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여러분이 가진 최고의 스펙을 말해보십시오. 예를 들면 ‘나는 토익 900 넘었다’고 말해보세요. 그리고 반응을 살펴보세요. 옆 친구의 얼굴은 어두워졌죠? 그렇죠? 스펙은 꺼내면 꺼낼수록 사람을 밀어냅니다. 반면, 스토리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습니다.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사람을 오히려 끌어당깁니다.”


4월 10일 오후 2시, 숙명여자대학교 중강당. 김정태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담당관이‘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팀 언론담당관으로 활동했고, 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유엔사무국 직속기관인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유엔사무총장’, ‘유엔에서 일하고 싶어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등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유엔한국학생협회(UNSA)에서 주관하고 (주)유앤스토리에서 주최한 이번 강연에는 학생 200여명이 참석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강연회의 모습.

스펙 열풍시대,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분주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은 스펙이 없으면 불안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스펙증후군, 스펙강박증 같은 신조어도 나왔을까. 그러나 과연 스펙이 좋은 사람이 성공할까? 김정태 홍보관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펙이 없었기에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었다”
“저는 스펙이 없었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적도 없었고 인턴이나 공모전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전공은 한국사였습니다. 흔히들 선택하려고 하는 경제, 경영학과가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스펙이 없었기에 오히려 도전할 수 있는 게 많았습니다.”


그는 스펙이 없었기에 잃을 것이 없었고, 그래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스펙을 스토리와 천적인 ‘기득권’으로 정의했다.


“그런 기득권이 여러분들의 가능성을 빼앗는 겁니다. ‘내가 경영학과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내가 이 정도 학교인데 고시정도는 봐야지’ 이런 생각들이 여러분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데 장애가 됩니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그 기득권에 안주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도전과 모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강연하는 김정태 홍보관.

“이력서를 잊으십시오”
“이력서에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쓰는 공간이 있나요? 없죠. 없으니까 여러분이 책을 안 읽습니다. 이력서를 잊으세요. 이력서를 위주로 대학생활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겠죠? 이력서에 독서와 관련된 항목이 있으면 많이 읽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소홀히 하게 되는 겁니다. 수많은 이력서들의 항목이 여러분들을 제한합니다. 이력서를 잊어야 여러분만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겁니다.”


그는 학점이나 토익, 공모전, 인턴십은 삶의 1%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은 이력서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력서를 중심으로 4년을 보내면 내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내 안의 보물을 보는 대신 옆 사람과 비교만 하게 됩니다. 그리곤 생각하죠. ‘난 논문 공모전 상 한 번 밖에 못 탔구나’.”



스토리와 스펙의 차이
그렇다면 스토리와 스펙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뭘까? 김정태 홍보관이 말하는 것은 이렇다.


“스토리는 성공과 실패를 가리지 않습니다. 실패하더라도 그를 통해 배우고 발견한 것은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거죠. 스토리에서는 실패가 매우 귀중합니다. 그렇지만 실패한 게 스펙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스펙에는 성공한 것만 있죠. 스펙은 이력서는 충실하게 만들지만 삶은 공허합니다.”

그는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키우라고 강조했다.

“최고, 최초, 최대라는 타이틀은 피곤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니까요. 그렇지만 스토리는 편안합니다. 경쟁할 필요 없이 자기만의 스토리로 사람을 끌어당기니까요. 누가 날 만났을 때 내가 스펙 얘기만 한다고 해 보십시오. 절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자기만의 스토리를 얘기했을 땐 ‘나도 할 수 있겠다’고 감동합니다.”


스토리의 원천은 ‘사람’, 시간관리는 하지 마세요
김정태 홍보관이 말하는 스토리의 원천은 ‘사람’이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자신 한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스토리는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시간 관리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저도 한 때는 시간 관리를 했습니다. 시간 관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누가 어떤 일을 하자고 할 때 항상 다이어리를 보며 시간을 계산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서 하거나 새로운 일을 거부하게 됩니다. 알량한 시간 관리가 기회를 막는 거죠. 우연히 만난 기회, 어쩌다 만난 사람으로 인생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간 관리를 해서 풍성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을 못 봤습니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그의 팁은 ‘생각하고 침묵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미디어가 보여주는 스토리를 그냥 받아들이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자동차 열쇠나 집에 있는 화장실 개수가 중요한 겁니다.”

강의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그의 꿈을 실현한 비결을 설명했다.

“성공을 단념하자 내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교를 멈추자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를 포기하자 유일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상품을 포기하자 작품으로 변해갔습니다. 욕망을 내려놓자 만족이 찾아왔습니다. 경쟁을 피하자 공존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꿈이 없어 다른 사람의 꿈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내 꿈도 하나씩 실현됐습니다. 스토리가 이깁니다.”


강연회에 참석한 권혁주씨(오른쪽).

“이젠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강연를 들은 권혁주씨(여·성균관대 인문학부1)는 “전공 선택 때문에 학점관리에 집중해왔고, 영어 점수 등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이제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며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험기간인데도 공부 대신 강연을 선택했다는 그녀는 “강연 내용이 앞으로의 방향 설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홍성연씨.


평소 스토리, 역량을 키우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홍성연씨(서울대 통계학과4)는 “강연을 들으며 공감하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저는 스토리가 자기에 대한 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세상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4학년이라 큰 결정을 해야 하는데 강연을 들으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질 수 있었어요. 앞으로 단순히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무엇이 되든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흔히들 ‘무한경쟁시대’라고들 한다. 자신도 부담스럽게 하고 타인도 밀어내는 ‘스펙’을 중시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차단하기 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며 사는 건 어떨까.


정책기자 이샘물(대학생) saemmoo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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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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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cyworld.com/fanta1112 BlogIcon 2010.04.19 06:30 신고

    남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내려놓다가 결국 자기만의 방법을 찾은 과정이 정말 인상깊습니다.:)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10.04.20 21:48 신고

      감사합니다. 밖을 향해 비교만 하다보면, 정작 내 안에 있는 보물과 잠재력을 깨달을 수 없겠죠? 먼저 내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oodtree7@gmail.com BlogIcon 박성혁 2010.04.23 15:49 신고

    김정태 선생님,
    비슷한 연배라고 생각되는데(저는 95입니다.ㅎㅎ),
    시대를 읽고 리딩하는 능력이 대단하시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종종 이 사이트를 방문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같은 분(?)을 모시고 있는 사람으로, 늘 그 분안에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큰 동냥이 되실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같이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