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수 많은 책 가운데, 표지나 제목만 보면 "이 책 꼭 읽어야지!"라는 책이 있다. 최근 임팩트비즈니스 관련 출간될 책의 좌담회에 참여하면서 '알렙' 출판사의 조영남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분이 선물로 주셨던 2권의 책 중 하나가 바로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 생태적 지혜를 위한 철학 산책>(알렙)이란 책이다.


여행을 떠나거나 잠시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갈 때 나는 재미난 고민을 한다. 바로 함께 동행할 책을 고르는 순간이다. 그 동안 구입했거나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았지만 아직 읽지 못한 수 많은 책들 가운데 선뜩 이 책과 <창조경제>(이민화 외 지음, 북콘서트) 딱 2권을 선택했다.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라는 책은, 앞서 순서를 기다리던 수 많은 선배 책을 제치고 내게 선택된 특별한 책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라>(가제)라는, 오래 끌었던 책의 집필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 내게 꼭 필요할 것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직감은, 무섭게도 정확했다. 


저자는 에고(ego)를 넘어선 생태(eco) 관점의 세계적 관점, 사회적 관점, 그리고 관계적 관점을 흥미롭게 파고들어간다. 에고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구별짓게 하는 주체이지만, 생태는 나와 너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놀라운 창조의 현장을 의미한다. 과거의 패러다임이 성장(growth)라는 관점에서, 외형적인 판을 키우거나 경제성장을 통한 복지사회 구현이었다면, 이제는 발전(development)이란 관점에서 '관계의 성숙'을 추구하는 생태계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태적 관점에서 작은 개체의 변화나 특이성의 발현은 생태계 전체의 변화와 전환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분자와 같은 개개인의 역할이 핵심적일 수 있을지'를 흥미롭게 연결짓는다. 저자는 이를 기존의 거대담론에서의 변화를 촉구하는 '거시정치'적 접근과 대비하면서, '미시정치'라고 정의한다. 


"거시정치의 수준에서 세상은 바뀌지 않으며, 가장 결정적인 변혁과 대안은 자신의 삶의 수준에 있는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고민하고, 새로운 연결망, 흐름, 상호작용을 만들려는 시도에서부터 출발한다. 혁명은 부엌에서부터 시작하며, 혁명은 라디오로부터 시작하며, 혁명은 커피 한 잔에서부터도 시작한다. 미시정치는 모든 삶의 수준에서 혁명을 작동시킨다."(p.23)


이러한 접근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회혁신가(그리고 그런 꿈을 꾸는 예비 사회혁신가)' 모두에게 커다란 통찰을 전달한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 그 시작이 구체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망을 통해, 복잡해진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예상치못한 변화의 지각변동과 게임의 규칙이 바뀔수도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연결지어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발견한 또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생태계가 만드는 놀라운 결과물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바로 왜 '수퍼개인이 아닌 공동체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따로 떨어진 100그루 나무보다 서로 연결되어 숲 생태계를 구성한 50그루의 나무가 외부 조건에 더 잘 맞설 수 있다. 그리고 이 숲 생태계 속에서 벌레, 동물, 버섯 등의 생명들이 생성되며 창발될 수 있다. 마음도 사회도 자연도 생태를 이룬다..."(p.258)


따로 떨여져 잘 크고 있는 100그루의 멋진 개체들보다, 키는 작고 숫자는 적지만 함께 모여 있는 50그루의 나무는, 단지 산술적인 50그루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바로 '함께 함'을 통해 시작되는 생태계는, 그 전에는 큰 의미를 갖지 못했던 바람, 햇빛, 습기와 같은 사회적자본을 통해 '벌레' '동물' '버섯'과 같은 파트너들의 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나무가 '숲'이 될 때, "숲은 조용해 보이지만 강렬한 흐름이 지나가는 공간"이 되며, 그 때 "숲은 생명을 창발한다."


이러한 관점은 왜 우리가 개개인의 모습이 아닌, 숲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의 가능성을 가진 조력자로서 함께해야 하는지, 왜 공동체적인 접근이 결국은 지속가능할 수 밖에 없는 유일한 대안인가를 근본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왜 함께 해야하는가? 왜 변화와 생명은 사회적 관계망(=생태계)을 통해 잉태되고, 숙성되고, 확장되어가는 지를 깨달아가며, 사회변화에 대한 무척이나 흥미로운 관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변화란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가를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라는 책의 언어로 풀이해본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지금 삶의 수준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통해 특이성을 발현함으로 전체 네트워크와 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하고, 함께 함을 통해 무한한 사회적자본의 영양분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변화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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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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