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5년 9월호의 특집주제가 "디자인씽킹의 진화"(the evolving of Design Thinking)일 정도로, 디자인씽킹의 기업 쥬류에서의 반응과 기대가 뜨겁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2012년에 "최고의 혁신가들이 쓰는 비밀 문구"(The Secret Phrase Top Innovators Use)라는 기사를 진작에 선보였는데, 여기서 말하는 비밀문구란 바로 디자인씽킹의 초석이 되는 관점 "How Might We...?"(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다. 왜 혁신가들은, 그리고 사회혁신가들은 디자인씽킹에 매료될까? 그리고 그에 따라 우리가 직면해야할 디자인씽킹의 한계는 무엇일까? 




디자인씽킹 프로세스는 다양한 버전이 있지만, 너무 축약적이지 않고 너무 구체적이지 않은 버전으로는 IDEO에서 제작한 <교육자를 위한 디자인사고 툴킷>(Design Thinking Toolkit for Teachers)에 소개된 위의 프로세스이다. 


많은 경우 우리가 팀이나 조직에서 기획회의(브레인스토밍 등)를 하는 단계는 위의 프로세스 상의 3번 '아이디어 내기'에 가깝다. 구성원 각자가 가진 생각과 의도와 서로의 의견교환과 토의를 통해 나오는 최선의 결과를 가지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자인씽킹은 그에 앞서 두 가지 더욱 중요한 사전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발견하기''해석하기'이다. 디자인씽킹을 잘 진행하게 되면, 곧바로 아이디어 내기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앞서 두 단계를 거치고 나온 아이디어는 분명히 질적으로 다르다.


'아이디어 내기'에 앞서 '발견하기'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맞닥뜨릴 때 거의 자동적으로 가지게 되는 '해결책 중심 사고'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많은 경우 우리는 '문제-해결' 등식에 익숙해있고, 어떤 문제를 바라보면 그에 따른 '좋은 해결책'을 떠오르게 된다. 문제는 그 '좋은 해결책'(good solution)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인지할 수 있는 관점안에서 '좋은'것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솔루션이 적용될 맥락과 그 솔루션을 사용할 사용자나 수혜자, 고객에게는 좋은 것이 아닐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는 여러 인지적 브레이크로는 어떤 해결책이나 모델을 만들었을 때 "개발자인 나라면 미칠 듯이 팬이나 오타쿠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내가 고안한 '좋은 해결책'에 본인도 그닥 두근거림이 없다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도 큰 효용이 없을 확률이 높다. 좋은 의도(good intention)가 항상 올바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창업가의 세계에서 가장 동기부여와 브랜딩이 강한 부류는 '사용자 창업가'(user entrepreneur)인데, 바로 자신의 문제와 필요를 해소하면서 기업가가 된 부류들이다. 


디자인씽킹은 "내가 생각하기에 해결책은 이것이다"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디자인씽킹은 그에 앞서 '올바른 질문'(right question)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묻는다. 해결책을 혼자서 생각하지 말아야 하듯, 추후 해결책의 실마리를 가져다 줄 질문 자체 역시 가급적 다양한 관점과 이해관계가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질문 자체가 잘못되어 솔루션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나온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지 않는가? 일전에 군대 이등병의 폭력-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성급한 국방부의 대책 중 하나는 '이등병 호칭을 없애고 일병 호칭부터 시작함으로, 전우 사이에 있는 이등병에 대한 낮은 계급의식을 없애고 부대내 폭력문화를 예방하자'는 논리였다. "이등병이 겪는 다양한 군부대 내 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가질 올바른 질문은 무엇인가?"가 없이 단순한 문제-해결 등식이 적용되자 나올 수 있는 수준이 그럴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씽킹은 올바른 질문이 올바른 해결책으로 이어진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올바른 질문도 처음부터 고안해내기 어렵다. 많은 질문들을 뽑아내며, 그 질문 중에 '올바른 질문'을 찾아가는 여정 자체가 바로 디자인씽킹의 핵심 프로세스인 셈이다. 


초반부터 디자인씽킹이 확장적 사고(divergent thinking)를 하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바로 '올바른 질문'을 찾기 위한 다양한 관찰, 정보수집, 인사이트 도출을 위함이다. 처음에는 혼돈과 복잡함의 감정이 디자인씽킹에 참여하는 분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감정들이다. 그런 감정들은 디자인씽킹이 제 궤도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디자인씽킹은 '우리가 아는 사실을 확증하기 위한' 방법론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로지컬씽킹(Logical Thinking)이라는 관련해 강력한 다른 방법론이 있다. 디자인씽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탐색 여정'이다. 사안의 문제 자체를 이해하고, 해결책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다양한 관점과 수준의 이해관계자가 연계될 때, 제품이나 서비스 등 물질 단위의 혁신이 아닌 사용자 또는 수혜자 중심이 혁신이 필요할 때 디자인씽킹은 특히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디자인씽킹을 실제 사회혁신 방법론으로 적용, 활용해가면서, 이를 역시 도입하고자 하는 다양한 기관-기업으로부터 교육 진행에 대한 의뢰를 받게 된다. 스탠퍼드대학교 d.School에 매년 직원을 선발해 고가의 디자인씽킹 훈련을 받고, 사내에 확산하고자 하지만 어려움이 있어 연락을 준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디자인씽킹 관련 기관을 통해 교육을 진행했지만, 내용은 좋았음에도 직원들의 활용도에는 큰 도움이 안되었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나 역시 초반에는 디자인씽킹의 방법론을 사례와 함께 충분히 전달했지만, 과정이 끝나면 디자인씽킹에 대한 수용도(acceptability)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기는 어려웠다. '디자인씽킹 교수법에 대한 디자인씽킹'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지점이었다. 이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페이스북으로 나누자, 다양한 분들도 멋진 인사이트와 생각을 나눠주셨고(해당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적절한 때에 '디자인씽킹 교육을 위한 디자인씽킹 세미나'를 진행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어떻게 하면 기업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디자인씽킹을 적용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실습을 진행해야할까?"라는 관점으로 기존의 디자인씽킹 교육 접근법을 바꿔보고 실험해보기로 했다. 이전 진행했던 내용과의 큰 차이점으로는 '디자인씽킹 세계관' 과정을 약 1시간 가장 먼저 시작하면서 디자인씽킹이 왜 필요하며, 또 왜 어떤 맥락에서는 필요없는지부터 관점/시각화/실패에 대한 독특한 가치부여의 의미를 설명했다. 팀빌딩도 주어진 사람들끼리 수동적으로 만나기보단 각자가 선택하는 주제를 골라 다시 팀빌딩을 하고, 서로의 이름이 아닌 닉네임을 선택해 닉네임으로 서로를 호칭하며, 팀조장이 아닌 팀퍼실리테이터를 선정해 토의의 효과적인 운영을 설계했다. 또한 곧바로 '문제를 디자인챌린지'로 번역하는 HMW를 팀 곧바로 진행하기에 앞서, 개개인이 모두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실습해보는 개인별 HMW 연습시간을 적용해 개개인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후에 팀별 HMW를 진행한 결과 도출된 결과물의 수준이 확연히 예전과는 달랐다. 


또한 교재를 함께 읽고, 팀별로 소감을 나누는 방식으로 3회에 걸쳐 디자인씽킹 교재의 주요 내용을 함께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국적 문화에는 이러한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그 후 HMW에 대한 곧바로 현장 투입이 아닌 '조사준비' 단계를 통해 누구를 만나고,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준비를 진행하고, 해석하기 부분에서는 발견하고 느낀 점 모두를 포스트잇의 문장으로 생성해내는 시간을 갖도록 진행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의미파악과 기회포착으로 이어지는 시각화 작업을 통해 다시 HMW를 좁히거나 재수정 등의 작업을 거쳐 본격적인 아이디어 도출 단계로 나아기는 지점을 도왔다. 한 대기업의 8시간 워크숍을 마치고 함께 진행한 디자이너에게 "어땠어요?" 물으니 "잘 진행된 것 같다"고 답해주었다. 나 역시 "현재까지 진행한 과정 중에 가장 결과물의 만족도와 수용성이 높은 기회였다"고 느꼈다. 실제 나온 결과물이 현업에 적용될 수준의 아이디어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씽킹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디자인씽킹 워크숍은 사실 디자인씽킹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의 형태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방법론을 알려주고, 이를 실습해보도록 돕는 것이 퍼실리테이션이 아니라, 디자인씽킹의 세계관으로 입문하도록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디자인씽킹이 가지는 '모르는 것을 찾아가는 탐험 여정'을 흥미롭고 두근거리게 안내하는 보이스카우트/걸스카우트 지도교사처럼, 너무 앞서지도 않고 너무 방관하지도 않으면서, 디자인씽킹의 여정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적시적소의 코멘트와 피드백, 코칭을 제공해줄 때 디자인씽킹의 만족도가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즉,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학습자와 퍼실리테이터와의 감정교류와 관계형성이 디자인씽킹 세계관으로의 입문에 영향을 준다.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을 좋아해서 국사나 세계지리를 좋아하게 되는 것과 같이, 세계관에 대한 매력은 그 세계관을 지니고 활동하는 퍼실리테이터가 어떻게 '디자인씽킹을 실제 흥미롭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퍼실리테이션에 따라 디자인씽킹 교육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음은, d.School 과정을 들어도 언어와 문화 차이를 통해 퍼실리테이션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음으로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다시 다른 직장 동료에게 전파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이해가 될 수 있다.


HBR에 '디자인씽킹의 진화'라는 특집주제가 있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가 '디자인씽킹 교육의 진화'라는 특집주제를 마련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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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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