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으로 유학을 오기 직전 서울에서 했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한 강의를 마치고 나서려는 순간 한 고3 여학생이 내게 비닐봉투를 전달해주었다. 오는 길에 열어보니 무려 '14장의 자필편지'와 영문으로된 '비전에세이' 그리고 자신의 사명과 2062년까지의 목표를 적어놓은 코팅된 '사명선언서'가 적혀있었다.

당시 직장을 정리하고 서울집을 빼고, 처가(의정부 포천) 마당에 컨테이너 2개를 사서 그곳에 이사짐을 옮기는 과정인지라 집중해서 꼼꼼히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영국으로 가는 짐에 부쳐놓았다. 그리고 런던에 와서 한장 한장 감탄하며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 2012학번이 되어 대학생활을 시작한 이 학생은 세계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다. 특히 그 접근으로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전공도 그와 관련된 것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에 끌리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발견한 사람들은 보통 이와 같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행 멋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고, 자신에게서 흘러넘치는 소망과 열정을 내보인다. 

"나의 비전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사회의 성찰적 민주시민으로 성장하여 자기 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의식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할 사회적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범국가적 사회적기업 연합기구(IOSEH: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ocial Enterpreises for Happiness)를 창설하여 식량, 기아문제해결, 교육지원 등의 사회 인프라구축과 동시에 전 세계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다." 

몇 줄에 불과한 글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사명선언'이 나오기 위해 어떠한 노력, 고민, 갈등, 행복을 경험했을까. 사회가 변화하면서 대한민국과 세계의 부족한 곳에 자신이 가진 고귀한 빛을 나누고, 공존하고자 하는 이러한 비전을 가진 청소년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 21세기의 모든 역사가 계속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빈곤, 기후변화, 인권 등 여전히 문제는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맞추어 더욱 강력해진 인적자원들도 양성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사람인데, 그 사람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해결에 가장 강력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

할 말이 많다는 것.. 술을 먹고서 할 말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이유를 깨닫고, 그것에 대해 14장이 되도록 쏟아내고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그래도 기대하게 할 '글로벌스토리세대'의 등장을 보여준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내일 런던 템즈강변에서 영국으로 찾아온 이 학생과 함께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이제는 나를 놀래주는, 나를 가르쳐주는 후배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나이가 되었다. 행복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효정 2012.01.21 23:00 신고

    멋진 배경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2012.01.29 21:32

    비밀댓글입니다

  3. addr | edit/del | reply 이해인 2012.01.31 02:09 신고

    우와.. 정말 대단한 학생이네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미팅이 어땠는지 포스팅 올려주시면 안되나요?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 궁금하네요!!!ㅎㅎ

  4.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optimies.tistory.com BlogIcon optimieS 2012.02.21 22:35 신고

    우연히 접한 블로그 글의 4살 어린 한 여학생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네요..

    정말 대단한 학생인걸요! 저도 대화가 궁금합니다.ㅎㅎ

  5.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blog.naver.com/kksofficer BlogIcon 김경식 2012.03.21 11:51 신고

    참 멋진 학생이네요 저도 비슷한 꿈을 꿔 봅니다,,,

  6. addr | edit/del | reply 2012.08.12 20:23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