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부터 그 해 12월까지 유엔본부에서 겪었던 저의 유엔인턴 경험담입니다. 제겐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었던 무척 소중한 배움이자 경험이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대출해서라도 정말 꿈이 있다면 유엔인턴을 경험해봐라.'  - 김정태

2006.07.04

아침 7시50분,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니 인턴의 첫 하루가 시작됨을 비로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절로 감사와 기도가 나왔다. 3년 전인 2003년 가을, 뉴욕에서 어학연수를 시작, 힘들게 영어를 배웠던 기억이 선한데, 이제 유엔에 관한 영문논문을 들고서 이곳 유엔에서 오늘부터 인턴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3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을 그 당시엔 상상도 못했다. 

 

30분정도 지나니, 버스가 맨하튼 42가 Port Authority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유엔까지 전철로 두 정거장에다가 10여분을 더 걸어가야 하지만, 왕복 4달러하는 전철값도 아끼고, 걷기도 할겸, 무작정 걸어가기로 했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20분 정도. 거리를 걷다보니 왼편에 "Grace"라는 이름이 전면에 씌여진 건물이 보인다. 여기에 온 것도 은혜이고, 앞으로도 은혜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오전10시에 visitor's lobby에서 인턴쉽 담당자를 만나기로 했기에, 한시간 가량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근처 벤치로 갔다. 우연히 간 그곳은 "Dag Hammarskjold Plaza"란 곳이었다. 마침 가방에 Hammarskjold(2대 유엔사무총장)의 묵상집 <Markings>를 담아 왔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이름이 적힌 표지판 아래 벤취에서 책을 꺼내읽을 수 있었다.

 

 


약간 일찍 유엔으로 들어가, 구내서점에 가서 여러 책들과 자료들을 살펴봤다. 'UN Project'를 시작하기위해 필요한 자료들이 많았는데, 인턴에게는 10% 할인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도 들었다. 자주 오게 될 것이기에, 다시 약속장소로 가서 다른 5명의 인턴들과 함께 인턴쉽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소개를 해보니 중국, 독일, 프랑스, 체코, 영국에서 온 친구들이었는데, 다들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ID카드를 발급받고, 29층에 위치한 Departement for General Assembly and Conference Management(총회회의운영국)의 General Assembly and Social Council Affairs Division으로 들어섰다.

 

조용한 분위기의 사무실에 한 직원이 나를 보고서 인턴이냐고 물으며 웃으며 환대해준다. 곧바로 개인큐빅과 PC를 지정해주고서, 앞으로 supervisior 역할을 해줄 Mr. Alasaniya를 만났다. 앞으로의 진로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의 업무와 더불어 며칠전부터 시작된 "불법 소형무기 거래금지에 관한 협약회의"에 참석해보라고 한다. 지하에 위치한 Conference Room에 들어서니 넓은 회의장에 191개국의 대표들이 알파벳 순으로 포진해있었다. 뒤쪽 어느 자리를 잡아 앉을까 했더니, supervisor가 맨 앞 단상 바로 뒷 좌석으로 데려가서, 나를 앉게 하는게 아닌가! 바로 앞엔 president와 secretary of the committee가 내게 등을 보이며 앉아 있었고, 그 앞으론 각국 대표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각 대표들의 시선을 받으며, 인턴 첫날의 본격적인 수업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미국으로 오기전 봄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Conference Diplomacy란 수업을 들으며,어떻게 국제회의가 진행되며, 진행방식, 용어들을 배웠고, 모의국제회의에서 President의 역할을 맡아보기도 했지만, 그 실제현장에 노출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만큼 흥분되었다. 무언가 엄숙한 분위기의 예상과는 달리, 자유롭게 회의장을 오가는 사람들, 타 대표에게 가서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 등 자연스런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5개국 대표들이 회의주제에 대한 자국의 의견을 피력했던 오전세션이 끝나고, 오후 3시에 재개된 세션에서는 본격적인 결의문 작성이라는, 국제회의의 정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결의문 작성 시에는 191개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어렵기에, 많은 경우 'Non-Paper'라는 임시결의문이 익명국가에 의해 제출되면, 그 문건을 바탕으로 뺄 것은 빼고, 첨부할 것은 첨부하는 형식으로 결의문 작성이 진행되게 된다. 참관한 이번 회의에서는 의장이 직접 'Presidnet's Non-Paper'를 제출했다. 이 임시결의문에 대해 각국이 바쁘게 손을 들고, 발언권을 요청한다. 의장이 "the floor is now given to ..."라 말하면, 해당 대표는 발언권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아프리카 나라들의 열띤 참여와 의사진행이 눈에 띄었다. 시에라리온, 세네갈 등 소위 약소국들의 열띤 참여와 달리,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회의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국대표도 발언권을 확보해 기대를 했더니, "We would like to confirm that we fully support what the Japanese delegation has just said. Thanks."라는 짮은 언급으로 끝나버렸다. 콩고민주공화국 대표의 옆엔 북한이라 적힌 팻말이 있었지만, 하루종일 북한 대표를 볼 순 없었다.  

 

한 줄 분량의 내용에 대해서만 장장 2시간에 걸쳐, 각국의 수정제안, 첨가제안, 삭제제안 등 수많은 코멘트가 만들어졌다. 성공적인 국제회의가 되기 위해선 president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다양한 발언들에 적절히 대처하고 회의를 진행시키는 스리랑카 출신의 delegate가 돋보였다.

 

오후6시. 오늘의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올라오는 길에 한 직원이 "내일은 미국 독립기념일로 유엔이 휴일이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이번주 금요일까지 계속될 지루할 결의문 작성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5시간의 회의가 지루하진 않았다. 각국 대표의 다양한 발언들에 숨은 국제정치 논리를 파악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돌발적인 상황에서의 의장의 재치와 운영의 기술을 집중해 관찰해본 것도, 191개국 대표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다양한 표정들을 엿본 것도 흥미진진했다.

 

첫날부터 가슴벅차게 시작된 인턴쉽. 작년 중국 북경의 한 한국 대기업에서 인턴쉽을 했던 것이 대조된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통제된 분위기의 대조도 그렇거니와, 어떤 환경과 어떤 종류의 역할, 일이 나의 중심에 열정과 더 큰 기대감을 불어일으키는지 너무 확연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다!"라고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오후 7시, 뉴저지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며, 자연스레 감사의 기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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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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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cyworld.com/fanta1112 BlogIcon 테일 2010.04.08 05:07 신고

    정말 멋있습니다!! ㅠㅠ
    올해 초부터 자주 와서 게시글을 확인하지만 이 글은 작년 꺼라 지금 처음 보지만
    막 읽으면서 가슴이 뛰는 것이 .. ㅎㅎ
    멋진 포스팅들 감사합니다 :)