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렸던 적이 있다. 국민학생 2학년이었던 나는 방과 후에 잠시 남아있으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생활기록부에 ‘집중력이 떨어짐’ ‘해찰이 심함’ ‘친구들과 장난치는 게 심함’ 등을 써주셨던 호랑이 선생님인지라 걱정이 앞섰다. ‘이번엔 어떤 꾸지람을 들을까’

외부의 햇살이 방금 전 왁스를 칠해 윤택해진 나무 바닥에 반사되면서 빈 교실에 남아있던 나와 선생님 얼굴에 아른거렸다. “정태야, 어제 숙제로 냈던 동시를 봤는데, 넌 글쓰기에 재능이 있구나.” 꾸지람에만 익숙했던 내게 그 말은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칭찬이었다. 선생님은 당시 유행했던 ‘5단 자동필통’을 서랍에서 꺼내어 선물이라며 건네주셨다. “앞으로도 열심히 써봐. 정태는 글을 잘 쓰게 될 거야.” 어린 남자아이는 칭찬보다, 집에 가서 자랑할 ‘5단 자동필통’에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오랫동안 묻혀 졌던 추억이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쓰면서 불현 듯 되살아났다. ‘과연 내가 적합한 필자일까?’ ‘이런 글 솜씨로 무얼 하겠다는 거야.’라는 자괴감이 들 때 마법과 같이 나타나 내게 말할 수 없는 감격과 위로를 주었던 그 한마디. ‘정태야, 넌 글쓰기에 재능이 있구나.’


이제는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불린다. 초등학생 4학년인 한 친구가 내가 쓴 <유엔에서 일하고 싶어요>란 책의 퀴즈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장래 꿈이 외교관이라는 이 친구에게 나는 ‘주연이는 글 솜씨가 좋아요. 외교관이 되기 위한 좋은 재능이 있네요.’라고 답장을 했다. 몇 달 후 “선생님! 제가 글 잘 쓴다고 하셨던 것 기억나세요? 선생님이 격려해주셔서 이번 어린이날 글짓기대회에서 장려상을 타게 됐어요.“ 나는 ”거봐요. 글 잘 쓴다고 했잖아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다시 몇 달 후 ”선생님, 이번엔 제가 영어스피치대회에서 대상을 탔어요!“란 소식이 들려왔다.


칭찬은 믿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씨앗과도 같아 분명히 열매를 맺게 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받은 여러 이메일에 다양한 씨앗을 담아 답장을 보낸다.


김정태
_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베스트셀러인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를 비롯해, <최신 유엔 가이드북> <유엔사무총장> 등 11권의 책을 쓰거나 번역했고, 유엔의 공식잡지 <유엔크로니클> 한국어판과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등을 기획했습니다. 온라인에 블로그(www.theUNtoday.com)를 운영하고 있으며, 칭찬과 신뢰를 기반으로 책 쓰기를 돕는 ‘저자 100명 발굴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들었던 한 마디...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로 가지게 된 기회...
자격은 없지만 그렇게 믿어주었기에 해내었던 일들..

돌이켜 보면 제게 세상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현재까지의 내 모습이 되기까지 누군가의 양보, 배려, 수고, 격려, 기도가 있었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저는 제가 받은 그 축복을 흘러보내는 삶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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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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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heyenjoy 2011.05.04 10:54 신고

    칭찬은고래도 춤추게 하고 사람을 더욱 성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