 위해 이야기를 썼습니다. 혹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을 포함해. You're special.

 

 

 

동행 / 용혜원



인생 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힘들 때 서로 기댈수 있고
아플 때 곁에 있어줄수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 줄수 있으니
서로 위로가 될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도
홀로면 고독할 터인데
서로의 눈 맞추어 웃으며
동행하는 이 있으니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사랑은 홀로는 할 수가 없고
맛있는 음식도 홀로는 맛없고
멋진 영화도 홀로는 재미없고
아름다운 옷도 보아줄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독백이 되고 맙니다
인생 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깊이 사랑해야 합니다


그 사랑으로 인하여
오늘도 내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통해 8대 핵심역량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스펙이 아닌 역량을 만드는 것에 미친다면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이 극대화되는 바림직한 사회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 역량들이 시즌1과 같다면, 보다 보편적인 또한 국제적인 역량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세계시민 역량'이다. 그 첫번째로 공감(empathy)를 지난 성균관대학교에서 진행된 특강에서 처음으로 했다.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명동으로 오는데, 한 승객이 어깨를 탁치고 그냥 앞으로 나아갔다. 상대방이 느끼는 당혹감과 어리둥절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없이 뒤를 돌아보거나 미안하다는 마음도 없이 허둥지둥 자신의 길을 가는 그를 바라보며, '공감'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부족한가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공감은 '함께 느낌' '함께 머무름'이라는 언어로, '감정을 공유함'을 의미하는 동감(sympathy)와는 조금 다른 의미다. 성경의 사마리아(누가복음 10장)인의 이야기를 보면 공감이란 무엇인지가 정확하게 나온다.





바삐가던 당대의 권력자(제사장)도 전문인(세리)도 문제에 닥친 사마리아인을 그냥 지나쳤지만 혼혈(유대인+아시리아인)로 경멸받던 사마리아인은 그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곁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나름의 방법(포도주와 헝겁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인근의 여관으로 그를 옮긴 뒤 하루를 함께 보내고 다음날 여관 주인에게 소요 비용을 치른 후 부족하면 돌아오는 길에 다시 주겠다고 말함)을 제시했다.


사마리아인이 했던 공감과 문제해결능력은 세계시민 역량의 가장 중요한 역량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이러한 역량은 얼마나 발현되고 있는가?


한강대교 등 4개 다리 위에는 신기한 공중전화가 올해 상반기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요즘 사용자가 거의 없는 공중전화가, 또한 사람을 찾기 힘든 교각 위에 왜 설치되었을까?


그 전화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한 소녀는 자살을 앞두고 우연히 수화기를 들었다가 상담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안전하게 귀가조치하게 된 사례도 있었고. 20여건의 자살이 방지되었다고 한다. 누군가 공감해주면 생명의 갈림길이 달라지게 된다. 이게 바로 '생명의 전화'이다. 


기실 이런 전화만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매일매일 '생명의 전화'가 될 수 있다. 기꺼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자 하는 공감력을 가진다면, 하루하루의 삶에 생명이 살아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